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iPad 사 들고 내려가야겠다.

왜냐면 이번 설에는 출시되지 않을 테니까.

iPad을 보면서 이거야말로 부모님께서 사용하시기에 최적의 플랫폼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만약에 올 추석 때 iPad이 국내에 출시된다면 3G 지원 모델을 한대 사 들고 집에 내려갈 작정입니다. 오늘은 iPad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부모님께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부모님은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으십니다. 핸드폰에 멀티메일을 확인하는 방법을 말씀 드리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실 핸드폰에서 사진이 첨부된 멀티메일을 확인하는 방법은 스스로 설명하면서도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째서 문자메시지와 멀티메일은 서로 다른 메뉴로 들어가 확인해야 하는 걸까요. 어째서 서로 다른 인터페이스를 사용해야 하는 걸까요. ‘이건 왜 그런 거야?’라는 질문에 제 스스로 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과 연락에 전화와 문자를 사용하지만 흔해빠진 사진 한 장을 보내기 위해 매번 100원씩 내며 저해상도 사진을 불편한 방법으로 콩알만한 화면으로 불편하게 봐야 하는가를 생각하다가 결국 멀티메일은 거의 활용하지 않게 됐습니다. 하지만 큼직한 사진을 커다란 화면에서, 보낼 때마다 100원씩 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메일을 사용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메일을 사용하기 위한 절차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컴퓨터 세트를 하나 사 들고 내려가 설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뭐… 동네 인터넷 회선 하나를 구입해 설치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랜선을 컴퓨터 꽁무니에 꽂고 네트워크를 설정하고 브라우저를 열어 메일 서비스에 로그인하는 것도 뭐 …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메모리카드를 뽑아 메모리카드 리더기에 꽂고 이 메모리카드 리더기를 USB 케이블에 꽂은 다음 메모리카드 디렉토리에서 하드디스크로 사진 파일을 가져와 사진 파일을 픽쳐 뷰어로 열어 확인하고 이걸 메일에 첨부해 보내는 건? … 뭐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모든 것들을 한번에 알아야 한다면 어떨까요.

또,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은 마치 자동차를 구입해 운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운전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 이상의 문제가 있습니다. 엔진오일을 갈아야 하고 기름도 넣어야 하고 소모품도 갈아야 합니다.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 대강 어디가 이상한 것인지도 알아야 서비스센터에서 ‘그거 원래 그래요’ 드립에 당하지 않습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인데, 뭔가 원하는 대로 동작하지 않을 때 ‘어 이거 왜 이러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으면 컴퓨터는 순식간에 바보 기계상자가 되고 맙니다. ‘인터넷이 안돼’라는 간단한 질문에 전화로 응답할 수 있을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원격 지원이요? 원격 지원이 가능하도록 설정하려면 얼마나 복잡한지 생각해보세요.

네. 이 골 때리는 모든 상황을 iPad로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3G 네트워크로 구동되면 인터넷 연결에 관한 여러 가지 질문을 없애거나 납득할만한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 안돼” 라는 질문에 인터넷 설치기사를 부르거나 네트워크 설정을 확인하는 대신 ‘핸드폰 터지나요? 핸드폰 터지는 곳에서 하면 될 거에요.’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기 정말 쉽습니다. 핸드폰 안테나가 안 뜨기 때문에 인터넷이 안 되는 거고, 기술적으로도 거의 맞는 이야기입니다.

컴퓨터를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컴퓨터가 느려졌는데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플래시 배너 수십 개가 번쩍거리는 브라우저가 프로세스에만 떠서 자원을 먹고 있을까요? 일단 Ctrl + Shift + ESC 키를 눌러서 작업관리자를 띄워 ‘iexplorer.exe’ 가 있는지 확인하고 블라블라 … 그리고 이걸 부모님께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모릅니다. 대신 iPad라면 멀티태스킹이 안 되니까 어차피 느려질 가능성도 낮고 만약 느려졌다면 ‘아 그거요. 홈버튼 누르세요’ 하면 됩니다. 홈버튼 누르면 다 종료되고 초기화면으로 나올 테니까요.

화면을 손가락으로 짚어 조작할 수 있다는 것도 굉장한 장점입니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눈앞에 있는 아이콘을 찍는데 왜 눈앞에 있지도 않은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 화면에 있는 마우스커서를 움직인 다음에야 아이콘을 찍을 수 있을까요. 그냥 손가락으로 툭툭 치는 동작은 어떤 동작보다도 직관적이고 설명하기도 쉽습니다. ‘이메일을 확인하려면 브라우저를 열고 번쩍거리는 플래시 배너 로딩이 끝나 주소표시줄에 반응이 없는 상태가 끝난 다음 www.gmail.com 을 친 다음 여기에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확인을 누르세요’ 라고 말하는 것 보다 ‘이 편지 아이콘을 손가락으로 누르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직관적입니다.

iPad은 이런 식으로 컴퓨터나 네트워크의 동작 원리를 이해하지 않고서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제한된 기능을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계로 원래 노트북에서 사용하던 기능을 모두 활용하고 싶다면 절대 어울리지 않는 기계입니다만,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사용하기에는 가장 적당한 기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부모님과 이메일 한 통 주고받은 적이 없습니다. 위에 이야기한 수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부모님께 이야기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 추석에 iPad 3G 버전이 만약에 나온다면 사 들고 내려갈 겁니다. 지금 이것 보다 더 직관적으로 기기가 제시한 제한적인 기능을 훌륭히 소화해낼 수 있는 컴퓨터는 없습니다. :) 아. 웬만하면 저도 하나 사려구요, :)

2010/01/31 21:52 2010/01/3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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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Lab. A 2010/02/01 09:35x
    제목 : 아이패드의 경쟁력을 읽다.

    여행갈려고 모아둔 예산이 아이패드로 들어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쑥 들어가버린 발표 첫날이었습니다. 두꺼운 베젤까지도 포함, 거의 제가 생각한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왔더군요. 하지만 아이팟 터치의 대형버전이라고 생각하니 이거 참... 김이 새더군요.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 애플 제품이 대단한 점 중 하난데요, 용도를 생각하고 제품을 구입하는 일반적인 패턴과 다르게 애플 제품군은 제품을 지르고 용도를 생각하거나, 혹은 용도를 제품에 끼워맞춰 합리화시킨..

답글

  • 계란소년 | 2010/01/31 21:59 | 답글 | 수정

    하지만 저는 아버님이 "그래서 이거 얼마냐?" 라고 물으면 차마 대답을 못 할 것 같습니다.

  • 답글: Milfy | 2010/01/31 22:02 | 답글 | 수정

    ... *^^* 이거 그냥 한 10만원쯤해요 *^^*;;;;;;;;;;

  • ^_^ | 2010/01/31 23:23 | 답글 | 수정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셨네요.
    저도 딱 보자마자,, 부모님부터 사드리고 싶었는데 ^^
    부모님 사용후기도 나중에 올려주세요~~

  • iche | 2010/02/01 11:03 | 답글 | 수정

    techcrunch 에
    비슷한 guest post가 올라왔네요
    Why My Mom’s Next Computer Is Going To Be An iPad

    http://www.techcrunch.com/2010/01/31/i ··· puter%2F

    이런거보면.. 애플의 전략은 참으로 배울점이 많습니다.

  • 답글: Milfy | 2010/02/01 11:19 | 답글 | 수정

    "The iPad is a computer for people who don’t like computers. People who don’t like the idea of upgrading their 3D drivers, or adjusting their screen resolution, or installing new memory. Who don’t understand why their computer gets slower and slower the longer they own it, who have 25 icons in their system tray and have to wait ten minutes for their system to boot up every day." 아 막 읽기만 해도 화가나네요 ㅠ_ㅠ 사실 저도 맥으로 스위칭하고 싶지는 않은데 관리부담 없는 편안한 컴퓨터 하나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 HDmix | 2010/02/04 09:29 | 답글 | 수정

    트윗링크타고 왔습니다. 그냥 별로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글은 설득력있군요. 요거 신통하구! 근데 얼마니? 왜 통신사 요금이 나오니? 이 의문을 해결하는 일만 남았군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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