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7 22:15
공짜는 없다
저를 포함하는 소위 인터넷 세대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에 익숙합니다.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그 사람의 미니홈피나 블로그 같은 곳에 가서 답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아니면 내가 글을 써서 그 사람의 블로그에 트랙백을 보내기도 하지요. 이런 방법의 장점은 굳이 그 사람과 내 시간이 동기화되지 않아도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면 더 빨리, 오해 없이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시간을 동기화 해야 합니다. 모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야만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온라인으로만 의견을 나누고 주장을 이야기하면서 어느 사이엔가 이렇게만 해도 세상이 올바르게 굴러갈 거라는 착각에 빠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의 시간을 동기화하지 않아도 충분히 내 주장을 이야기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들을 수는 있지만 이런 생각과 행동은 온라인에 국한됩니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 모든 이야기는 물리적으로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나의 주장은 단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기도 어려운 시끄러운 팬이 돌아가는 기계 덩어리 안에 보관 되어 있을 뿐입니다.
다른 사람과 시간을 동기화한다는 것은 내 시간이나, 돈이나 노력에 손해를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온라인에서는 그냥 리플 달고 컴퓨터를 꺼 버리면 그만이지만 거리로 나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일단 내 잘 시간도 손해 봐야 하고, 기름값이나 차비를 손해 봐야 하며, 그곳까지 가는 시간과 키보드로 몇 글자 두드리면 그만인 의견을 이야기하기 위해 입 아프게 지껄여야 하는 수고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내 것은 아무것도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하면서 세상이, 역사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굴러가기를 바랬는지도 모릅니다. 좀 더 간단하게 말해서 우리는 역사가 공짜로 굴러갈 거란 착각 속에 빠져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키보드를 두드려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똑바로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어땠을까요. 저를 포함한 소위 인터넷 세대들이 재잘거리는 의견은 위에 이야기한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쇳덩어리 안에 들어가 있을 뿐이 아니었을까요.
세상은, 역사는 내가 키보드와 모니터 앞에서 재잘거리는 동안에는 결코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라도 역사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하기를 원한다면 내 것을 손해 보고 세상과 역사의 물리적인 공간 안으로 뛰어들 때 가능한 것이고 결코 지금처럼 공짜로 역사를 소비하는 것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한 주쯤 전에 태양을 가릴 만큼 많은 만장 사이를 걸어가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