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모델

요즈음에 재밌게 본 책이 하나 있는데, 게임 제작 어쩌구 하는 책입니다. 책 제목이 표지 그림과 뒤섞여 잘 기억이 안나는데, 여튼 표지에 고페츠 그림이 도배돼 있는 이상한 책입니다. 다들 그림책일 거라고 예상하고 책을 펴본 다음, 의외로 글씨 투성이라는걸 알고는 도로 덮고 지나가더군요. 한 2년 사이에 본 게임 기획과 개발에 대해 써 놓은 책 중에서 가장 나은 책입니다.  이전에 나온 책들을 보면 이론적 배경 없이 일단 달려들어 굴러가며 얻은 개인적인 지식을 나열해 놓은 경우가 많았는데, 이 개인적 지식은 이론이 뒷받침되지 않아 꽤 불합리한 부분을 가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반면에 이 책은 일단 저자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적당한 이론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불합리한 부분이 비교적 적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동감한 부분 중 하나는 게임 기획 단계에서 게임의 플레이 모델을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플레이 모델이라고 해서 플레이 가능한 데모같은걸 말하는건 아닙니다. UI를 만들 때 비주얼베이직 같은걸로 프로세스를 검토할 수 있게 데모 UI를 만들어보는 경우도 있지만, 게임은 일단 코드를 만들기 전에는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모델을 만드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게임이 완성되었을 때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를 기획 단계에서 검토하기 위해 UML 다이어그램을 사용합니다. 유스케이스 다이어그램을 이용해 당장 유저가 게임을 시작하면 뭘 할 수 있는지, 그 할 수 있는 것들 사이에는 어떤 상호적용이 일어나는지를 기록한 다음 기획자들끼리 모여앉아 이걸 리뷰하며 기획을 진행해 나가는 식입니다. UML의 수많은 - -_- - 다이어그램은 재쳐 두고, 클래스 다이어그램과 유스케이스 다이어그램 정도를 가지고도 게임의 플레이 모델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한마디로 종이 위에 게임을 만드는 게임 플레이 모델 제작에 대해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방법은 익숙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비지오나 파워포인트, 혹은 워드에 들어있는 드로잉 도구를 써서 플로우 차트를 그리는 일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지만 유스케이스 모델이나 클래스 다이어그램 같은걸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일단은 배운 적도 없고, 배워서 익숙해지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기획 단계에서, 혹은 라이브 단계에서 기능을 추가하는데도 게임 플레이 모델을 만들고, 이걸 리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래서, 다이어그램을 그리는데 익숙하지 않은 기획자를 위해 플레이 모델을 글로 작성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기획 단계에서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게임이 만들어졌을 때 유저가 게임 안에서 당장 뭘 할 수 있는지를 문장으로 기록하도록 합니다. 문장으로 기록한 플레이 모델은 다이어그램에 비해 리뷰하는데 좀 더 피곤하지만, 새로운 다이어그램과 리뷰 방법을 익히는걸 곤란해 하는 경우에 당분간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러는 사이에 새로운 방법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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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2007/07/25 23:48 2007/07/2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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