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다녀왔습니다. 테스트 서버 오픈 준비에 난감한 점이 있어서 새벽까지 회사에 있다가 집에 굴러들어갔는데, 일어나보니 어느새 하늘에 해가 두둥실 떠있었습니다. 이런 컨디션으로 출근은 커녕 저녁때 공연 구경이나 갈 수 있을까 난감했는데, 제가 피곤하다고 공연이 미뤄지는 건 아니라서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슬금슬금 광화문으로 출발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세종문화회관 앞에 왔을 때는 현수막이 아래쪽에 걸려있었는데, 오늘은 현수막이 대극장 옆에 두둥실 떠있더군요. 단, 그 앞에서 노무@ 재집관반대어쩌구하는걸 하는 골빈애들이 있는 점은 맘에 안들었습니다.

프로그램을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이 간 회사 동료분들과 첫 곡이 뭘지 맞춰보자고 했는데, 모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공각기동대 2nd GIG의 마지막화를 장식하는 'Torukia'가 첫곡이었습니다. 시작부터 공각기동대 곡을 세곡 연속으로 뿜으며 Origa의 실력을 있는대로 뽐냈습니다. 사실, OST에 수록된 곡을 들을 땐 '설마 라이브에서도 저렇게 노래하는걸까?'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라이브에도 그렇게 부르더군요. 첫곡에 이어 'Inner Universe'와 'Rise'를 뿜어낸 후에 아야마네씨가 다음 곡을 이어받을 때 까지 시작부터 아주 골로 가보자는 선곡의 무대였습니다.

사실, 공연 전에 걱정했던 것이 '분명 게임 음악만 연주하면 다들 잘텐데'란 거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당수 사람들이 게임 음악을 다 못 들어봤을텐데, 들어본 적도 없는 곡으로 진행되는 콘서트만큼 앉아있기 어려운 것도 드물 겁니다. 그런데, 게임 음악과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 법한 다른 곡들을 잘 섞어 졸릴 위험성이 충분한 곡들이었지만, 졸리지 않도록 잘 구성했습니다. 공연 전체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게임 전투 음악인 'Din Don Dan Dan'에서 비밥의 'BLUE'로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사실, 전투할 때마다 저 음악이 나와서 질린 나머지 전투 음악을 꺼놓고 게임을 했습니다. 저 곡, 끝부분까지 들어보면 꽤 맘에 드는 곡인데, 전투를 반복하다 보면 늘 곡의 앞부분만 듣게 되어 질리거든요. 하지만 곡의 끝까지 가자 그 지루한 전투음악에 모두가 열광했습니다. 거기서 바로 비밥의 'Blue'로 이어졌습니다.

그 외에, 사카모토씨는 나오긴 나왔는데, 추억의 명곡을 불러준 것을 제외하면 실망스러웠습니다. 다른 두 명의 가수가 워낙 훌륭해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곡 중간 중간에 아쉬운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단, 야마네씨가 'Blue'를 부르고 있을 때, 무대 오른편에서 귀신놀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불쌍하단 생각이 들어 실망스럽다고 말하기도 애매했지만요. :(

뭐 좋고 나쁘고 이전에, '재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포함된 공연에서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이 논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드문데, 다들 무대 위에서 잘 논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 작곡 겸 지휘자의 극성으로 다들 한국어 연습을 했을 걸 생각하면 귀신놀이하던 사카모토씨와 더불어 잠시 묵념.

사진 협찬: 로리파티넷.
2007/06/21 01:54 2007/06/21 01:54

,

트랙백

  • Tracked from 칸노요코 대백과사전 - Kanno yoko Encyclopaedia 2007/06/24 16:27x
    제목 : 콘서트의 감동을 함께 나눠요~

    아마 많은 분들이 어제의 공연 후유증으로 오늘 하루종일 고생하셨을 겁니다.저도 어제의 감동과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 하루종일 멍하니 일도 제대로 못하고다른 사람들과 감동을 나누고 싶어 여기저기 블로그를 기웃거렸거든요.많은 분들이 콘서트의 감동과 즐거움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계신데이런 콘서트의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콘서트에 못 가신 분들도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많은 분들과 콘서트의 감동을 나눌 수..

답글

  • 부엉이 | 2007/06/21 02:13 | 답글 | 수정

    개인적으로 정말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정말, 공연실황 DVD라도 나오면 바로 산다... 라는 생각이지만,
    오늘 보니 딱히 찍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T.T)

    앗, 그러고보니 여기에 덧글 남기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항상 눈팅만 하다보니.. ^^

  • 답글: Milfy | 2007/06/22 09:14 | 답글 | 수정

    짧은 시간이 아니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한시도 마음을 못 놓게 하더라구요. :) 2층 둘째줄에 앉았는데, 첫째줄이었다면 막 날뛰다가 아래층으로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어요. [...] 첫 답글 감사드려요~ :)

  • 남박사 | 2007/06/21 02:37 | 답글 | 수정

    난 걍 마아야의 라이브를 눈 앞에서 봤다는 것으로 그저 ㄳㄳ

    Din Don Dan Dan 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Koukai 의 뮤지컬식 구성도 무지하게 마음에 들었음. 프로듀서가 꽤나 똑똑한(뭐 실제로 엄청 유명&유능하겠지만서도) 듯...

  • 답글: Milfy | 2007/06/22 09:15 | 답글 | 수정

    ... 오리가랑 야마네씨가 워낙 뛰어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카모토씨는 입 여는 족족 삑싸리더라구요. =_= 처음에 Torukia 에서 가브리엘라 로빈 파트를 셋이 차례차례 부르는 부분 있잖아요, 거기서 사카모토씨 부분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더라구요. ... 옛날 노래들을 불러준 건 의미가 있는거같기도하지만 ...

  • NuE | 2007/06/21 06:17 | 답글 | 수정

    전 stone walk인가, 네명이서 실로폰 쳤던게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네요^^
    치다가 요코 상이 부끄러워~ 라고 해서 웃었던^^/

  • 답글: Milfy | 2007/06/22 09:16 | 답글 | 수정

    그 부분에서 많이 웃었어요. :) 나중에는 연주가 끝날 무렵에 자기도 모르게 일어서서 박수를 치게 되더라구요.

  • 외계인 | 2007/06/21 11:36 | 답글 | 수정

    세종문화회관이 공연을 위한 장소치고는 음향상태가 굉장히 구리다고 하더라구요. 2층에 앉는게 거의 필수인 공연장이라고 하던데 잘 구경하셨나보네요. (사실 칸노요코 빠들만 갈텐데 선곡이 무슨 영향을 주겠어요. 아무거나 연주해도 우오아ㅗ아ㅗ아와와왕 할 사람들인데..)

  • 답글: Milfy | 2007/06/22 09:18 | 답글 | 수정

    제가 가는 공연들이 몽땅 체조경기장이라든지, 테니스경기장 같은 곳에서 하다 보니 음향 자체에 큰 불만은 없었어요. 말씀하신대로 2층에서 구경해서인지도 모르겠네요. 아무거나 .. 라고 해도 나이대에 따라 서로 반응하는 곡들이 더라더라구요. 96년을 기준으로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이 달랐다던지, 국내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곡들은 아무도 모르더라든지 .. 그런 일들이 있었어요.

  • MAGO | 2007/06/21 16:00 | 답글 | 수정

    공연 잘봤어요. 나중에 돈많이 벌면 감사의 표시로 맛난거 사줄께. 이히히~

  • 답글: Milfy | 2007/06/22 09:19 | 답글 | 수정

    꽤 비싸다고 해도 별로 안아깝더라 =_=

  • addict | 2007/06/22 00:22 | 답글 | 수정

    아 이건 공각기동대 노래들 들어보고 싶었는데
    역시 비용문제때문에 안 가게 되네요..

  • 답글: Milfy | 2007/06/22 09:22 | 답글 | 수정

    처음부터 공각기동대로 네 곡을 연속으로 뽑아내는데, 관객들 분위기가 좀 잼프로젝트스러웠어요. [!?] 이너유니버스, 라이즈 나오고, 비밥 곡이 두 곡 지나간 다음 다시 플레이어가 나왔을 땐 반쯤 정신이 나가있었어요. =_=;;; 혹시 다음에도 공연을 하게 된다면 꼭 와서 보세요.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사람들 전화통화를 들어보니 역시 제주에서 오신 분도 계셨어요. :)

  • 호박탱이 | 2007/06/22 10:45 | 답글 | 수정

    ......가고 싶었지만, 공연 소식을 안 당시에 이미 상황 종료였습니다.
    예매 사이트가 난리가 났었다는둥, 그걸 뚫고 예매 하셨다는둥, 여러분들의 포스팅을 보면서, 눈물만 흘렸지요. ㅠㅁㅜ

  • 답글: Milfy | 2007/07/01 16:17 | 답글 | 수정

    당일날도 예매가 가능했지요. :)

  • 그럭저럭 | 2007/06/24 18:56 | 답글 | 수정

    다녀오셨군요.

    부럽습니다 ;ㅁ;

  • 답글: Milfy | 2007/07/01 16:18 | 답글 | 수정

    저작권 문제 - 사진이나 음원 공유 - 와 스폰서 - 이익이 전혀 없다고 해요 - 문제로 다시 공연하러 오는건 쉽지 않겠지만, 만약 오게 된다면 그때는 꼭 오세요. ㅜ_ㅜ

  • addict | 2007/06/24 23:48 | 답글 | 수정

    역시 사람들의 감상문을 읽어보니
    이거 정말 가야겠다는 의지가 드는데요.:)
    다음 번에 기회가 있다면 꼭 가볼랍니다.
    다만 올해 말에 중국에 반년동안 가는데 그 기간동안 치뤄버리면...으윽

  • 답글: Milfy | 2007/07/01 16:19 | 답글 | 수정

    제 친구 한명도 중국에서 일하는데 아주 죽을려고 해요. [...]

답글을 남깁니다.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요즘에 쓴 글] [예전에 쓴 글]

(C)Milfy / neoocean.net, milfy@neooce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