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게 불태웠어.

오늘은 토요일. 하지만 아침 일찍 가산으로 향했습니다. 회사 일로 그쪽에 갈 일이 있었거든요. 게임 테스트 때문이었는데, 제가 직접 테스트한 건 아니고, 문제 자문 비슷한 걸로 가서 온 종일 앉아있었습니다. 별 일은 아니었지만, 곤란한 일이라면 역시 갑자기 서버가 내려앉았을 때. 개발팀과 직접 연락할 사람이 저 뿐이어서였는지, 서버가 내려앉으면 모두들 몰려와서는 곤란하다는 눈빛으로 저를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서버 근처에도 갈 권한이 없는걸요. ... 오늘 이야기는 나중에 해보고, 문득 작년의 일이 생각나서 이야기해볼까요.

작년에는 일본에서 하는 무슨 게임쇼에 갔습니다. 개발중인 새 게임을 들고요. 당시 그쪽에 시연용으로 내놓을 PC는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기본으로 배경에 '새파란 바탕의 삼성 고로가 그려진' 배경화면이 깔려있었습니다. - 많은 분들이 PC방이나 학교 전산실에서 보신 적이 있을거에요. - 그 PC에 개발중인 새 게임을 깔고 준비를 했지요. 하지만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개막일 새벽까지 날밤을 세워 문제를 대강 해결한 다음, 구름다리 하나 건너면 나오는 숙소에 몰려가서 자는둥 마는둥 하고 다시 나와서 리포비탄을 두어병 까 마시고, 하루 종일 멍한 눈으로 부스를 '사수'한 터라, 개막일 오후가 되자 이사람 저사람 눈이 풀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그중 한명인 저도 앞에 와서 뭔가 묻는 할아버지에게 멍한 상태로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해준 다음 - 이건 그럭저럭 웃긴 이야기니까 나중에 따로 해볼께요 :) - 다시 멍하니 앉아있는데, 갑자기 눈앞이 새파래지며 정신이 번쩍 나는 겁니다. 본능적으로 머릿속에서 '당장 일어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 회사 부스에는 수많은 모니터와 대형 디스플레이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아래쪽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면 위쪽의 대형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디스플레이가 부스 구조물을 빙 돌며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 모든 디스플레이에서 동시에 파란 화면에 '삼성'이라고 적힌 로고가 나타나는 겁니다. 한 1초 사이에 부스가 온통 시퍼렇게 변했어요.

'ㅆㅂ ㅈ됐다;

그땐 어째서인지 부스에 나와 있는 스탭 - 대체로 사원주임 - 들에게는 전화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땅히 한국 - 서버는 한국에 있었어요. - 에 연락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짜고짜 파란 삼성 앞에 멍하니 서있던 일본인 아주머니를 밀어내고는 메신저로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그때 사람들이 바라보던 눈빛이 오늘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던 눈빛과 비슷했던 것 같네요. 그나저나, 아주머니 밀어낼때 미안하다고 하긴 했는데, 알아듣긴 했을려나 ... 뒤돌아서서 죄송하다고 죄송하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긴 하던데.

작년 여름.

2006/11/18 23:01 2006/11/1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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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Adios | 2006/11/20 12:29 | 답글 | 수정

    일순간 X성을 마케팅해줬군.. 그럴때엔 삼X에 증거사진을 보여주며 광고비를 청구했어야지... (..............?!)

  • 답글: Milfy | 2006/11/21 16:19 | 답글 | 수정

    음. 맘에 안들면 소송 들어올지도 몰라요. orz

  • 남박사 | 2006/11/21 01:29 | 답글 | 수정

    그려려니하고 글을 보다가 태그보고 뒤집어짐..

  • 답글: Milfy | 2006/11/21 16:20 | 답글 | 수정

    1년쯤 지난 에피소드들은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하나둘 꺼내려고해요.

답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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