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작년 건강검진 때 의사가 스케일링을 하는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스케일링 받은지 한참 됐기도 하고, 마침 회사에서 가면 싸게 해준다길래 클베 때문에 입에 거품을 물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야근 전 저녁 시간에 스케일링을 받으러 갔습니다. 스케일링은 별 무리 없이 금방 끝났는데, 스케일링 후 치아 검진을 해준다길래 입을 헹군 다음 아 벌리고 누워있었습니다. 의사는 입안 구석구석을 들여다 보더니 좌우상하 맨 안쪽에 있는 이빨들이 모두 충치 1기에서 2기 사이까지 진행됐으니 갈아내고 금으로 씌우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아픈 적도 없었는데 충치가 상당히 진행됐다니 나름 충격이었습니다. 주변에 치아 건강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을 여럿 봤기 때문에 더 진행되기 전에 처리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상담을 해 보니 치아 4개를 처리하는데 60만원 정도를 제시했습니다. 연말이라 한참 자금사정이 나빴기 때문에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그래도 더 놔두면 곤란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날짜를 잡았습니다. 은행 계열의 한 카드를 사용하면 3개월 무이자 할부도 해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클베 준비한다고 하도 바빠서 치료 전날 병원에 전화를 걸어 바빠서 못 가겠다고 하고선 잊어버렸습니다. 그 후에는 종종 며칠이고 밤을 세우고 나면 이 한쪽이 시린 증상은 있었지만, 병원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루이틀 푹 쉬면 괜찮아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건강검진으로부터 1년이 지날 때 즈음 여차여차해서 다른 건강검진을 하게 됐는데, 여기에도 치과 검진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올해 간 병원에서는 치과 검진을 할 때 입 안에 불을 비추고 이리저리 훝어보는 식이 아니라, 코앞에 한 22인치쯤 되는 모니터를 갖다놓고 입안에 비닐을 씌운 카메라를 들이댄 채로 입 안의 풍경을 직접 보며 검진을 했습니다. 의사가 직접 손가락으로 모니터에 나타난 입 안의 여기 저기를 가리키며 설명해 주는데, 내 입 안을 직접 보며 설명을 들어서인지 꽤 잘 이해됐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문제가 있다던 좌우상하 맨 안쪽 치아 4개 중에서 3개는 완전 깨끗했고 나머지 하나에 충치가 1도트만큼 생겨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한 소견은 일단 치료하긴 그렇고, 관리를 잘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자는 것.

이쯤 되니 작년에 당장 치아 4개를 들어내야 한다고 이야기한 의사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렸습니다. 마침 그 병원도 올해 검진을 받은 병원 근처였는데, 잠깐 오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뭐 그렇다고 해서 통장에 60만원이 추가로 생겼다든지, 그런건 아닙니다. 그냥, 의사 말 그냥 믿으면 안되겠단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2007/12/25 18:52 2007/12/2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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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enID Logo가루 | 2007/12/25 22:51 | 답글 | 수정

    충치 1도트만큼...에서 웃어버렸네요ㅎㅎ
    이가 아프기 시작한 후에 치료하면 늦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해진 기간마다 가서 검진을 받으면 나중에 고생도 안하고 돈도 덜 든다고 하구요. 근데 느닷없이 1기에서 2기(뭔말인지는 모르지만;)로 진행되었다고 금 씌우라고 돈은 60만원이라고 견적내주는 건 아무리 봐도 싫으네요.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1/12 13:57 | 답글 | 수정

    눈으로 직접 보니 경각심도 들고 좋더군요. '아 진짜 조심해야겠다' 이런 느낌. ... 근데 1년 전에는 이보다 덜했을텐데 갈아버리겠다고 덤비던걸 생각하니 좀 무섭기도 합니다. ;

  • 소은 | 2007/12/26 21:37 | 답글 | 수정

    멀쩡한 치아를 다 갈아낼뻔 했네요..
    그런데 많아요..뻑하면 치아교정하라고 겁을 빡 주고요.
    뭐, 보기엔 흉하지만 굳이 교정까지 할필요는 없다고 하는 데도 있었어요..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1/12 13:57 | 답글 | 수정

    일단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는데, 꽤 신뢰감이 들더라구요.

답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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