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에, 어떤 게임이 처음 오픈 베타를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 올해가 2006년이니까, 정말 오래 된 일이다. 군대 가기 전에 게임하던 사람들이 전역하고 돌아와 다시 그 게임을 할 정도니까. 그때 그 게임의 홈페이지가 문을 열고, 얼마 안 있어 일본 홈페이지가 문을 열었다. 일본어야 뭐 잘 읽지도 못하니까 일본어 홈페이지가 있나보다 하면 되는거였지만, 당시 내 컴퓨터에는 일본어 폰트가 깔려있지 않았는데도 신기하게 일본어가 모두 나타났다. 아무것도 안해도 일본어가 제대로 나타났으니까 나야 괜찮았지만, 일본어가 똑바로 나온 이유는 그 페이지의 인코딩이 euc-kr이었기 때문이었다.
작년. 무슨 행사를 했었다. 일본에서. 당시 유저 대상의 게임플레이를 위해 한국에서 가져간 PC는 모두 한글 윈도우가 설치된 것들이었다. 어차피 클라이언트를 종료하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위안삼았다. 그런데, 그 중에 몇 대인가를 차출해 언젠가 할 클로즈 베타 신청을 받는데 사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클로즈 베타 신청을 위해서는 웹사이트에서 이름과 이메일 주소 따위를 입력해야 했는데, 일단 윈도우 시디를 가져다가 차출된 PC에 일본어 IME를 설치하고 일본어 입력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두었다. 브라우저가 한글판이긴 하지만, 애교로 눈감아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뭐 예상대로 신청하던 사람들이 회사 옷 입고 있던 사람들을 쳐다보며 뭐라고 한다. 이번에도 페이지 인코딩이 한국어였다. 입력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더라. 그거 제대로 서브밋한 사람들도 신청 제대로 됐나 몰라.
엊그제 티저 사이트가 열렸다. 혹시나 해서 언어 버전마다 돌아다니며 인코딩을 확인해봤는데, 이번에는 각국 언어에 맞게 인코딩 변경은 해놨더라. UTF-8같은건 애초에 기대도 안했다. 생각해보니, 어째서 인코딩이 틀렸는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간단하다. 사이트 전체가 통짜로 그림파일로 되어 있거나, 아니면 통짜로 플래시였다. 아. 플래시는 크로스 플랫폼만 지원하는게 아니라 크로스 랭귀지도 지원하는 환상의 플랫폼이구나. 어두컴컴한 페이지에 뭐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티저 사이트 주제에 어떤 게임인지 전달되어 오지도 않는다. 음악은 따로 놀고, 텍스트는 엉망이다. 사이트 디자인은 따로 놀고 전달하는 정보에 비해 용량은 엄청나다. 이딴 정보를 얻기 위해 3.2기가 CPU의 50% 이상을 점유할 이유가 있나.
웹질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닐텐데. 어떻게 해서 몇년 동안 변한건 인코딩 똑바로 맞추는 것 뿐일까. 게다가 인코딩 맞춰놓고보니 세상은 로컬 인코딩 안 쓰는 추세고. 화난다 화나.
어떤 게임인지 궁금합니다; 한국이랑 일본에서 서비스하는 중이고 2000년대 초반에 오픈베타를 했으며 음악이 나오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 홈페이지… 훔 ㅡ.ㅡ; 라그나로크?
아. 그러고보니 라그도 꽤 오래되었군요.
저도 그 티져 사이트 보고 이거 말을 해 말어 그런 생각을 했는데. 제일 싫어 하는 스타일인 통짜 플래쉬. 글만 많은 티져 사이트인데도 글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음. 제 컴에서만 그런지 몰라도 스크린샷은 몇개밖에 제대로 안 보이고, 그것마저 ….패스… 아참 !딱 하나 광고할만한건 음악밖에 없더군요.
완전 좌절이었습니다. =_= 웹 개발자들도 분명 하루이틀 웹질 하는 것도 아닐텐데, 다른 사이트를 보며 배우는게 없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설마 이번에도 외국어 페이지 인코딩 틀렸나 하는게 최대 관심사였는데, 다행히도 그건 맞췄더군요. -_-;
글만 많은데다가 별로 읽고 싶지도 않게 만들어놓고는, 그렇다고 스크린샷 데이터가 꽤 있는 것도 아니고, 스크린샷이 맛깔나는 것도 아니라 꽤 실망했습니다.
저도 웹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그런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의외로 많이 없더군요…;
이전에는 웹 프로그램 동네에 살아서 웹 기획에 대한건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킬 수 있는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 그 티저 사이트는 그것도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