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5 00:01
하지만 대단한걸!
며칠 전에 작은 컴퓨터를 하나 샀습니다. 기준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넷북'이란 범주에 드는 컴퓨터인 모양입니다.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사용한 컴퓨터가 기준인가 했는데, 가끔 데스크탑에도 쓰이니까 그건 아닌 것 같고, 크기가 작아서 그런가 하면 또 UMPC들이 버티고 있으니 정확히 이게 왜 넷북이라고 불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스토리지가 아주 작아서 뭔가 하려면 어떻게 스토리지 사용 없이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했지요.
빅뱅이론을 보고 있습니다. 한창 우울한 도중에 신나는 드라마를 보게 돼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시즌 1의 에피소드 9에서 이런 내용을 봤습니다. 전등에 수신기를 달고, 인터넷을 통해 집안의 여러 가지 기기들을 조작하는 내용인데요, 겉보기엔 전등이 켜지는 정도이지만 명령을 내리는 노트북과 전등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생각해보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하워드의 설명대로 신호가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일어나는 대단한 일이지만, '마트에서 유니버설 리모컨 하나 사면 되지 않아요?'라는 한 마디에 모두 무너지고 맙니다.
이런 내용을 며칠 전에 산 컴퓨터로 침대 위에서 수영 하며 보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침대 위에서 수영하며 노트북으로 빅뱅이론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입니다. 일단, 이 컴퓨터에는 스토리지가 8기가밖에 없고, 운영체제와 페이지 파일과 하이버네이션을 위한 예비 공간과 드라이버와 최소한의 기본 프로그램만으로도 아슬아슬하게 됩니다. 그래서 동영상을 돌리기에 충분한 사양이지만 도통 동영상을 볼 수가 없지요. 그래서 파일 서버에 무선으로 연결해 동영상을 봤습니다. 실시간 스트리밍으로요.
그러니까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거냐면, 제가 침대 위에서 엔터키를 눌러 곰플레이어를 실행시키면 이 신호는 공기중을 날아 무선공유기로 넘어가고, 무선공유기에서 FTTH 모뎀을 거쳐 지역 ISP로 날아간 다음, 바다를 건너 LogMeIn 사의 서버에 접속해 제가 요청한 파일 서버가 어디 있는지 찾아낸 다음, 다시 바다를 건너 지역 ISP로 날아와 제 FTTH 모뎀으로 돌아와 무선공유기까지 온 다음, 유선으로 물려 있는 스위치 허브를 한 바퀴 훑어 지금은 파일서버로 사용되는 구형 노트북에 물려 있는 USB 스토리지에 있는 동영상 파일을 읽어낸 다음, 다시 스위치 허브와 무선공유기를 거쳐 공기중을 날아 제 노트북으로 돌아와 동영상을 보여주는 겁니다!
... 사실은 침대에서 기어나와 책상 위까지 걸어와서 파일 서버에 윈도우 파일 공유로 공유되어 있는 동영상 파일을 그냥 보면 되는거지만 ... 일단 침대에서 나오기도 귀찮고 할 수 있잖아요! ... 내가 고화질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해서 보는데 제 노트북과 제 파일서버 두 대를 제외하고도 전 세계의 최소한 석 대의 서버와 고속 인터넷 회선이 동원된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 결과는 결국 동영상이 나오는 것 뿐이긴 하지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