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논쟁

어떤 커뮤니티 게시판에 흡연 관련 논쟁이 지나가더군요. 마침 회사가 망해 시간도 남고 할 일도 없길래 게시물 하나하나를 따라가 봤습니다. 예상할 만 하지만 이 주제는 언제나 감정싸움으로 번져 소모성 논쟁이 되기 십상입니다. 비흡연자는 흡연자가 연기 안 나게 어디 탱크 같은 곳에 들어가 담배를 피우길 바라고 흡연자는 비흡연자가 좀 대강 참아줬으면 하는 이야기를 별 문자 써가며 점잖게 이야기하다가 결국 흡연자의 ‘그럼 우리더러 죽으란 이야기냐?’로 끝나는 뻔한 논쟁입니다. 물론 뻔한 만큼 결론이 안 납니다. 아.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그럼 국가더러 담배 팔지 말라고 하든가’

몇 년 전에 중랑구에 살 때 겪은 일입니다. 중랑천 자전거도로에 있는 한 광장에서 구에서 주최한 무슨 행사가 있었나 봅니다. 한강 한 바퀴 돌고 오려고 내려가는데 현란한 조명에 커다란 노랫소리에 줄지어 늘어선 자동차에 광장을 가득 매운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있다 돌아올 때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그때 쯤이면 행사가 끝나고 정리됐겠지 싶어서 밤중의 한강에서 뒤 따라오는 자전거에 민폐를 끼친 다음 다시 중랑천으로 돌아옵니다.

헌데 저 앞에 자동차 불빛이 보입니다. 자전거도로는 꽤 좁아서 자동차가 들어오면 도로 전체를 덮기 때문에 자전거가 비키려면 자전거를 들고 길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여튼 승합차 두 대와 승용차 한 대가 내려옵니다. 자전거 탄 사람들이 항의하자 맨 앞 승합차 운전자가 크게 소리칩니다. “아 구청장한테 따지라고!”

… 상황은 간단했습니다. 아마 아까 내려오면서 본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인 모양인데 자동차 도로로 나가는 대신 자전거 도로로 내려오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런데 내려오다 보니 의외로 많은 자전거와 시비가 붙었겠지요. 그리고 아마 이 사람들은 구청과 무슨 관련이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행사를 주관한 구청, 구청의 대장인 구청장에게 따지라고 큰소리를 쳤겠지요. 딱 이 상황과 비슷합니다. 첫 문단에서 ‘그럼 국가더러 담배 팔지 말라고 하든가.’ 여기에 대한 대답도 간단합니다. ‘지금 구청장이 운전하냐?’ 혹은 ‘지금 담배인삼공사 이사장이 나한테 연기 뿜었냐?’

뭐, 흡연자들은 이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겠지만 그래도 기억 안 나는 척 하는 사람들이 위에서 이야기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가득한 듯 하니 한번 더 이야기하자면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건 말건 관심 없습니다. 하지만 비흡연자들이 흡연에 따른 피해를 받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거리 흡연을 예로 들면 대낮에 집 옆에서 낡아빠진 닭장차 안에 바퀴벌레 수십 마리가 에어컨 켜놓고 들어 앉아 있다 칩시다. 낡아빠진 디젤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 때문에 정신이 멍해질 지경입니다. 그럼 당연히 120에 전화 걸어 닭장차 좀 빼달라고 말하지 않을까요? 흡연도 마찬가지입니다. 길 가는데 어디서 담배연기가 불어오는걸 제대로 맡으면 몇 십분 동안 머리가 멍하고 속이 울렁거립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흡연자들은 무슨 속셈인지는 몰라도 꼭 흡연 직후에 사무실로 돌아와 비흡연자에게 말을 거는 일이 많습니다. 여기에 한술 더 뜨면 종이컵에 맥심 모카골드 한 봉지 진하게 타서 몇 모금 들이키면 더 끝내줍니다. 입만 벌리면 아주 정신이 멍해지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흡연자 비흡연자 관련 논란은 그냥 뻔한 겁니다. 말 할 거리가 없어요. 당신들 문제를 비흡연자들에게 전가하려고 하지 마세요. 횡단보도에 사서 한모금 빨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흘겨봐서 짜증나나요? 그럼 담배 안 피우는 사람들이 무단횡단 할까요? 담배 값은 비싼데 흡연시설이 부족한가요? 그럼 정부와 담배인삼공사에 가서 화를 내셔야지 왜 비흡연자들더러 뭐라고 합니까?

오늘 어떤 커뮤니티에서 벌어진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올린 흡연 관련 글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의식 없는 흡연자’는 그냥 답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그냥 답이 없어요, :( 싫으면 비흡연자들이 방독면 쓰고 다녀야죠?

작은 글자를 읽어야 하는 문제.

색각 이상. 색약, 색맹의 비애를 보았습니다. 이 글에는 약시라서 작은 글자를 읽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할 텐데,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마음먹은 저 역시 보조기획자로 일하면서 색상에 대해 저 글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부터는 하게 되었습니다. :)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글자를 읽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게임 그래픽은 계속해서 발달해 이제는 마음대로 게임에 적당한 그래픽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여전히 화면 안에는 글자로 가득하고 읽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페이스가 여전히 머드 형태로 디자인 되는 이유도 있지만 열 사람이 게임을 함께 플레이 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 상 다른 사람이 떠드는 말을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화면에 읽어야 하는 텍스트로 가득 차 있는데 이걸 읽으려고 보니 약시들에게는 텍스트가 작아 읽기가 어려운 거죠. 그렇다고 모니터에 머리를 들이대고 글자를 읽자니 화면 나머지 부분을 못 보는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저만치에서 얼라가 내 목 따려고 달려오는데 텍스트 쳐다보느라 그걸 못 보고 목이 따이면 그것 만큼 억울한 일도 없겠지요. 그래서 결정을 해야 합니다. 텍스트를 보고 게임을 좀 느긋하게 하거나, 텍스트를 안 보고 나 혼자 게임을 좀더 빡쎄게 하거나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일단 전체화면으로 플레이 하던 것을 윈도우 모드로 바꿉니다. 거의 10년 가까이 사용해 온 마이크로소프트 인텔리포인트에 들어있는 돋보기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인데, 지난 10년 동안 사용해 본 여러 가지 돋보기 프로그램 중 가장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윈도우 모드에서는 3D로 가속되는 부분이나 동영상이 출력되는 부분도 확대해줍니다. 이 돋보기로 채팅 창을 찍어 놓고 게임을 합니다. 그러면 채팅 창에 나타나는 텍스트는 큼직하게 보이기 때문에 모니터에서 조금 떨어진 채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해상도를 낮추는 겁니다. 해상도를 올리면 올라간 해상도에 따라 글자가 점점 더 작아집니다. 환장하죠. 그래서 게임에서 지원하는 최소 해상도 수준으로 해상도를 낮추고 풀 스크린으로 게임을 실행합니다. 그러면 글자가 조금은 읽을 만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게임을 해 보면 인터페이스 디자인 담당자의 모니터 해상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터페이스 담당자들은 시력이 좋은 모양인지 대체로 게임의 최대 해상도에서 인터페이스 작업을 하는 모양입니다. 최대 해상도에서는 잘 어울리게 출력되던 인터페이스와 텍스트는 최저 해상도에서는 차마 봐주기 민망하게 출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방법. 게임을 하지 않거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읽지 않는 것입니다. 사실 요새는 귀찮아서 이쪽을 선택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게임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인터랙션을 많이 하지 않는다면 텍스트를 읽을 일이 줄어듭니다. 만약 이 상황에서도 텍스트를 많이 읽어야 하는 게임이라면 게임에 문제가 있는 거겠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에서 사람들과 인터랙션 하는 일 자체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인터랙션이 부담스럽다는 건 사실상 온라인 게임을 하는 의미가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고해상도에서 텍스트가 구석에 작게 나와서 넓은 화면을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옵션을 조정해 인터페이스나 텍스트 크기가 해상도에 독립적으로 나타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력이 약한 사람들이 영영 플레이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왜 위키를 이상하다고 생각할까요.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이 문서를 공유하고 수정해 유지하는데 위키가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당장 저부터도 그렇고, 이전 프로젝트에서도, 지금 프로젝트에서도 위키를 이용해 문서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일단 웹으로 아무 도구 없이 그냥 접근할 수 있고 쉽게 수정할 수 있고 어떻게 수정하든지 기록이 남아 관리하기도 편했지요.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위키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위키 페이지를 앞에 두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못 잡는 분들도 있습니다. 팀의 어느 스탭 분은 위키는 보기 싫어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저와 이분들의 생각이 다른 이유가 무엇일까요. 질문해 봤습니다. 몇 가지 의견이 나왔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다른 사람의 글을 편집할 수 있고 이 자체가 위키 시스템이 게시판에 비해 이상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모양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각의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일 겁니다. 이런 위키의 ‘이상한 점’을 사람들에게 잘 설명해 위키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과, 모두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위키 대신 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정해야겠지요.

일단 후자는 이전에 시도해 그럭저럭 굴러갔습니다. 반면에 전자는 지금 해 보고 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몇 가지 원칙을 세워 놓고는 있지만 여전히 위에서 이야기한 문제들로 원활하게 돌아가지는 않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