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0 00:59
스마트폰 외면하기
‘외면 당하는 스마트폰…’이라는 기사를 보다가, 정말 이런 기사에 나온 것이 스마트폰이 국내에서 외면 당하는 이유이고,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고 여기에 어울리는 정책을 통신사에서 펼친다면 한국에서는 영원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거나, 적어도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되기는 틀렸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국내에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애초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해외에 발매된 스마트폰을 국내에 들여올 때 자주 일어나는 일이 GPS 기능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DMB 기능을 넣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DMB를 보는 사람들이 ‘있고’, 기왕이면 국내에 특화된 기능을 넣어 주는 것이 맞겠지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핸드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똑같이 하기 위해 비싼 돈 주고 스마트폰을 구입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다른 핸드폰에서도 할 수 있는 DMB를 보겠다고 스마트폰을 구입하지도 않았겠지요. 이들에게는 오히려 DMB보다는 이동하며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특성에 걸맞는 GPS 기능이 더 중요합니다. 대다수의 보통 핸드폰 사용자들에게 DMB는 좋은 선택이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결정은 곤란합니다.
느린 속도도 스마트폰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라고 합니다. 대체 스마트폰은 왜 그렇게 속도가 느린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적어도 핸드폰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나은 경험을 줘야 기존 핸드폰 유저들도 스마트폰에 관심을 가져 보겠지만, 이상할 정도로 느려 터진 스마트폰을 참고 사용할만한 사용자는 없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그렇게 느리냐 하면 사실 그렇게 느리지 않습니다. 제 경험을 예로 들면 국내에 출시된 블랙잭에 포함된 SMS 기능은 정말 거지같이 느리고 쓸모 없습니다. 이 정도라면 스마트폰이 인기 없을 이유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해외에 출시된 같은 모델에 포함된 MS SMS를 사용해 보면 느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냥 핸드폰에 비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굳이 ‘모바일 네이트온’같은 걸 사용하지 않아도 SMS 자체를 메신저와 유사한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합니다. 다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인데, SKT 버전의 블랙잭에 원래 들어있는 이메일 프로그램은 그 드높은 악명에 걸맞는 스마트폰에 어울리지 않는 인터페이스와 거지같이 느린 속도를 자랑합니다. 물론 블랙잭 해외 버전의 이메일 클라이언트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대체 무엇 때문에 국내에 발매되는 스마트폰은 그렇게 느려 터진 걸까요.
스마트폰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또 한 가지 요인은 무시무시한 데이터 요금제입니다. 이미 10년이 넘는 기간에 걸친 학습을 통해 모바일 인터넷을 잘 못 사용하면 좆된다는 본능이 모든 사람들에게 깔려 있습니다. 아무도 무시무시한 네이트 버튼을 함부로 누르지 못합니다. 모바일 메신저는 인터넷의 한 부분일 뿐이지만 SKT에서는 모바일 네이트온을 위한 전용 데이터 요금제가 출시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애초에 인터넷 요금 자체에 문제가 없다면 이런 비정상적인 특정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댓가를 요구하지는 않았겠지요.
지금의 이동통신사는 스마트폰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고, 외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음성통화 매출은 줄어들고 데이터 통신 수요는 10년에 걸친 학습으로 쉽게 늘어나질 않습니다. 사용자의 수요는 음성 통화에서 SMS로, SMS에서 다시 데이터 통신으로 옮겨 가고 있지만 막상 그걸 위해 데이터 요금제를 손보고, 사용자들이 더 폭넓게 단말기를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쥐어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스스로 예측할 수 없음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통신사는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척 하지만 철저하게 스마트폰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회사의 수익구조가 음성통화에서 데이터 통신으로 옮겨 가지 못하고, 혹은 너무 늦게 옮겨 가는 과정에서 많은 손해를 보게 될 테지만 일단 지금 당장의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런 기사를 내며 통신사가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면서도 왠지 ‘해외에 널린 쓸만한 스마트폰’은 국내에 여간 해서 출시되지 않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