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27 15:53
텍스트큐브는 깡패다
이따위 표현을 쓰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한참 고민했지만, 이 표현을 대신할만한 다른 표현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이런 표현을 쓰게 됐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블로그 도구나, 수많은 게시판 스크립트 중에 이정도의 복잡함과 이정도의 불친절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도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도구를 사용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운영자가 마음대로 내 글을 삭제하지 않는 것에 대한 보장 정도입니다.
어느날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했더니 관리자로 로그인 할 수가 없었습니다. 워낙 엉망진창인 관리자모드라 로그인 자체를 꺼렸지만 설정을 바꿀 일이 있었는데, 로그인이 안 됐습니다. 오픈아이디 인증이 안 되었는데, 오픈아이디 말고 그냥 관리자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로그인하니 로그인이 됐습니다. 아마 오픈아이디 인증에 문제가 생긴 모양인데, 그날 이후로 지금도 오픈아이디 인증은 불가능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블로그에 오픈아이디로 답글을 달려는 사람들 모두요. 포럼에서 찾아봐도 문제가 있다는 글 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아주 어려웠습니다.
저는 어떤 도구건 도메인 루트에 설치하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각 도구마다 개발자들이 다른 도구를 의식하지 않아서인지 도메인 루트에 설치하면 다른 스크립트 디렉토리와 겹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오동작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 텍스트큐브도 './blog' 아래에 설치해 단일 블로그 모드로만 사용합니다. 다중 블로그 모드를 사용하면 단일 블로그 모드 때 사용하던 주소를 전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다른 도메인에 블로그를 하나 열면서 여러 사람이 블로그를 써야 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도메인 루트에 텍스트큐브를 설치하게 됐습니다. 설치 후에 깜짝 놀랐는데, 텍스트큐브 이외의 모든 디렉토리에 접근할 수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한참을 검색한 다음에 텍스트큐브가 '.htaccess' 파일을 바꿨기 때문이라는 것과, 다른 디렉토리에 접근하려면 이 파일에, 접근하고 싶은 디렉토리 이름마다 설정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른 스크립트도 '다른' 스크립트의 동작을 의식해서 만들지는 않지만, 이정도면 악질적인 방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규식을 배워야만 했습니다.
스킨을 수정하는데, 캐시 때문에 페이지에 반영이 바로바로 되질 않았습니다. '어딘가에서 캐시를 끌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지독하게 싫어하는 관리자모드를 여기 저기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딘가엔 분명히 있을거야'라고 생각하고 '센터..글..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꾸미기..플러그인..설정..서비스관리..'메뉴를 뒤졌습니다.
일단 제 상식선에서 몇 가지 후보가 있었습니다. 일단 스킨 캐시에 관한 거니까 '꾸미기' 메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데이터에 관한 거니까 '설정'의 '데이터 관리'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물론 양쪽 모두에도 없었는데, 한참 메뉴를 마우스로 훑으며 올라가는 혈압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저 구석에 처박혀 있는 '서비스관리'의 '서버'메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그러니까, 개발자는 'config.php를 수정하는 메뉴는 하나로 묶어야지'라고 생각했나봅니다. '서버' 메뉴에는 온갖 연관성 없는 이상한 설정들이 원래 '설정' 메뉴와는 관계 없이 모여 있었습니다. 여기서 스킨 캐시를 끌 수 있었지요.
그런데, 캐시를 끄고 작업하는 동안에는 바로바로 스킨 변경이 반영되다가 스킨을 켜자 ... 이전에 만든 캐시를 다시 사용하는 겁니다. ... 결국 FTP에서 스킨 캐시 디렉토리를 내가 직접 삭제한 다음에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스킨을 수정해놓고 한참을 웃고 있었습니다.
텍스트큐브는 깡패입니다. 엔지니어들만 모여서 만들면 뭐가 나오는지, 엔지니어가 기획도 하고 개발도 하고 CS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입니다. 텍스트큐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텍스트큐브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에 준하는 지식을 갖추거나, 티스토리 초대권을 찾는 편이 낫습니다. 언젠가는 분명 텍스트큐브도 글을 쓰는 유저에게, 글을 읽는 유저에게, 서버에게, 같은 계정에서 돌아가는 다른 스크립트에게 깡패처럼 굴지 않는 때가 오기는 하겠지만, 앞으로 한동안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