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6 18:38
블랙베리는 WM보다 못하다.
요새 계속해서 한 생각은 사람들이 그렇게 까대는 윈도우 모바일에 비해 블랙베리 OS가 나은 점이 도대체 있을까 하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직접 보고 사용하는 유저 인터페이스부터 시작해서 프로그램 관리, 메모리 관리, 보안, 성능 관리 등에 걸쳐 윈도우 모바일과 비교해서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더 나은 점이 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부터 왜 블랙베리 OS가 윈도우 모바일보다 구리다고 생각하는지 적어 내려가 보겠습니다. 제 생각이 맞는지 한번 봐 주세요.
일단 인터페이스가 구리고 현재 모바일 인터페이스 발전 방향에 뒤쳐져 있습니다. 블랙베리 인터페이스 하면 떠오르는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아이콘이 줄맞춰 늘어선 프로그램 실행 화면, 또 하나는 트랙볼을 굴려도 굴려도 끝나지 않는 기나긴 풀다운 메뉴입니다. 아이콘이 줄 맞춰 늘어선 초기화면과 프로그램 선택 화면은 팜 시절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아무 개선도 없었습니다. 프로그램 자체가 자신의 아이콘을 바꿔 약간의 정보를 뿌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반대로 윈도우 모바일 투데이 화면에는 핸드폰을 사용하면서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를 뿌려 주고 있습니다.
풀 터치 방식 블랙베리가 나오는 걸 보고 쓰러졌습니다. 블랙베리 OS는 인터페이스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풀 터치 방식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만들어서도 안됩니다. 간단히 하나만 이야기하면 위에서 이야기한 트랙볼을 아무리 굴려도 끝나지 않는 기나긴 풀다운 메뉴를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조작하는 꼬라지를 한번 상상해 보세요. 아이폰에서는 기나긴 풀다운 메뉴를 페이지나 스크롤 메뉴로 바꿔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기나긴 풀다운 메뉴는 트랙볼을 사용하는 입장에서도 그다지 편리하지 않습니다. 터치 스크린과 어울리지 않는 건 물론입니다.
프로그램 관리 측면에서도 블랙베리 OS는 윈도우 모바일과 비교해 나은 점이 없습니다. 윈도우 모바일은 데스크탑 윈도우 OS에서 여러 부분을 차용했습니다. 파일시스템, 레지스트리 같은 것들입니다. 프로그램이 돌아가면서 설정이나 데이터 파일을 각각 레지스트리와 파일시스템에 기록하는데, 프로그램을 언인스톨할 때 레지스트리를 제대로 삭제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 프로그램을 재설치할 때 영향을 주게 됩니다. 또 파일시스템에 데이터 파일이 남아 그렇잖아도 모자란 스토리지 메모리를 점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블랙베리 OS에는 레지스트리는 없지만 데이터베이스와 파일시스템 두 곳에 데이터를 보관합니다. 데이터베이스는 DM을 통해 백업도 하고 관리도 할 수 있지만 파일시스템은 완전한 사각지대입니다. 캘린더가 꼬이면 DM에서 그냥 지우고 다시 싱크하면 그만이라 편리하지만 구글맵을 삭제하면 설정이 모두 사라집니다. 구글맵은 설정을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지 않거든요. 레지스트리의 단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음은 메모리 관리. 윈도우 모바일은 한 덩어리짜리 메모리를 스토리지 메모리와 애플리케이션 메모리로 구분해 사용합니다. 이들이 차지하는 공간을 조절해 더 많은 사진을 찍든지, 프로그램이 좀 더 오래 돌아가게 하든지를 결정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게 무슨 소용입니까. 사진도 더 찍고 싶고 프로그램도 더 빨리, 더 오래 돌아가게 하고 싶은 것이 유저의 당연한 바램 아닌가요. 그래서 애플리케이션에 최대한의 메모리를 할당하고 모자라는 스토리지는 외장 메모리카드로 대체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용 방법입니다.
그럼 블랙베리 OS는 얼마나 다를까요. 블랙베리도 스토리지 메모리와 애플리케이션 메모리를 구분합니다. 물론 윈도우 모바일처럼 크기를 조정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 출시된 9000 모델은 애플리케이션 메모리가 128메가입니다. 프로그램을 돌리면 돌릴수록 남은 메모리가 줄어들고 애플리케이션 메모리가 얼마 안 남으면 쉴 새 없이 버벅거립니다. 이 상황에서 탈출할 유일한 방법은 재시작 하는 것 뿐입니다. 그나마 블랙베리는 기본적으로 재시작할 방법이 배터리를 빼는 방법 뿐이고, 이걸 피하려면 QuickPull 이라는 프로그램을 따로 설치해야 합니다. … 재부팅하려면 프로그램을 깔아야 하죠. –_-
보안은 어떨까요. 사실 블랙베리는 보안 관련으로 여러 가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시시각각 메모에 남아있는 애플리케이션 구동 정보를 삭제하기도 하고 패스워드를 여러 번 틀리면 자동으로 와이핑 해주기도 하고, 내장 메모리나 메모리카드를 암호화 해 주기도 합니다. 근데 그러면 뭐합니까.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때 이 애플리케이션에 어떤 기능을 허용할 것인지 하나하나 물어보는데 내가 그게 뭔지 알게 뭡니까. 이 애플리케이션이 인터넷에 접속할 방법을 BIS, TCP/IP, WiFi 중에 고를 수 있고 어느 파일시스템에 접근하도록 할지, USB 커넥션을 허용할지 등등을 하나하나 정할 수 있지만 애초에 너무 복잡해서 모두 ‘Allow’로 설정하기 일쑤입니다. 이런 보안에 의미가 있을까요?
그럼 성능 관리 부분은 어떨까요. 윈도우 모바일은 태스크 매니저가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어떤 프로그램이 돌고 있는지 보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이폰 이벤트에서 이런 식으로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타임머신을 처음 시연한 아저씨였습니다. 키노트에 자주 나와요. – 유저 스스로가 어떤 프로그램이 배터리를 빨아먹고 있는지, CPU를 빨아먹고 있는지를 판단해서 스스로 프로그램을 관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안 그러면 핸드폰은 점점 더 느려지고 나중에는 전화가 와도, 문자가 와도 씹어버립니다. 버벅거리면서 프로그램이 응답할 타이밍을 놓쳐버리거든요. 윈도우 모바일 기반 핸드폰이 가끔 전화나 문자를 씹는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럼 블랙베리 OS는 어떨까요. … 블랙베리 OS는 윈도우 모바일과 똑같은데 그나마 태스크 매니저도 없습니다. 만약 어떤 프로그램이 응답하지 않는 상태에서 CPU와 배터리를 빨아먹고 있다면 이걸 끌 수도 없고 어떤 프로그램인지 알 수도 없습니다. 블랙베리 유저 게시판 같은 곳에 가면 ‘핸드폰이 뜨거워졌는데 왜 이런가요?’ 따위의 질문이 올라옵니다. 그것도 자주요.
… 굳이 ‘심각한 배터리 문제’나 ‘BIS의 잦은 다운’ 같은 문제는 따로 설명하지도 않겠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도대체 블랙베리 OS가 윈도우 모바일에 비해 나은 점이 하나라도 있는지를요.
근데 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
블랙베리 OS는 윈도우 모바일보다 나은 점이 단 한 가지도 없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