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회사에서 퇴근할 때 PC를 끄고 다녔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최대 절전 모드’ 상태로 놓고 집에 왔습니다. 집에서도 그렇게 하고 다니는데, 기나긴 부팅 시간을 기다릴 필요 없이, 한 10초 정도면 작업 가능한 상태로 준비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회사에서 개인 자료 유실 사고를 겪고 난 다음부터는 PC를 꺼놓고 퇴근하는게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물론, 총무 부서 같은 곳에서는 퇴근할 때 사용하는 모든 기기를 끈 다음 퇴근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컴퓨터란 건 일단 켜져 있어야 움직일 수 있고, 밤중에 낮에는 하기 곤란한 작업들을 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밤중에 업데이트, 백업, 조각 모음, 문서 게시 같은 것들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새벽 두 시,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낮에는 잘 하지 않는 SVN 업데이트를 시켜둡니다. 이게 간단한 데이터는 금방 가져오는데, 덩치가 큰 파일은 파일 크기와 전송속도에 비해 아주 느리게 업데이트 되더군요. 그래서 운이 나쁘면 몇십 분 이상 걸릴 때도 있는데, 그냥 밤중에 시켜 두면 아침이면 준비가 끝나 있습니다. 사용하는 두 대의 PC 양쪽 모두에 업데이트 해두면 서로 데이터를 주고 받느라 곤란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새벽 세 시, 백업을 합니다. 회사에서는 개인 데이터를 백업할 방안은 제시해주지 않기 때문에, 지난번처럼 하드를 유실했을 때 작업 데이터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몰라도 개인 데이터는 절대 안전하지 않습니다. 생각같아서는 개인 PC를 사비로 들여와 백업용으로 쓰고싶지만 그도 애매하고, DVD라이터를 들고와 구워버리고 있으면 위층으로 끌려가 쥐도새도 모르게 목이 따일 지도 모르니까 그렇게도 할 수 없습니다. 대신, PC가 두 대니까 서로 상대방에게 백업을 해둡니다. 화, 수, 목, 금, 토요일 새벽에는 증분 백업을 하고, 일요일 새벽에 미러 백업을 합니다. 모든 파일을 백업할 수 있고, 신경 꺼도 되니까 나름 안심이 되긴 합니다만, 이런 백업은 언제나 그렇듯이 ‘PC 두 대가 동시에 고장나지 않으리라는 순진한 믿음’ 이외에는 별로 안전한 방법은 아닐 겁니다.
새벽 다섯 시. 백업 하는데 두시간 이상 걸리는데, 백업이 마무리되고 나면 업데이트를 합니다. 업데이트가 있는 날은 업데이트를 할 거고, 없는 날은 안 할 테지만, 일단 업데이트가 있는 날은 업데이트를 하게 놔둡니다. 갑작스레 엔프로텍트같은게 업데이트 되지만 않는다면 별다른 문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혹시 문제가 생긴다고 업데이트만 롤백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두 시간 전 전체 백업으로 되돌려버릴 수도 있으니까 큰 부담은 안됩니다. 대신, 이 작업으로 PC를 재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에 작업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립니다. 사실은, 재시작된 다음 자동으로 로그인해서 프로그램들을 다 로딩한 다음, 알아서 잠겨 있는 상태가 됐으면 좋겠는데, 그건 어렵더군요. 자동 로그인을 켜고 스크린세이버가 돌아가도록 하는 방법도 있지만, 탐탁치 않습니다.
일요일 새벽에 백업을 하고 나면 업데이트 대신 조각모음을 시키는데, 조각모음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평일 새벽에 돌리면 자칫 출근할 때까지 작업이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벽부터 시작해서 하루 종일 돌아가도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통 휴일에 돌아가게 해둡니다.
제 입장에서는 귀찮은 작업들을 밤중이나 휴일에 돌아가게 해 두니까 편리하기는 한데,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전기요금이 들어갈테니 그리 달가운 일만은 아닐 거란 생각입니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대낮에 조각모음 걸어놓고 빈둥거리거나, 하드를 날려 하루 종일을 시스템 세팅하는데 소모하는 것에 비하면 장점이 될 수도 있겠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더 좋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두대에 복제하는 거면 ‘순진한’ 수준은 아닌 것 같네요. 흐흐. //조각모음은 요새 백그라운드로 조각모음을 해주는 디스크키퍼를 사서 쓰고 있는데 괜찮군요.
조각모음을 실시간으로 하는것도 재미있지만, 평소엔 가만히 신경 끄고 있다가, 저 없을 때 슬쩍 실행되어 있는 쪽이 제 취향에 더 잘 맞더군요. :)
백업은 정말 중요한 거예요..
저의 뜻이 아닌 컴퓨터의 뜻으로 제 컴을 몇 번을 날려 먹어서 ㅠㅠ.
사실 요즘 집에서 하는 백업은 편집증 초기를 의심하게도 한답니다.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