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1 20:46
안전빵 3D
어제 디아블로 3 동영상을 보고나서 다른 글을 살펴보니 기대하는 글도 많았지만, 실망하는 글도 많았습니다. 실망하는 글이라면, 전작과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든지, 게임을 몽땅 3D로 만들었으면서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카메라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든지 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3D로 옮겨간 게임들이 무모한 시도를 했다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경우가 생각났습니다.
RTS가 한창 세계를 지배할 때, 웬만한 RTS는 몽땅 2D였습니다. C&C가 그랬고, 워크래프트가 그랬습니다. 겉보기에는 지형에 고저차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화면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실상은 울퉁불퉁한 땅은 그냥 화면 효과일 뿐이었고, 화면을 돌릴 수도 없었습니다. 물론, 고저차는 다크레인이나 타이베리안 썬 같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그렇게 몇 년을 버티다가, 고집불통 RTS 게임들도 드디어 3D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최초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처음 구경해 본 3D RTS 게임은 듄 3였습니다. 듄과 C&C의 여러 가지 면을 계승하면서도, 인터페이스를 제외한 모든 그래픽 요소를 몽땅 3D로 만들었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나, 건물에서 유닛을 생산할 때 나오는 모든 애니메이션이 3D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땅의 고저차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뷰포인트를 맘대로 돌릴 수도 있었습니다!! 네. 제 생각엔 이 뷰포인트 때문에 듄 3가 많은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듄 3는 3D로 만든 RTS 답게 화면을 마음대로 돌릴 수 있었습니다. 원래 C&C는 마우스 오른쪽 버튼은 선택 취소 기능을 했습니다. 한번은 이걸 워크래프트 시리즈처럼 바꿨다가 대단한 불평 속에 다음 패치에서 C&C 오리지널 조작을 추가하기도 했지요. :( 그래서, 듄 3에서는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른 채로 드래그하면 화면이 돌아가고, 휠을 굴리면 확대 축소가 됐습니다. 샌드웜이 나타나면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구경할 수도 있었고, CoH 같은 게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꽤 세세하게 만들어진 유닛을 끌어당겨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재미들이 모두 '게임 플레이'와는 별 관계가 없었다는 겁니다. :( 특히, 화면을 빙글빙글 돌리다 보면 방향감각을 잃기 일쑤였고, 카메라를 리셋하는 키가 따로 달려 있을 정도였습니다.
워크래프트 3는 분명 몽땅 3D로 만들었지만, 뷰포인트를 돌릴 수 없습니다. 이벤트 신에서만 자동으로 뷰포인트가 바뀔 뿐, 게임을 하면서는 돌릴 수가 없습니다. 마우스 휠로 줌인을 하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분명 건물 뒤도 만들었을텐데, 도통 건물 뒤롤 구경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화면을 돌릴 수 없는 대신 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지요. 물론, 이게 워크래프트가 상대적으로 듄보다 더 큰 인기를 끈 이유의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적어도 한 25% 정도의 이유 쯤은 되지 않을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