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4 13:49
SKT 3G 불통
퇴근시간에 친구와 저녁 먹으려고 선릉역쯤 와서 전화를 꺼냈습니다. 2G 서비스를 사용할 때는 연결이 되지 않아 'Limited Service' 상태가 될 일이 거의 없어서 몰랐는데, 3G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화장실에만 가도 연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화가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는 상태가 일어나는 것에 상당한 짜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꺼내 보니 전파가 막힐 일이 없는 대로변에서 'Limited Service'가 떠 있었습니다. '이 빌어먹을 전화가 또 말썽인가' 싶어 껐다가 켰는데 계속해서 네트워크에 접속하지 못하더군요. 일단 전화를 써야겠기에 공중전화를 찾아 선릉역으로 내려갔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공중전화 앞에 인상을 잔뜩 찌뿌린 사람들이 자기 전화 디스플레이를 쳐다보며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사람들도 저와 똑같은 상태였고,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본 다음에서야 SKT 3G 네트워크가 불통 상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공중전화가 모두 넉 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두 대는 카드 전용, 한대는 컬러 디스플레이가 달린 티머니카드와 신용카드, 동전을 사용할 수 있는 모델, 다른 하나는 디스플레이는 흑백이지만, 티머니카드와 신용카드, 그리고 동전을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 있었습니다. 전화카드를 살까 하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팔 것처럼 보이는 가게가 없길래, 신용카드로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신용카드로 전화를 거는 건 처음 써보는 거라 어리둥절했지만, 카드를 넣고, 빼고, 기다렸다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또 기다리면 됩니다. 그리고 통화는 안되더군요. 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제 뒤에 신용카드로 통화를 시도하는 사람이 전부 다 그랬습니다. 요즘 개인정보 요출이 대유행인데,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를 수집하는 피싱 기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은 건 동전으로 전화를 거는 방법밖에 없는데, 마침 동전이 없더군요. 지하철 매표소에 가서 동전을 바꿔다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친구와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평소에는 '가서 연락할께'라고 했지만, 연락이 안될테니 '정확히 어디서 기다려라'라고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강남역에 도착해 약속장소에 갔는데, 엇갈린 모양입니다. 강남역을 빙빙 돌아 공중전화를 찾아냈는데, 이번에도 신용카드로 통화를 시도하려는 사람 두어명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무한정 기다리다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고, 전화카드 전용 전화에는 국제전화를 거시는 외국인이 장시간 통화중이었습니다. 어차피 아무도 카드 전화에는 관심을 안 가지더군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다시 한 통화에 2000원을 지불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3G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2G 네트워크는 사용 가능한 곳에서 사용할 수 없다든지, 음질이 개떡같다든지 한 문제야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몇 시간씩 사용할 수 없는 문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또, 식별번호 통합으로 상대가 어느 네트워크를 쓰는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기 때문에 공중전화로 전화를 거는 상대도 SKT 3G 네트워크를 사용해 서로 고달프게 되는 일도 생기더군요.
거기에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역마다 설치된 공중전화 중에, 똑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전화가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카드 전화는 어디서 카드를 판매하는지 적혀있지도 않고, 신용카드 통화는 먹통이며, 티머니카드는 꺼져있었고 오직 동전으로 통화할 수 있는 공중전화가 공중전화 몇대 중 한대 꼴로 있었습니다. 공중전화가 필요한 상황이 돼도 웬만해서는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뉴스에 보니 보상을 신청한 사람에게 5천원씩 요금을 할인해 준다고 하던데,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엉망인 3G 네트워크, 상대 네트워크를 식별할 수 없게 된 전화번호, 겉모양만 번지르르한 공중전화 등등 전체적으로 이동전화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서도, 그게 먹통이 되면 대체할 수단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꽤 걱정스런 경험이었습니다. 전화에 VoIP 클라이언트를 설치해놔야겠습니다. 아, 뉴스에선 18시 40분에 복구했다는데, 22시 30분에도 전화가 먹통 상태이던 저는 뭐가 잘못된 걸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