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9 15:47
대응
사실 가끔 일어나는 일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근로계약 이전에 채용을 취소할 수 있고, 근로계약이 이루어진 다음에도 당연히 채용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과 후에 따라 법률적 절차는 상당히 달라지겠지만요.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더 나은 대안이 나타났다면 의사결정을 번복할 수 있습니다. 인정에 따라 의사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저 합격 취소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채용을 취소한 의사결정이나, 어느 지역 사람 운운하는 또라이 발언 같은게 아니라 문제에 대한 대응입니다.
문제나 실수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기업이나 개인이나 가장 많은 이익이 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생겼다면, 정당한 절차를 통해 피해를 보상하는 식의 대응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화가 나서 쓰는 글' 같은 식으로 개인 블로그에 기업의 문제에 대한 대응을 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동정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크게 잘못 생각한 것입니다. 기업의 문제는 기업의 정상적인 발언 창구 - 홍보 부서나, 공식 사이트 같은 것 - 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그래야 이번처럼 사실은 별 것 아닌 문제가 커지는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사과문도 올리고 후속 조치에 들어간 모양이지만, 여전히 기업의 주요 관련자들의 개인 블로그에 대응 아닌 대응이 올라가 있는 모습은 어떻게 봐도 초보적일 뿐 아니라,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사람들이 종종 또라이같은 이유로 네이버를 까는데, 수많은 네이버 직원들이, 혹은 까이는 당사자들이 입이 없어서, 혹은 개인 볼로그가 없어서 그런 수많은 또라이들에게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종종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직원들께서 답글을 남기기도 하시지만, 그분들 대부분은 아마 알고 있을 겁니다.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개인의 입으로 내뱉을 때 그게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요. 반면에 올블로그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기업과 구직자의 문제를 기업에 속한 개인과 구직자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로 만들어 버렸고, 문제가 커지는 동안 기업의 공식적인 입장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화가 나서 쓰는 글' 같은 것들이 돌아다니며 문제를 키웠을 뿐입니다.
큰 회사나 작은 회사,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 혹은 대기업 할 것 없이 언제나 피해자가 생기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있을 겁니다. 피하고 싶겠지만 상황은 일어나버렸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종종 일어날 텐데, '앞으로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같은 사과보다는 채용 프로세스나, 문제에 대한 대응 프로세스를 확립하고, 점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입을 '개인 블로그'같은 걸로 때울 수 있으리라는 착각도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