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의 전가와 사회시스템의 붕괴.

오후에 집에 돌아와 앉아있으니 근처에서 어느 집이 통닭을 먹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통닭이라도 한마리 먹을까 하고 고민하는데, 시간이 좀 지나자 다시 어느 집에서 탕수육 냄새가 솔솔 풍겨 오는 겁니다. 어느새 통닭생각은 저멀리 사라지고 탕수육 생각이 건절해지더군요.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를 맞춰 탕수육을 시켜다가 펼쳐놓고는 나무젓가락으로 탕수육을 집어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쓸데없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니까, 이 아저씨. 간장 안놓고갔어요. (투덜) 부엌에 가서 간장을 좀 가져다 놓고는 우적우적 씹어먹기를 계속하며 생각해봤습니다. 지난번에 조금 이야기하다 만 비용의 전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회화가 진행될수록 사회는 분명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 예전에는 아무도 돈이 없어 엄두도 못 낼 것 같은 거대한 빌딩들이 들어서고, 예전에는 아무도 못 가지던 멋진 승용차들이 거리를 굴러다닙니다. 그 거리조차도 예전에는 돈이 없어 그렇게 넓힐 수없었을텐데, 지금은 무단횡단 한 번 하려면 고속도로도 아닌데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한 것 같고, 앞으로 사회화가 계속해서 진행될수록 이 부의 크기는 더 커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가 커지는 과정에서 한가지 재미난 현상이 있습니다. 사회를 부와 권력의 영향력을 기준으로 구분해서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진 집단을 상위 계층,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력만을 가진 집단을 하위 계층이라고 해봅시다. 상위 계층이 부를 축적해 나가는 것은 사회화가 진행될수록 더 적은 비용을 부담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여기서 상위 계층은 더 적은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 비용을 하위 계층에게 전가합니다. 여기까지가 지난번에 이야기한 비용의 전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 비용의 전가라고 하면 대기업이나 정부 할 것 없이 모든 종류의 상위 계층에서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치안이 좋지 않아 밤길이 두려워 사람들이 일찍일찍 귀가한다고 합시다.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사실 밤길이 안전하지 않은 것은 국가가 부담해야 할 경찰력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 비용을 시민들이 떠맡은 것입니다. 좀 더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통해 좀 더 많은 기회비용을 얻을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국가가 경찰력에 대한 비용을 시민들에게 떠넘겼기 때문에 자신들의 기회비용을 희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예는 아시는 대로 엄청나게 많습니다. 버스요금이 오릅니다. 그 댓가로 버스의 운행시스템이 개선되고, 전화 한 통이면 버스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유료입니다. 버스는 사회 인프라로, 당연히 정부나 시에서 부담해야 하는 사회비용입니다만, 이 역시 시민들에게 전가됩니다. 시민들은 계속해서 오르는 버스요금이나 택시요금에 상관 없이 어쨌든 타고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거리에서 보이는 부는 이런 비용의 전가에 의한 결과입니다.

이것이 문제라는 것은 알겠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탕수육을 소화시키는 동안에 이 과정이 계속해서 되풀이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한마디로 이 상황은 아랫돌을 뽑아 윗돌을 고이는 형국입니다. 언젠가는 무너진다는 사실을 모두들 알고 있지만, 그 시점은 쉽게 찾아오지는 않을 겁니다. 상위 계층이 하위 계층에 계속해서 비용을 전가하게 되면, 비용의 전가를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하위 계층에서 더 아래로 추락하게 될 겁니다. 이 사람들은 국가의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고, 정책 결정에도 반영되지 않습니다. 마치 이들은 사회의 그림자 속에 살고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상위 계층의 비용 전가에 의해 비용의 부담을 반복했고, 그 결과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제기할 기회도 잃었습니다만, 이들은 국가 정책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영원히 제기할 수 없을 겁니다. 더 무서운 건 이 사람들은 더이상 사회시스템에서 찾을 수 없게 된다는 겁니다.

즉,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면 사회시스템에서 이들이 담당하고 있던 영역이 무너져 내리게 된다는 겁니다. 이들이 한두명 사라지는 것은 아무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이 과정이 반복되면 사회의 한 부분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립니다. 이건 이미 무너져내린 사회시스템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저출산 문제이지요.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저 상위 계층의 꼭대기에 계신 분들이 원인을 파악하고 정책을 만드는 모양입니다. 주요 정책은 뭐 출산가구 지원책이나 뭐 그딴거. 하지만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원인이 틀렸으니까요. 저출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출산과 육아를 담당할 사회시스템이 거듭된 비용의 전가를 통해 무너져 내렸기 때문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부담해야 할 출산, 육아, 교육에 대한 모든 비용이 가정에 전가되면서 이것을 어떻게든 견뎌낸 세대는 계속해서 사회시스템 속에 잔류할 수 있었겠지만, 이것을 견뎌내지 못한 세대는 사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출산이나 육아를 담당할만한 세대들의 상당수는 이미 사회시스템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앞으로도 비용의 전가가 계속된다면 무너져내린 사회시스템이 계속해서 사회의 존속에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회시스템 밖으로 밀려나가지 않고 상위 계층의 노예짓을 계속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탕수육이 떨어지는 바람에 생각은 여기서 멈췄습니다. 다음에 탕수육을 시키게 되면 한번 이 뒤도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7 Responses to 비용의 전가와 사회시스템의 붕괴.

  1. adios says:

    ‘교육’과 ‘교통’으로 한정했을때 정작 사회시스템의 최대 수혜자는 하부계층이 아니라는점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물론 비용전가는 하부계층에게 집중.

    탕수육이라면 집근처 재래시장에 1000원 탕수육 본점이 있는데, 나름 먹을만하지.. (중얼)

  2. kz says:

    그 정도 비용이라면 얼마든지 댈 수 있으니 어서 3부를 궁리해놓으세요.

  3. kz says: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0510.html

    예전에 읽었던 글인데 비슷한 주제인 거 같아 적어둡니다. 그러고보니 월마트는 우리나라에서 철수했다는 소리가 들리던데.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