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습관의 변화

이곳에 가끔 들리시는 분들은 제가 백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파일을 복사하는 수준의 백업이나, DVD 몇 장에 ‘꼭 필요한 데이터’ 정도를 어쩌다가 한 번씩 구워두는 수준의 백업이 상당히 위험하고, 그 귀찮음에 비하면 없는 것과도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저 자신도 하드디스크에 주기적으로 자동 백업이 되도록 하고, 회사와 집에서 각기 다른 백업 방법을 사용해 보면서 장단점을 비교해 보기도 했습니다. 몇 번인가 사고가 일어났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실제로 ‘새 하드디스크 구입 비용’을 제외하고는 손실을 입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사고는 일어났습니다. 오래된 ‘IBM Thinkpad X22’를 서버로 사용하며 여기 물려 집안에 있는 여러 PC에 음악과 동영상을 중계하고, 집과 회사 사이에 SVN 서버로도 사용하던 디스크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회사에서 SVN 서버가 응답이 없길래 ‘오래된 노트북이 또 멈췄나보군’ 하고 별 문제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확인해 보니 오히려 노트북은 몇 주에 걸쳐 전혀 문제 없이 돌고 있었고, 하드디스크가 인식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결국 되살릴 수 없었지요.

중요한 점은 이 디스크는 백업이 없었다는 겁니다. –_- 사실 여기 저기서 모은 동영상 파일은 솔직히 이야기해서 100% 불법 동영상입니다. 영화, 드라마 등등, ‘구입할 방법이 없다’는 건 사실 핑계이고, 어떻게든 댓가를 지불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 동영상들에 대한 제 생각도 “뭐 날아가도 할 수 없지” 수준이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이게 날아가 버렸습니다. SVN 리파지토리도 회사와 집 사이에 파일 동기화에 너무너무 편리하게 사용했지만 이것 역시 윈도우 7로 넘어오면서 슬슬 다른 ‘덜 삽질스러운’ 방법을 찾아보려고 하던 중에 날아가 버렸습니다,

언제 날아가도 ‘하는 수 없지’ 하던 데이터였지만 막상 사라지고 보니 상당히 아쉽더군요. :(

그 후로 몇 주 사이에 꽤 많은 습관을 바꿨습니다. 일단 거대한 용량을 차지하던 사진을 구글 스토리지 200기가를 구입해 모두 에 올려놨습니다. 웬만한 문서나 PDF 파일 따위는 개인 계정에 있는 위키에 정리하거나, 구글독스에 올렸습니다. 집과 회사의 파일 동기화는 드롭박스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행동은 아주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던 서비스 공포증과 반대인 행동입니다. 웹서비스는 언제 망할지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그런 서비스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제 주변의 데이터들이 더 이상 저 스스로 관리 부담을 지기에는 너무 빨리 변하고, 많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부분을 웹서비스에 의존하면서 제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사진 파일을 메인 PC와 다른 두 개의 백업디스크에 보관하는 대신 메인 PC, 메인 PC의 백업 디스크, 피카사웹에 보관하는 쪽이 더 안전하고 속편합니다. 문서는 구글독스에 올려놓는 편이 내 하드디스크보다 안전하고, SVN 서버를 굴리며 거대한 파일을 리파지토리에 집어넣는 삽질을 하느니 드롭박스가 백배는 편합니다. 관리 부담이 줄어든 대신 문서를 읽고 사진을 구경하는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SDC10423

결국 다 치우고 백업장비는 이거 하나 남았습니다.

물론 동영상 + SVN 리파지토리 디스크가 날아갔다고 해서 백업을 모두 없앤 건 아닙니다. 여전히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곧 9년차에 접어드는 ‘IBM Thinkpad X22’ 노트북 서버는 돌고 있고, 메인 PC에 물린 백업디스크 하나는 남겨놨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이 정도는 남겨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지노선이지만 어쩌면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하드디스크 대신 윈도우7 DVD 한장 덜렁 놔두고 장애가 생기면 윈도우 DVD만 넣고 부팅한 다음 복구는 어디 붙어있는지 모르는 서버로부터 전송 받아 진행하게 될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백업 디스크는 하나만 남았고 백업을 관리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을 시간을 벌었습니다. 물론, 제 데이터는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 어느 서버에 가 있는지 알 수 없게 됐습니다.

2009/12/20 22:14 2009/12/20 22:14

,

트랙백

답글

  • 김경환 | 2009/12/20 23:25 | 답글 | 수정

    저 역시 중요한 데이터 소실의 뼈아픈 기억을 같고 있고, 어느 곳의 데이터든 장소 관계없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추구하다보니 기본적으로 백업 외장하드만 항상 3개가 기본적으로 돌고 있었는데요, 최근엔 아이맥의 타임머신(저도 데이타모어 외장하드네요 ㅎㅎ)만 남기고 나머진 치워버렸습니다.

    사용하는 디바이스가 많아지면서 여기에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결국 그렇게도 싫던, 언제 망할지 모르는 웹서비스를 찾게 되더라구요. 요샌 가격도 많이 저렴하면서 데이터 공간도 넓직한게, 골치 아픈 동기화 신경안써도 되고. 아이폰을 쓰면서는 더더욱 잘한 선택 같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드롭박스 50GB를 쓰고 있는데 많이 모자란 감이 있어 업그레이드 할까 합니다. (사진 때문이었는데 지금 보니 피카사가 굉장히 싸군요.)

  • 답글: Milfy | 2009/12/22 23:07 | 답글 | 수정

    VPN 안에 FTP를 열어놓고 쓰니 아무데서나 접근 가능해서 참 편했는데, 기약 없이 하드가 날아가버리니 이번에는 '아 여기도 백업을 만들어야겠구나'란 생각보다는 '이제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습니다. 구글스토리지에 사진 다 옮기고 나니 커다란 스토리지가 별로 필요하지 않게 된 점도 이유이겠지요. 드롭박스는 너무 마음에 드는데 고민스러워서 '구글 스토리지보다 비싸서 안써야지'라고 생각하며 버티는 중입니다. 혹은 '혹시 구글이 사 주지 않을까 ㅜ_ㅜ' 라고도 생각해보고요. :)

    이전에는 웹서비스에 의존하는 것을 무서워했는데 스스로 인식도 많이 변했습니다. :)

  • 김용호 | 2009/12/21 18:24 | 답글 | 수정

    그 서비스(싸이/네이버)가 그 서비스(드롭박스/구글닥스)가 아니죠.. 비교하자면 구글닥스는 거의 interaction 면에서 FileSystem이 되가고 있는 반면 싸이에 글을 쓰면 음악을 오디오 테잎에다가 녹음하고 있는 듯한 느낌?

  • 답글: Milfy | 2009/12/22 23:09 | 답글 | 수정

    네. 확실히 드롭박스는 뒤에서 조용히 돌아갈 뿐 앞으로 고개를 디밀지 않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왠지 더 신뢰가 간다고 할까요. 네이버 앤드라이브는 세 가지 부분이 걸려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대용량 파일에 대한 제한이 꽤 귀찮게 걸려 있었고, 윈도우7 64비트 버전에서 돌지 않았으며 아직 그럴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국가기관이 넘겨달라고 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벌벌 떨며 한 방에 넘겨줄 것 같았습니다. :(

답글을 남깁니다.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요즘에 쓴 글] [예전에 쓴 글]

(C)Milfy / neoocean.net, milfy@neooce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