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같은 돋보기

사실은 ‘좆같은’이라고 쓰려다가 참았습니다. 제목에 그렇게 적으면 여러 곳에서 꼴사납게 보일 것 같았거든요. 오래 전에 적어 둔 돋보기에 대한 글에 윈도우에 기본 내장된 ‘내게 필요한 기능’에 대한 트랙백 이 날아와 있었습니다. 일단 ‘하아~’ 하고 한숨 부터 내뱉었는데, 그 이유는 윈도우의 ‘내게 필요한 기능’에 들어있는 스크린 리더, 돋보기, 화면 반전 도구 중에서 똑바로 실무에 써먹을 수 있는 도구는 단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fuckingaccessibility 애초에 스크린 리더는 한글 윈도우에는 들어있지도 않으니 넘어가고, 화상 키보드는 그나마 쓸만하니까 넘어가면 남은 건 ‘돋보기’ 뿐입니다. 이 돋보기 프로그램은 마우스 커서나 캐럿 위치를 추적해 화면의 고정된 영역에 확대해서 보여줍니다. 화면을 확대할 비율을 콤보-_-박스를 이용해 조정할 수 있고, 화면을 반전할 수 있어 시력이 약해 가느다란 획을 잘 구분할 수 없는 경우에 매우 유용합니다. … 라고 말할 것 같았으면 제목에 ‘거지같은’ 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겠지요. 방금 말한 것들이 장점이고, 단점은 ‘실제로는 써먹을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하다’는 것이 딱 하나뿐인 단점입니다.

일단, 화면의 고정된 영역에 위치하며 화면의 상하좌우에 도킹시키거나 윈도우로 꺼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 자체부터가 에러입니다. 화면 안에는 확대해서 봐야 할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마우스 커서나 키보드 캐럿이 위치한 부분을 확대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두 문서를 동시에 열어놓고 한쪽 문서를 읽으며 다른 쪽 문서를 편집해야 하거나, 포토샵 같은 도구에서 툴박스와 마우스 커서 위치를 동시에 쳐다보며 작업해야 한다든지 하는 ‘매우 일반적인’ 실제 컴퓨터 작업에 전혀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또 이 도구는 기본적으로 가로 방향이나 세로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좁은 영역 이상의 영역을 필요로 하는 모든 작업에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텍스트를 확대해서 ‘읽기만’ 한다면 뭐 한번에 두어 줄 씩 읽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문서를 읽어보면 그렇게 읽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경험인지 알 수 있습니다. 궁금하시면 내게 필요한 도구의 돋보기 프로그램을 실제로 한 시간만 써보면 됩니다.

지금까지 사용해본 돋보기 프로그램 중에서 그나마 실제 컴퓨터 사용에 적용할 만큼 사용자를 배려한 프로그램은 줌잇과 마이크로소프트 인텔리포인트 돋보기 정도입니다. 그나마 줌잇은 화면 확대 기능은 편리하지만 정지화상만 확대할 수 있지요. 윈도우 내장 돋보기 프로그램을 포함한 그 외의 돋보기 프로그램들은 사실상 쓰레기나 다름 없습니다. 실제로 도저히 사용할 수 없습니다. 윈도우가 아직도 10년은 족히 넘은 이런 쓰레기 같은 사용자 지원 프로그램을 내장하고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깝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이런 기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기능이 너무 거지같아서 이 기능을 사용 조차 하지 않고, 당연히 피드백을 주지도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 Responses to 거지같은 돋보기

  1. 열이아빠 says:

    요즘 주로 사용하는 돋보기 프로그램입니다.
    이전 글에서 언급하셨는지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http://www.workerscollection.com/wcollect/english/html/index.html
    무료기능만으로도 괜찮고 유료버전같은경우에는 듀얼모니터를 지원해서 위에서 말씀하신 포토샵 작업같은 경우도 유용하게 사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Milfy says:

      이런 프로그램도 있네요. 웬만한 돋보기 프로그램은 대부분 사용해봤다고 생각했는데, 한번 써 보고 비요해 보겠습니다. :)

  2. miriya says:

    항상 “내게 필요한 기능”은 내게 필요없는 기능이었습니다.
    저거 아마 제가 입문하던 윈도우즈 3.1때부터 저 이름이었다고 기억하는데, 당시에 이름 보고 혼란스러워하던게 기억나네요. 과연 내게 필요한가? 기능 작동해보고 이걸 대체 어디 쓰라는건지 난감해했지요.

    • Milfy says:

      저딴거 붙여놓고 모든 사람을 배려했다고 말하는 것도 웃기고, 자신은 절대 쓸 일 없으니 그 말이 정말인가보다 하고 속는 경우도 있는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

  3. hey says:

    요즘 U100을 사서 해킨토시를 깔아 맥을 생전 처음 써보고 있어요. 맥에는 기본적으로 화면 확대 기능이 있더군요. 컨트롤 휠이던가? 키를 누르고 휠을 돌리면 화면 자체가 확대되더군요. 재미난 경험이었어요.

    • Milfy says:

      그러고보니 맥에선 화면 확대를 어떻게 지원하는지 모르겠네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화면을 확대하면 폰트 사이즈를 늘려서 화면이 깨지고 실제로 별 도움이 안 되거든요.

  4. 계란소년 says:

    요즘 제 컴퓨터가 이상해져서 화상키보드가 디폴트로 켜집니다. 부팅할 때마다 짜증납니다.

    • Milfy says:

      가끔 로그인할 때 손에 뭘 들고 먹고있으면 화상 키보드로 로그인할 때가 있습니다. :)

  5. 정철 says:

    비스타 돋보기 프로그램지우려 해요!~ 어디서(제어판-프로그램-프로그램 제거또는 변경)) 어떻게(삭제 프로그램) 무엇(돋보기 프로그램 명칭 몰라서..?)을 삭제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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