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에 자주 갑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기후에 관계 없이 노닥거릴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큽니다. 웬만한 장소들은 비가 오면 밖에 나가기도 애매하고, 돌아다니기는 더더욱 애매하지만, 코엑스몰은 지하 치곤 꽤 넓기 때문에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내기에 딱입니다. 집에서 코엑스까지는 버스로 30분 좀 넘게 걸리는데, 가는 길이 워낙 간단하고,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가면 좋겠단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중랑천 자전거 도로를 타고 주욱 내려가 영동대교를 건너 굥기고 앞을 지나면 순식간에 삼성역입니다. 경기고 앞을 올라가는게 조금 괴롭지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어제는 잠시 코엑스에 나가면서 자전거를 가지고 가 보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작게 접히는 자전거라도 계속해서 가지고 다니데는 상당한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어딘가 맡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엑스까지는 가까웠고, 예상 대로 순식간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접어 잠시 돌아다니는데 예상 대로 사람은 많고 자전거는 무거워서 금새 지치더군요. 하지만 자전거를 맡길 수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안내 데스크에서 맡아 줄 리도 없고, 다른 가게나 뭐나 마찬가지입니다. 옆에 현대백화점 데스크에서 맡아줄 것도 같지만, 그쪽도 일반적인 것은 아닐 겁니다. 한참을 돌다가 결국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보기로 하고, 티겟을 제시한 다음에야 게스트 하우스에 자전거를 맡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럴싸한 자전거 주차장을 만든 다음, 주차 요금을 받는 겁니다. 뭐 한 번 세우는데 2000원이라든지, 시간당 몇백원이라든지. 단 이 자전거 주차장에는 잠금장치가 주차장 자체에 포함되어 있는 겁니다. 잠금장치가 주차장에 포함되어 있다는 건 이것이 파손되었을 때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자전거를 맡겨둔 곳에서 관리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아무데나 ㅈㄴ 알량한 자전거 보관소가 있는데, 여기는 잠금장치를 내가 사들고 가야 합니다. 즉, 이 잠금장치가 파손돼도 보관과 관리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곳에는 자전거를 보관할 수도 없고, 보관 해서도 안됩니다. 차라리 합리적인 비용을 받고 자전거를 그럴싸하게 관리해준다면 그쪽이 훨씬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샌 자전거도로도 여기 저기 있고, 나름 강을 건너는데도 익숙해졌고, 자전거도로를 경유한 지리에도 익숙해져 자전거 위에 올라 앉으면 서울 시내 아무데나 갈 수 있지만, 자전거를 타고 어디에 가기 전에는 반드시 '간 다음에 자전거를 어떻게 할 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앞으로도 종종 여기 저기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겠지만, 도대체 타고 간 다음에 자전거를 어디다 둘 것인지을 늘상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라면 자전거도로고 뭐고 별 의미가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