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자전거 보관소 사용기

지난 토요일날 삼성역에 가는 김에 자전거를 가지고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성남에서 강남은 자전거로 다니기에 딱 적당합니다. 거리도 20~25킬로미터밖에 안되고 탄천 자전거도로와 한강 자전거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도로로 나갈 일도 별로 없습니다. 특히 삼성역은 삼성교까지 자전거도로로 나온 다음 몇 백 미터만 인도로 가면 되기 때문에 성남에서 자전거로 다니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으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했는지 정부에서는 연일 자전거 도로를 만들겠다고 개드립을 치고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강남에 자전거를 가지고 가기 어려운 건 보관할 곳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도로를 아무리 잘 만들어서 그리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목적지에 도착해 보관할 수 없으면 땡입니다. 그런데 작년 연말에 강남구에서 삼성역, 학여울역, 수서역에 간지나는 자전거 보관소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날로 출입증 신청을 하고 냅다 달려가서 출입증을 수령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출입카드가 없이는 애초에 들어갈 수도 없는 자전거 보관소라는 겁니다. 헌데 출입증을 받아 오자마자 강렬한 추위와 눈사태 엄습으로 한동안 엄두를 못 내다가 1월 말이 다 돼서야 투란도트를 보러 가는 길에 삼성역에 자전거를 가지고 갔습니다.

자전거 보관소는 삼성역 1번 출구와 2번 출구 사이에 있습니다. 삼성역 남동쪽 방향이라고 기억하셔도 될 겁니다. 뭔가 유리로 으리으리하게 지어놨는데, 2월 28일까지 시범 기간이라고 합니다. 아마 그 후로는 유료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정도라면 유료로 운영해도 기꺼이 돈을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출입카드가 있는 사람만 유리문 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자전거 도난을 보상하지는 않지만 나름 안에 CCTV도 달려 있어 도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안은 대강 이렇게 생겼습니다. 밤중에 가면 가운데 불은 꺼져 있다가 자동으로 켜지기도 하고, 자전거를 들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도록 만들어 놓기까지 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열라 감동 먹었음) 자전거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아 파손 우려가 거의 없습니다. 일반 보관소에서 자전거 하나 넘어뜨리면 대단한 도미노 게임을 볼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또 칸 각각에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식이라서 웬만해서는 다른 자전거를 내 마음대로 꺼내갈 수도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공간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민번에 주소에 전화번호까지 깐 사람들 뿐이고, CCTV님이 보고 계셔서 자전거를 도난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자전거는 앞바퀴를 물려서 세로로 세워 두는 방식으로 보관합니다. 레일에 맞춰 앞바퀴를 밀어 넣고 버튼을 누르면 앞바퀴를 꽉 잡아 안으로 끌고 들어가 자전거를 세워 둡니다. 아마도 자전거가 차지하는 면적이 좁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또, 자전거에 따라 스텐드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자전거도 스텐드가 없어 어디다 세워둘 때 아주 난감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앞바퀴를 잡아 세워 두는 방법이 아주 마음에 들더군요. 아마도 자전거를 잘 아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만큼 편리하고, 곳곳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입니다.

그렇게 자전거를 넣고, 안장에 헬멧을 걸어 둔 다음 문을 잠그고 마음 편히 투란도트를 보고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자전거는 안전하게 제자리에 있었습니다. 엄한 곳에 세워놓고 사라졌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조마조마 하지도 않았습니다.

주말이었는데, 사용률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 보관소가 아주 인기 있게 되어 자전거를 끌고 왔는데 자리가 없다면 상당히 끔찍하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자전거 보관소는 훌륭합니다. 자전거를 어딘가에 보관할 때 겪는 곤란함을 한 번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보관 공간은 도난에도 안전하고 파손에도 비교적 안전합니다. 자전거를 들고 나올 때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조명은 내가 지나가면 자동으로 켜집니다.

조낸 엄한 자전거 도로 짓는다고 강바닥 파내는 삽질을 하는 대신에 이런 끝내주는 보관소를 주요 역사에 설치하기만 해도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사람이 얼마든지 늘어날 겁니다. 비록 지금은 서울 시내에, 그것도 강남구 내에 세 곳 밖에 없고, 그나마 사전에 출입 카드를 발급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지만 이런 보관소라면 유료로 전환된다 해도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강남구 자전거 보관소:
장점:

  • 도난 가능성이 거의 없다.
  • 자전거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다.
  • 스텐드가 없어도 편안하게 세울 수 있다.
  • 자전거를 들고 나오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단점:

  • 출발하기 전에 남은 칸 수를 알 방법이 없다.
  • 미리 강남구청에서 출입카드를 발급 받아야 한다.
  • 시범 운영 기간이 한 달도 채 안 남았다.

결론:

  • 우왕 강남구님 만세!_! 다들 본 좀 받아라 진짜 –_-
2010/02/01 17:26 2010/02/0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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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남박사 | 2010/02/01 20:33 | 답글 | 수정

    그러나 강남구에서 1년만 살아보면 대한민국 최고(最苦)의 진가를 알 수 있게 됨...(강남구 8년째 거주중)

  • 아크몬드 | 2010/02/01 23:03 | 답글 | 수정

    우리나라인가요? 우와..

  • 곡마단주 | 2010/02/02 12:28 | 답글 | 수정

    항상 코엑스몰 자전거 주차대는 자리가 없었는데 저런 곳이 또 있었군요.
    스트라이다도 무리없이 수납이 될지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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