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획자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일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왜 시작되었고, 이 일이 끝나면 어떻게 진행될지도 알고 있지만, 가끔 지금 하는 일이 개발에 도움이 되긴 되는 건지, 혹은 팀에 도움이 되는 건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저는 '기획자'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출근하는 길에 회사 옆 편의점에서 쵸코우유를 하나 사들고 들어가 모니터가 밝아지는 동안 단숨에 우유를 마셔버리고는 태스크바에 처박혀 있는 아웃룩과 원노트를 끄집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사실은 아웃룩과 원노트를 끄집어내면서 브라우저 하나를 실행하는데, 셋 중에 가장 먼저 뜨는 프로그램을 먼저 쳐다봅니다. 보통은 브라우저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데, 이걸로 포탈 사이트의 뉴스를 보며 삼십분쯤 허송세월을 보냅니다.

오후에는 문서를 만들거나, 문서에 들어갈 그림이나 표 같은 것들을 만들며 시간을 보냅니다. 보통은 이걸 '기획서'라고 하는 모양인데, 저는 이 문서들이 '기획서'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 문서들은 일종의 작업 설명서 같은 것들입니다. 프로그래머나, 리소스 제작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왜 만들어야 하는지가 적혀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획서'라는 것들은 제가 만들고 있는 문서보다는 좀 더 상위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이 제가 만드는 '작업 설명서'입니다.

그렇게 문서를 만들다 보면, '개발팀에 과연 기획자는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 개발의 '디렉팅'은 분명 그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일관성 있게 담당해야 합니다. '우리 게임에 카메라가 가끔 1인칭으로 전환되어도 상관 없나?' 같은 질문은 디렉터가 아니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보조기획자가 하는 일은 사실, 꼭 '기획자'가 아니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소양을 갖춘 프로그래머나, 리소스 제작자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조기획자가 문서화나 정의 같은 것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어느새 수년째 같은 일을 하면서 아직도 기획자가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 분명 이상하지만, 아직 '게임 기획자'가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식인에 한번 물어봤는데, 여기도 제가 생각하는 기획자의 진짜 역할이 뭔지 답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네요. =_=

2008/07/06 02:27 2008/07/06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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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KAISTIZEN 2008/07/06 14:17x
    제목 : 회의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일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왜 시작되었고, 이 일이 끝나면 어떻게 진행될지도 알고 있지만, 가끔 지금 하는 일이 개발에 도움이 되긴 되는 건지, 혹은 팀에 도움이 되는 건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출처: 게임 기획자 얼마 전까지 똑같은 고민만 하다 의욕을 잃었던 게임 개발자. 최근엔 목표를 다시 정해서 정신 차리려 노력하는…

답글

  • OpenID Logokz | 2008/07/06 06:48 | 답글 | 수정

    아마도 이런 게 주화입마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생각이 필요하긴 하지만 지나치게 깊게 파고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원하시는 답은 드릴 수 없겠구요. :) 그 답을 아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습니까?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7/10 11:37 | 답글 | 수정

    요새 날이 더워서 우울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일단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게 중요하겠다 싶어요.

  • errai | 2008/07/06 17:21 | 답글 | 수정

    소양을 갖춘 프로그래머나, 리소스 제작자들이 풀타임으로 하기 힘든 작업을 하시는거죠.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혹은 약간 매너리즘에 빠지셨다면 프로그래밍을 해보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7/10 11:36 | 답글 | 수정

    넵. 고맙습니다. :) 전부터 생각만 하던 검색 스크립트라도 만들며 수양을 쌓아야겠습니다. :)

  • 답글: Oz | 2008/07/11 20:19 | 답글 | 수정

    안녕하세요 ^^
    저는 게임기획자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제가 아는바로는 게임기획자는
    개발의 총괄 디렉터 즉 영화로 치면 감독급의
    아주 중요하고 멋진 일 이라고 생각되엇는데
    그런 멋진일을 하시는 분께서 이렇게 쓰신 글을보니
    제 가슴이 메어지는군요.. 힘내세요!

    글쓴이님의 글중에서 가장 눈에 띄였던게
    "일관성" 이라는 단어였어요

    프로젝트의 방향성의 기준! 이라는거겠죠.
    보조 기획자라고 말씀하시지만. 언젠가
    메인 디렉터로써 개발에 임하실 그날을 위해서
    오늘 하루도 힘내시고 기운내세요!

    보조기획자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 하실지 몰라도,
    그런 글쓴이님을 부러워 하고 기대하고있는
    최소한의 한 사람은 여기 있으니까요^^

  • 소니아 | 2008/07/09 13:20 | 답글 | 수정

    기운내세요~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7/10 11:34 | 답글 |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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