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8 23:18
윈도우 비스타
나온지가 언제인데 이제서야 이런 이야기를 하면 뒷북도 대단한 뒷북이긴 하지만, 주말에 비스타로 갈아탔습니다. 새 운영체제를 설치해서 팔던 PC들이 도로 윈도우 XP로 돌아간다고도 하고, 호환성 문제나 속도로도 말이 많았지만, 나름대로 괜찮아 보이고, 비스타의 새 인터페이스나 몇 가지 기능들이 마음에 들어 비스타로 갈아타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컴퓨터에 뭘 붙여본지 2년쯤 지나서인지 특별히 따로 설치해줘야 하는 드라이버도 없이 비스타에 포함된 드라이버들만으로 웬만한 장치들은 다 자동으로 설정됐습니다. 아직 핸드폰을 꽂아도 인식이 안되는데, 이거만 따로 설치해주면 될 것 같습니다.
가장 긴장한 것은 '얼마나 느릴까'였습니다. 비스타를 설치해서 스던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굉장히 무거워서 업그레이드 하지 않고는 사용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최근에 콜 오브 듀티 4를 2년전 그래픽카드로 돌리다가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그래픽카드를 바꿀 계획은 있었지만, 다른건 아직 계획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 말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첫인상은 듣던 것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일단 윈도우 XP와 비교해서 반응이 빠릅니다. 웬만큼 무거운 프로그램이 뒤에서 돌아가건 말건 작업표시줄이나 시작메뉴, 미리보기 같은 것들이 누르면 바로바로 튀어나옵니다. 작업표시줄에 마우스를 갖다 대면 프로그램의 섬네일이 나오는데, 스크린샷으로 볼 때는 '저거 얼마나 느릴까' 했지만 아무 신경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양은 2년전 그대로지만 체감 속도는 윈도우 XP보다 훨씬 빠릅니다. :)
제어판이 와장창 변해서 애먹었습니다. 윈도우 XP에서 도입된 제어판의 카테고리식 분류는 영 적응이 안돼서 클래식 보기로 버텼는데, 이제는 아이콘 이름들도 바뀌어서 클래식 보기를 해도 뭐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카테고리 보기에 적응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한 대화상자에 묶여 있던 기능들이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서 설정을 바꾸는데 처음엔 좀 헤맸습니다. 다행인 건 검색 기능이 꽤 잘 돌아가서 메뉴에 포함되어 있을 것 같은 글자를 입력하면 바로바로 메뉴를 찾아줘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시작메뉴가 웬만하면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식으로 바뀌어 꽤 편합니다. 시작메뉴에 등록되는 프로그램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등록됩니다. 어느건 '회사이름/프로그램이름'으로, 어느건 '프로그램이름/버전' 등으로 제멋대로인 데다가 자잘한 프로그램들도 모두 한 디렉토리에 설치되기 때문에 화면 위아래를 가득 채우는 걸로 모자라 2단으로 펼쳐지는 시작메뉴는 적당히 관리해주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새 시작메뉴에서는 프로그램 그룹에 프로그램이 늘어나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고, 검색이 잘 돼서 프로그램 그룹이 어떻게 되건 말건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기가 편해졌습니다. 시작메뉴를 적당하게 관리하는 것도 나름 스트레스였는데,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UAC는 예상 대로 무지무지무지무지 불편하고 무지무지무지무지 멍청해 보이는 방법이긴 한데, 써보니 윈도우 입장에서 사용자 권한 제한에 최대한 타협할 수 있는 선이 이정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로부터 관리자 권한을 뺏는게 최고인데, 기존의 윈도우는 대체로 그렇지 못했습니다. 유닉스 계열 운영체제들이 비교적 보안에 덜 취약한 건 사용자 권한 제어로부터 시작하는 건데, 윈도우는 이제서야 첫발을 뗀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원하는 목적을 이루긴 했지만, 관리자 권한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실행하려면 상당히 귀찮습니다.
업그레이드 없이 상당히 빠르게 돌아갈 뿐 아니라 여기저기 바뀐 인터페이스가 생각보다 편해 전체적으로 XP보다 낫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윈도우 XP에서도 안 돌아가는 프로그램 없고 할일 다 잘 하고 있었지만, 새로 변경된 인터페이스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개념을 몇 가지 고쳐 사용이 꽤 편리해진 부분들은 윈도우 비스타로 바꾸는 걸 검토하기엔 충분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