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09 20:51
티저 사이트.
아주 오래 전에, 어떤 게임이 처음 오픈 베타를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 올해가 2006년이니까, 정말 오래 된 일이다. 군대 가기 전에 게임하던 사람들이 전역하고 돌아와 다시 그 게임을 할 정도니까. 그때 그 게임의 홈페이지가 문을 열고, 얼마 안 있어 일본 홈페이지가 문을 열었다. 일본어야 뭐 잘 읽지도 못하니까 일본어 홈페이지가 있나보다 하면 되는거였지만, 당시 내 컴퓨터에는 일본어 폰트가 깔려있지 않았는데도 신기하게 일본어가 모두 나타났다. 아무것도 안해도 일본어가 제대로 나타났으니까 나야 괜찮았지만, 일본어가 똑바로 나온 이유는 그 페이지의 인코딩이 euc-kr이었기 때문이었다.
작년. 무슨 행사를 했었다. 일본에서. 당시 유저 대상의 게임플레이를 위해 한국에서 가져간 PC는 모두 한글 윈도우가 설치된 것들이었다. 어차피 클라이언트를 종료하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위안삼았다. 그런데, 그 중에 몇 대인가를 차출해 언젠가 할 클로즈 베타 신청을 받는데 사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클로즈 베타 신청을 위해서는 웹사이트에서 이름과 이메일 주소 따위를 입력해야 했는데, 일단 윈도우 시디를 가져다가 차출된 PC에 일본어 IME를 설치하고 일본어 입력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두었다. 브라우저가 한글판이긴 하지만, 애교로 눈감아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뭐 예상대로 신청하던 사람들이 회사 옷 입고 있던 사람들을 쳐다보며 뭐라고 한다. 이번에도 페이지 인코딩이 한국어였다. 입력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더라. 그거 제대로 서브밋한 사람들도 신청 제대로 됐나 몰라.
엊그제 티저 사이트가 열렸다. 혹시나 해서 언어 버전마다 돌아다니며 인코딩을 확인해봤는데, 이번에는 각국 언어에 맞게 인코딩 변경은 해놨더라. UTF-8같은건 애초에 기대도 안했다. 생각해보니, 어째서 인코딩이 틀렸는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간단하다. 사이트 전체가 통짜로 그림파일로 되어 있거나, 아니면 통짜로 플래시였다. 아. 플래시는 크로스 플랫폼만 지원하는게 아니라 크로스 랭귀지도 지원하는 환상의 플랫폼이구나. 어두컴컴한 페이지에 뭐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티저 사이트 주제에 어떤 게임인지 전달되어 오지도 않는다. 음악은 따로 놀고, 텍스트는 엉망이다. 사이트 디자인은 따로 놀고 전달하는 정보에 비해 용량은 엄청나다. 이딴 정보를 얻기 위해 3.2기가 CPU의 50% 이상을 점유할 이유가 있나.
웹질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닐텐데. 어떻게 해서 몇년 동안 변한건 인코딩 똑바로 맞추는 것 뿐일까. 게다가 인코딩 맞춰놓고보니 세상은 로컬 인코딩 안 쓰는 추세고. 화난다 화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