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의 문서를 읽기 위해 당시 기준으로 로그인이 필요한 한글과 컴퓨터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실행 파일을 다운로드해 설치한 다음 문서를 보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린 기억이 납니다. 문서는 그럭저럭 잘 보였지만, 꽤나 불편하게 만들어진 기능 덕분에 웬만하면 한글 문서를 직접 다루지 않고 PDF 따위로 변환해서 사용했습니다. 그 때 '다른 형식의 문서도 함께 올려주면 안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한글이 국내에서 사용하는 워드프로세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대는 지났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오피스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새로운 공개 파일 포멧인
오픈 포큐먼트 포멧을 정부기관의 공개 문서에 사용하는 것이 어떻느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논의라기보다는 이미 운동 단계라고 할까요.
저 역시 불편함을 느끼지만, 이 방법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일단, 정부기관이 공개 문서 사용자들에게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강요한 것과 같이 또 하나의 오피스 프로그램이 사람들에게 강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픈 오피스는 프로그램과 파일 포멧 등이 모두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떠맡기만 한다면 개발팀이 사라진 후에도 어느 정도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한글 워드프로세서나, MS 오피스가 기능이나 보존에 있어 열등하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거기에, 오픈 오피스는 다른 소프트웨어에서 지원하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문서의 범용 사용이라는 명분에는 부합하지만, 당장 필요한 기능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소프트웨어의 실무 도입은 무의미합니다. 이것은 정부 기관에서 공개 문서를 작성하는 실무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두번째 의문은 이미 보관을 위한 문서 포멧의 표준이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제한 없이, 간단히 문서를 볼 수 있도록 하는 파일 포멧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HTML이나 PDF입니다. 둘 다, 어떤 프로그램으로 문서를 작성하더라도 같은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문서를 보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제 말에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으시리라는 점,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HTML 포멧은 그동안 꽤 많은 발전을 해왔습니다. 그 예로, 방금 작성하던 MS 워드 문서를 HTML로 저장하면 몇몇 기능들 - 세로쓰기같은 - 을 제외하고는 거의 완전하게 HTML 문서로 변환됩니다. 웹표준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시는 문들이 계시리라고 생각하지만, 필요한 기능이 이미 존재하는데, 그 기능을 제한하는 표준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PDF 포멧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아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드는 의문은 전환 비용에 대한 것입니다. 예전에 웹 표준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서 쓴 적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냥 개발자가 책좀 읽어보고 하면 될 것 처럼 이야기하셨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오픈 오피스 계열의 소프트웨어로 교체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이 있습니다. 실무자들의 재교육 비용, 이미 구축되어 있는 솔루션의 재구축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단순히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구입하는 비용보다 훨씬 클지도 모릅니다. 이 비용을 과연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전의 웹 표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전환 비용을 마련할 수도 없는데, 대의적인 명분만을 위해 쉽게 파일 포멧을 전환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상의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부기관의 표준 문서 파일 포멧으로 오픈 도큐먼트 포멧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는 것은 썩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