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3 11:27
구글 계정이 삭제되면 어쩌지?
이전의 데이터 유실 사고 같은 경험을 통해 데이터의 많은 부분을 구글독스에 올려놓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데스크탑의 증분 백업 사이는 점점 줄어들어 관리하기도 편해지고 커다란 디스크의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터넷과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아무데서나 파일을 꺼내 쓸 수도 있게 되었고, 프리젠테이션을 공유하기도 이전보다 훨씬 편리해졌습니다. 구글 스토리지 200기가를 구입한 후에 생긴 변화입니다.
하지만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제 데이터가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됐고, 만약 스토리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제 데이터가 어떻게 될 지 걱정해야 하게 됐습니다. 또 구글이 망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하게 됐지요. 그리고 데이터를 올릴 때마다 이 데이터가 구글 약관에 걸리는 파일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됐습니다. 역시 가장 큰 공포는 구글이 어느 날 아무 말도 없이 내 계정을 차단해 버리면 어쩌나 하는 것입니다.
잠시 검색해보면 갑자기 구글 서비스가 아무 말 없이 차단되어 곤란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어느 날 애드센스 계정이 차단되었지만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고 문의하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그냥 몇 백 달러가 증발했지요. 또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때문에 갑자기 계정이 삭제되어 동영상을 날린 분도 자주 보입니다. 이쯤 되면 빅 브러더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내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할 판입니다.
하지만 구글 홈페이지 어디에도 내 행동거지가 빅 브러더 눈밖에 나는 것이 아닌지를 물어볼 곳은 없었고, 알아서 약관을 잘 읽으며 조심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약관이라는 건 그쪽의 법무 스탭이 작성한 거고 법적으로 빈틈없이 작성되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이 읽기에는 아주 불친절하기 짝이 없습니다. 몇 번을 읽고 문장을 육하원칙에 따라 나눈 다음 나와 구글 사이의 관계에 따라 단어를 배치해 봐야 간신히 안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거죠.
또 한가지 문제는 내가 가진 모든 파일이, 혹은 내가 작업에 사용하는 모든 파일이 언제나 내가 권한을 보유한 파일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구글닥스 업로드 페이지에는 ‘법적 권한이 없는 컨텐츠를 올리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나에게 권한이 있다는 것은 내가 만들었거나, 내가 구입한 컨텐츠라는 의미인데, 위에 이야기했다시피 내가 가진 모든 컨텐츠를 내가 만들거나, 구입한 것은 아닙니다. 어디서 구했는지 잊어버린 논문 파일이 굴러다니고 프리젠테이션 파일이 굴러다니며 누가 캡쳐했는지 모르는 스크린샷이나 동영상들이 굴러다닙니다. 이들은 적어도 내 하드디스크 안에 있을 때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지만 구글닥스에 올려 어디서나 사용할 생각을 하면 이거 괜찮은 것인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다행히도 약관에서는 내게 권한이 없는 파일을 파일을 공개해서 다른 사람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상태로 두거나, 저작권자의 신고가 있을 때만 대응하고 기본적으로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미국 법률을 지킨다고 적혀 있기는 합니다만, 어느 날 갑자기 계정을 차단해 버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지금까지 모습을 볼 때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신뢰할 만한 저렴한 스토리지 서비스를 제공 받는 것은 좋지만 이런 법적인 문제와 구글의 행정 처리에 대한 문제로 말미암아 내 파일을 구글에 맡기고 나서도 여전히 “구글 계정이 갑자기 차단될 때를 대비해 디스크를 하나 구입해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서비스는 훌륭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입장과 설명을 들을 수 없는 행정 절차 때문이 일어난 웃기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