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30 02:06
mplayer
요즘 세상에 마음에 드는 음악 플레이어를 구하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사과에서 호구팟 시리즈를 내놓은 후로 나온 갖은 음악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주 용도가 음악을 들려주는 거라는 사실을 잊은 모양입니다. 다들 삐가번쩍한 LCD를 달고 동영상도 틀어주고 이거도 되고 저거도 되고 난리도 아닙니다. 사실 대충 CPU 달려있고 스토리지 달려있고 LCD 달려있으면 프로그램으로 이거저거 다 되게 만들 수 있지만, 다루기도 힘들고 있어봐야 가격만 올라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일단 호구팟 셔플과 함께 몇 안되는 한자릿수 만원짜리 음악 플레이어이고, LCD도 안 달려있고, 가볍고, 한 열시간쯤 들을 수 있는 사양은 거의 같습니다. 원래 호구팟을 워낙 싫어하지만 호구팟 셔플은 나쁘지 않다 싶어 마지막까지 고민했는데, 집게보다는 목에 거는게 좋겠다 싶어 B20 수리 맡기고 옆에서 눈깔플레이어를 사왔습니다.

눈깔플레이어는 꽤 작고 정말 음악 들려주는 것 이외의 기능이 없고, 커다랗고 삐가번쩍한 LCD도 안 달려있어 요구사항에 거의 들어맞는 플레이어입니다. 애초에 원하지 않는 입력이 가능한 구조가 아니라서 귀찮은 기계식 홀드버튼 같은 것도 없고, 그냥 USB에 꽂으면 충전도 되고 파일 옮기기도 되고, 이어폰 꽂으면 소리 나오고, 정말 기능 자체에 충실합니다.
나름 예쁘장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본 것과는 달리 귀 부분이 좀 더 누런 색입니다. 사진이야 조명 빠방하게 해서 잘 찍었겠지만, 사진 보고 가면 좀 실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델이 처음 나왔을 때는 앞모습만 보고 정말 괜찮은 모양이다 싶었는데, 실제로 보면 여기 저기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애매한 모습입니다. 특히 정수리 한복판을 내리꽂게 만들어진 이어폰 잭 덕분에 잠시 한니발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
음악 플레이어가 더 이상 음악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한 시장에서 몇 안되는 음악만 들려주는 플레이어입니다. 저처럼 복잡한 디지털기기를 다루는데 자증나신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