2010/03/15 12:13
메일+사진 vs. 윈도우+오피스
얼마 전에 아이패드야말로 부모님이 사용하시기에 적당한 컴퓨터라서 추석 때 하나 사 들고 내려가야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컴퓨터를 처음 사용하는 입장에서 메일과 사진 공유, 메시징을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기계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이 나라에서는 인터넷 뱅킹도 안되고 동영상 강좌도 못 보고 흔해빠진 맞고도 못 치지만, 뭐가 뜨든 읽지도 않고 ‘예’를 누르는 사이에 설치되는 시작 프로그램들 때문에 점점 더 느려지는 시스템에 대한 관리부담 보다는 방금 이야기한 저런 서비스를 안 쓰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헌데, 부모님께서 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컴퓨터 교육을 받으려고 하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노동부에서 하는 컴퓨터 교육은 보통 윈도우 OS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웹 브라우징은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다루는 방법을 배웁니다. 다른 과정 같은 건 없습니다. 이쯤 해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부모님께서 저 교육을 원활히 따라 가시기 위해서는 윈도우 PC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아이패드 같은 건 필요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위에서 이야기한 시스템에 대한 관리 부담이 생깁니다. 교육 기관에서 사용하는 교육용 시스템에는 대체로 여러 사람이 사용한다는 가정 하에 다양한 관리 방법이 적용 되고 있습니다만, 집에 있는 시스템은 대부분 그렇지를 못합니다. 흔해빠진 백업도 없습니다.
이쯤 해서 다른 고민 하나가 생기는데, 제목에 쓴 대로 아이패드를 부모님께 구입해 드리려는 이유는 메일, 사진, 메시징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식들이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이걸 보여 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문자를 아무리 보내도, 전화통화를 아무리 해도 흔해빠진 사진 하나, 동영상 몇 초 어치를 보여드릴 방법이 없었습니다. 있다고 해도 복잡하고 어렵고 괴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지요. 그런데, 교육 과정에서 가르치는 건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사용법 따위입니다. 물론 이게 컴퓨터 기초 교육이 아니라고 말할 생각은 없지만 온갖 종류의 메시징에 비하면 실생활에 대한 활용도가 아주 떨어지는 것들 뿐입니다. 기본 교육 과정을 배우고 나면 메뉴가 어디 붙어있는지도 아리까리한 네이버 메일에 로그인해 메일 쓰는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어서일까요?
교육과정에 윈도우가 있다, 혹은 오피스가 있다는 점이 문제가 아니라 오피스를 가르치는 교육과정이 너무 뻔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교육과정이라기 보다는 사무직 인력 양성에 가까운 교육 과정이고, 이걸 배워서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을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과정을 배워 보겠다는 결정을 내린 부모님들께 교육과정에서 가르치지도 않는, 오피스를 돌릴 수도 없는 아이패드라는 이상한 기계를 사 드리는 것이 옳을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
결론:
- 컴퓨터 교육은 직업 양성 과정과 활용 과정을 구분해서 해야 한다.
- 아이패드라는 다른 집에는 없는 컴퓨터를 구입하는 것이 옳을지에 대한 고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