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

사실 가끔 일어나는 일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근로계약 이전에 채용을 취소할 수 있고, 근로계약이 이루어진 다음에도 당연히 채용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과 후에 따라 법률적 절차는 상당히 달라지겠지만요.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더 나은 대안이 나타났다면 의사결정을 번복할 수 있습니다. 인정에 따라 의사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저 합격 취소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채용을 취소한 의사결정이나, 어느 지역 사람 운운하는 또라이 발언 같은게 아니라 문제에 대한 대응입니다.

문제나 실수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기업이나 개인이나 가장 많은 이익이 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생겼다면, 정당한 절차를 통해 피해를 보상하는 식의 대응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화가 나서 쓰는 글' 같은 식으로 개인 블로그에 기업의 문제에 대한 대응을 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동정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크게 잘못 생각한 것입니다. 기업의 문제는 기업의 정상적인 발언 창구 - 홍보 부서나, 공식 사이트 같은 것 - 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그래야 이번처럼 사실은 별 것 아닌 문제가 커지는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사과문도 올리고 후속 조치에 들어간 모양이지만, 여전히 기업의 주요 관련자들의 개인 블로그에 대응 아닌 대응이 올라가 있는 모습은 어떻게 봐도 초보적일 뿐 아니라,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사람들이 종종 또라이같은 이유로 네이버를 까는데, 수많은 네이버 직원들이, 혹은 까이는 당사자들이 입이 없어서, 혹은 개인 볼로그가 없어서 그런 수많은 또라이들에게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종종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직원들께서 답글을 남기기도 하시지만, 그분들 대부분은 아마 알고 있을 겁니다.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개인의 입으로 내뱉을 때 그게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요. 반면에 올블로그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기업과 구직자의 문제를 기업에 속한 개인과 구직자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로 만들어 버렸고, 문제가 커지는 동안 기업의 공식적인 입장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화가 나서 쓰는 글' 같은 것들이 돌아다니며 문제를 키웠을 뿐입니다.

큰 회사나 작은 회사,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 혹은 대기업 할 것 없이 언제나 피해자가 생기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있을 겁니다. 피하고 싶겠지만 상황은 일어나버렸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종종 일어날 텐데, '앞으로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같은 사과보다는 채용 프로세스나, 문제에 대한 대응 프로세스를 확립하고, 점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입을 '개인 블로그'같은 걸로 때울 수 있으리라는 착각도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2008/03/29 15:47 2008/03/29 15:47

트랙백

  • Tracked from Silver Side Up! Story. 2008/03/30 03:02x
    제목 : 이것저것 잡설

    # 잡설 하나.회사가 어리다. 라는 말은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의 연령대의 평균적 수치가 낮거나, 회사가 설립된지 얼마되지 않았거나, 뛰어난 어빌리티를 보유하고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경험이 없는 직원들이 많거나, 헤더가 경영의 개념이 없는 경우와 함께 구조적 문제점을 항상 가지고 있는 회사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이런 '어린'회사는 굉장히 활기차고 의지가 넘치며, 대단한 열의로 인한 굉장한 속도로 회사의 업무가 처리...

  • Tracked from 아로미(aromi)네 삽질생활 2008/03/30 20:01x
    제목 : 공식 채널과 비공식 채널

    직장이란 곳이 때론 가정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이므로 가족같은 분위기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듯, 뭐든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가장 많은 문제는 업무가 과다해져도 적절한 보상 없이 입닦는 폐혜를 꼽을 수 있고, 조직 외부에 대해 베타성을 띄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건 내부에서 분열이 생길 경우 걷잡을 수 없다는 것. 가족이라 말해도 어차피 혈연은 아니다보니 믿었던 마음에 드는 배신감은..

답글

  • 지나가다 | 2008/03/29 16:22 | 답글 | 수정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사과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한것 아닐까요? 조직의 크기가 문제가 아닙니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유 없이 까는 또라이들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게 두려워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다면 더욱 폐쇄적인 조직이 될 뿐입니다. 조직보다 사람이 우선 아닙니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사람이 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답글: 세라비 | 2008/03/29 19:47 | 답글 | 수정

    지나가다/조직은 사람이 아니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조직의 입장에서 말하기 때문에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것이고, 개인의 감정대로 얘기한다면, '더이상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겠죠.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4/06 23:08 | 답글 | 수정

    세라비님께서 대신 저도 공감하는 의견을 말씀해 주셨네요. 익명 답글은 삭제하기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세라비님의 답글이 있어서 놔두겠습니다.

  • XROK | 2008/03/30 03:01 | 답글 | 수정

    주먹구구식정도까지도 아닌 엄한 대응이, 큰 화를 불러일으켰던 사태(?)였지요
    관련된 글이 있어 트랙백 남깁니다 :)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4/06 23:08 | 답글 | 수정

    회사가 커지는 성장통 같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 그럭저럭 | 2008/03/30 15:46 | 답글 | 수정

    최근 기업들과는 달리 개인이 블로그를 통해서 입장을 밝혔다...라고 해서 좀 신선하고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났군요.
    이런 방법으로 해석 가능하군요.
    이런저런 소리도 많았지만 그래도 진심은 제대로 알려졌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CEO라도 된다면 밀피유님처럼 해야겠군요.

    좋은 경험 하고 갑니다 -_-)/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4/06 23:09 | 답글 | 수정

    친근한 느낌 같은것도 좋지만, 일단 공과 사는 철저하게 구분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aromi | 2008/03/30 20:08 | 답글 | 수정

    저는 정말정말x100 이해가 안되는게 블로그에 올리겠다는걸 대놓고 허락한 부분입니다.
    다음 두번째로 이해되지 않는 건 '내가 이런이런 일을 당했어요'라는 글에 '넌 이래저래해서 당해도 싼 인간이야'라고 올린거구요. 골수팬 이끌고 맞불+마녀사냥이라도 할 셈이었던건지... 문제가 되자 글 바꿀때도 반성의 기색은 없었죠.
    다른 과정이 미흡했던건 이해해줄 수도 있지만 위 두가지는 정말 개념이 잘못된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4/06 23:10 | 답글 | 수정

    사실, 저런 문제를 블로그 같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장소에 올린 것 자체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잘못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답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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