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빵 3D

어제 디아블로 3 동영상을 보고나서 다른 글을 살펴보니 기대하는 글도 많았지만, 실망하는 글도 많았습니다. 실망하는 글이라면, 전작과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든지, 게임을 몽땅 3D로 만들었으면서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카메라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든지 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3D로 옮겨간 게임들이 무모한 시도를 했다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경우가 생각났습니다.

RTS가 한창 세계를 지배할 때, 웬만한 RTS는 몽땅 2D였습니다. C&C가 그랬고, 워크래프트가 그랬습니다. 겉보기에는 지형에 고저차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화면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실상은 울퉁불퉁한 땅은 그냥 화면 효과일 뿐이었고, 화면을 돌릴 수도 없었습니다. 물론, 고저차는 다크레인이나 타이베리안 썬 같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그렇게 몇 년을 버티다가, 고집불통 RTS 게임들도 드디어 3D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최초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처음 구경해 본 3D RTS 게임은 듄 3였습니다. 듄과 C&C의 여러 가지 면을 계승하면서도, 인터페이스를 제외한 모든 그래픽 요소를 몽땅 3D로 만들었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나, 건물에서 유닛을 생산할 때 나오는 모든 애니메이션이 3D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땅의 고저차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뷰포인트를 맘대로 돌릴 수도 있었습니다!! 네. 제 생각엔 이 뷰포인트 때문에 듄 3가 많은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듄 3는 3D로 만든 RTS 답게 화면을 마음대로 돌릴 수 있었습니다. 원래 C&C는 마우스 오른쪽 버튼은 선택 취소 기능을 했습니다. 한번은 이걸 워크래프트 시리즈처럼 바꿨다가 대단한 불평 속에 다음 패치에서 C&C  오리지널 조작을 추가하기도 했지요. :( 그래서, 듄 3에서는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른 채로 드래그하면 화면이 돌아가고, 휠을 굴리면 확대 축소가 됐습니다. 샌드웜이 나타나면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구경할 수도 있었고, CoH 같은 게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꽤 세세하게 만들어진 유닛을 끌어당겨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재미들이 모두 '게임 플레이'와는 별 관계가 없었다는 겁니다. :( 특히, 화면을 빙글빙글 돌리다 보면 방향감각을 잃기 일쑤였고, 카메라를 리셋하는 키가 따로 달려 있을 정도였습니다.

워크래프트 3는 분명 몽땅 3D로 만들었지만, 뷰포인트를 돌릴 수 없습니다. 이벤트 신에서만 자동으로 뷰포인트가 바뀔 뿐, 게임을 하면서는 돌릴 수가 없습니다. 마우스 휠로 줌인을 하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분명 건물 뒤도 만들었을텐데, 도통 건물 뒤롤 구경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화면을 돌릴 수 없는 대신 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지요. 물론, 이게 워크래프트가 상대적으로 듄보다 더 큰 인기를 끈 이유의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적어도 한 25% 정도의 이유 쯤은 되지 않을까 합니다.

2008/07/01 20:46 2008/07/0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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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enID Logopolarnara | 2008/07/01 22:52 | 답글 | 수정

    3D가 게임 플레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던건 홈월드 정도가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홈월드도 스커미쉬 플레이를 하다보면 위아래 공격은 없고 2D 전장에서만 놀게 되지만요 :p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7/10 11:43 | 답글 | 수정

    웬만한 인터페이스가 아니면 3차원 공간에서 유닛들을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인 모양입니다.

  • 남박사 | 2008/07/02 11:52 | 답글 | 수정

    워3 게임 중 시점 변환 된다.. 휠 마우스로는 시야각을 올리고 내릴 수 있고, Home 키였나 Page Up 키였나 아무튼 그거와 바로 옆키로 각각 좌우 180도씩 돌릴 수 있음. 다만 네 지적대로 고정할 수는 없고, 키를 누르고 있을때만 고정됨. 다시 말해 해당 키를 계속 누르고 있지 않은 이상 그 시점으로 게임을 할 수는 없다는 얘기. 그러나 어쨌든 중요한건 워3도 게임 중 뷰포인트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것(= 건물 뒤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건 다른 얘긴데, 듄3는 시야각을 운운하기 이전에 게임이 너무 속터져서 망했다고 생각함.. 워3와 같은 스피드감도 없고, C&C 처럼 다각적인 전략을 짤 수도 없고...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7/10 11:42 | 답글 | 수정

    아. 게임 중에도 뷰포인트를 꽤 돌릴 수 있었군요. =_= 흠. 다각적인 전략 같은 부분은 좀 의견이 다르네요. 게임이 속터지게 느껴지는건 당시의 사양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지금 다시 해보기 전에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겠지만요.

  • OpenID Logo세라비 | 2008/07/02 20:01 | 답글 | 수정

    COH의 성공(?)을 보면 게임의 성공과는 무관한 듯. 다만, '시점 변경이 가능함'을 승부수로 던지면 실패하겠죠.

    듄3는 그래픽 자체로만 보면 꽤나 훌륭했는데... (거대병기라든가...) 역시 캠페인이 타이트하지 않고 재미없었던 것 같습니다.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7/10 11:41 | 답글 | 수정

    캠페인은 아마 이런 종류 게임에서는 처음으로 승패에 기반한 멀티시나리오가 도입되었었고, 거기에 맞춰 무비까지 만들어져 있었는데, 스토리가 좀 무리한 면도 있었단 생각이 듭니다.

  • OpenID Logodaybreaker | 2008/07/02 21:29 | 답글 | 수정

    혹시 수프림 커맨더(Supreme Commander) 해보셨나요?
    개인적으로는 3D RTS의 가장 적절한 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휠을 이용한 줌인 줌아웃이 거의 무제한이고(유닛 두어 개만 볼 수 있을 정도로 확대한 것에서 화면 안에 맵 전체를 보여줄 정도로 축소한 것까지 휠 한두 바퀴만 돌리면 됩니다. 그렇게 축소하면 유닛이 작아서 안 보이므로 유닛 종류를 구분할 수 있는 전략아이콘으로 표시됩니다.) 시야는 기본적으로 탑뷰 고정이긴 한데 원할 경우 스페이스바를 누른 채 마우스를 움직이면 시야가 돌아가고 스페이스바를 떼면 돌아옵니다. 전투 중에 전투 장면을 감상하기에 딱 좋지요.

    C&C3나 워크3 등 다른 RTS들도 대충 접해보았지만 수프림 커맨더만큼 자유로운 줌인 줌아웃이 안 되는 것이 너무나 답답하더군요. 또 Shift+명령을 이용한 무한 예약 명령이 안 되는 점이나 이미 내려진 예약 명령들을 Shift 키를 누르고 있으면 실시간으로 위치를 바꾼다거나 할 수 있는 점도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지요.

    물론 기본적으로 땅 위에서 싸우는 컨셉의 게임이므로 홈월드같이 완전한 3D 공간을 활용하는 건 아니지만, 지형의 고저차와 같은 부분은 Total Annihilation 시절부터 이미 잘 구현되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전략적으로 활용이 이루어집니다.

    ps. 크리스 테일러가 만든 TA와 Supcom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대의 컴퓨터 사양 중 최고 사양을 요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ㅠ_ㅠ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7/10 11:40 | 답글 | 수정

    말씀하신 사양 문제로 비슷한 시대에 나온 TA나 다크레인은 해봤는데, 수프림 커맨더는 못 해봤습니다. RTS 게임들이 슬슬 3D로 넘어가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요새 이 시대에 나온 게임들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지금 사양에선 분명 잘 돌아갈테니, 구해다 해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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