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검색된 포스트 '2'건

  1. 2007/12/20  오늘 목놓아 울다 (8)
  2. 2007/06/23  체육관. (7)

오늘 목놓아 울다

간단히, 찍을 여당이 없더라. 원래 한 몇달 전까지는 여당 비슷한게 있었는데, 대통령을 배신한 개들이 배에서 뛰어내리면서 여당이 없어졌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구)여당이 그나마 기업과 경제의 논리에 지배당해 희생되어 온 사람들의 권익에 대해 생각은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인물이 나온다 해도 그나마 비슷한 노선을 탈 것이라는 한줄기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구)여당의 개들이 배에서 뛰어내리면서 (구)여당은 사라졌고, 자기들끼리 못 잡아먹어 안달나 차가운 바닷속에서 바둥거리는 동안, (구)야당은 재빨리 차기 대선 주자를 만들어냈다. 투표함에 종이쪼가리를 쑤셔넣는 순간까지 (구)여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정동영은 그런 개새끼 중 하나였다. 대통령의 정책이나, 노선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배에서 뛰어내렸을까. 아니면 싸잡아서 욕 얻어 쳐먹고 죽게생겼으니까 배에서 뛰어내렸을까. 배에서 뛰어내린 것을 생각하면 박제로 만들어 (구)여당 뱃전에 매달아 선두상으로 쓰면 딱이겠지만, 정말 웃기게도 또 이게 꼴에 (구)여당이 내세운 '유일한' 인물이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이 노선의 인간이라면 그나마 우리 목을 '덜' 죄어 올 거라는 한줄기 개꿈은 있었다.

문국현에게 무엇을 바라면 좋은가. 그는 좋은 기업가일 수는 있다. 기업가답지않게 도덕적으로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았고, 이상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이상적인만큼 현실의 냄새가 나지 않는 비전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도덕성이라는 잣대를 바닥에 놓고 바라보면 이명박도 좋은 기업가이다. 좋은 기업가의 첫번째 조건은 어쨌든 기업을 사업적으로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운영은 이상적인 비전과 경제적인 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원하지 않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정치적인 요소를 제외할 수 없다. 나는 그가 정치인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의 경험이 그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회창. 이 사람에게는 나쁜 것을 기대했다. 아니면 좋은 것이었을 수도 있다. 정치의 시대를 삼김시대와 그 후로 구분하자면, 이회창은 정치적으로 그 중간에 어설프게 끼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노선과 철학이 분명한 사람이지만, 더 이상 이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 그가 가지는 파급 효과 때문에 나는 그가 물귀신이 되어주기를 바랬다. 물귀신이 아니라면 자폭 테러라도 하길 바랬다. 이 시대는 더 이상 그와 같은 정치인을 같은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좋은 눈길로 바라봐 주지 않는다. 사실, 그는 이명박이 지금보다 더한 독주를 하는 것을 막기는 했다. 그러나 결과가 변한 것은 아니다. 물귀신의 역할조차 해내지 못했다. 이전에 그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은 '이회창'을 보고 투표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허총재님이 있다. 아니 계시다. 사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궁금했던 건, 이인제와 허총재님 중 누가 더 득표하느냐였는데, 출구조사까지만 해도 이인제와 허총재님이 거의 만만했는데, 아쉽게도 후반으로 가면서 전세가 슬며시 역전됐다. 뉴스를 보며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만일 이인제가 민주당의 얼굴이며, 민주당이 과거 민주당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정당이라고 가정하면 정당에 의한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끝났다고 할 수도 있다. 서울시의 개표결과를 보니 꽤 많은 구에서 허총재님이 더 많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인제는 한 십년 전에는 젊은 생각을 가진 정치인 정도로 보였지만, 이 나라의 어떤 정치인보다 빠른 타락을 기록했다. 이제 놀이는 끝났다. 그만 나가달라. 다음 대선에 당신은 못 나오겠지만, 허총재님은 그래도 나오실걸? :(

투표를 할까말까 존나 망설였다. 어차피 누구에게 던져도 사표가 될 것이 뻔했다. 투표하기 전까진 문국현이나 권영길이 존나 미웠다. 이상적인 비전이나, 좌파 이데올로기로 무언가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며,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하다못해 당신들만이라도 이명박의 독주를 어떻게든 해볼 수 있었으리라. 물론, 인물로 본다면 정동영은 대통령을 시킬 사람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당신들도 마찬가지다. 이회창 후보가 얼마나 선전했는지 당신들 눈으로 확인하고 반성하라. 그는 공탁금도 다시 가져갈 수 있다. 투표 마감 8분 전에, 그래도 투표는 하고 찌질거려야겠단 생각에 동사무소까지 바람이 반쯤 빠진 저전거를 끌고 목숨걸고 달렸다. 마감 2분 전에 투표를 할 수 있었는데, 내 표는 줬다.

소용 없을건 알았는데, 시청 광장에서 만세부르는 사람들을 보니 착찹한 기분이다. 우리네 부모들이 이런 기분을 십몇년씩 느끼며 살아왔을 것을 생각하니 세삼 우리네 부모들의 위대함이 느껴졌다. 그들이 희생했기에 내가 있고, 그들이 희생했기에 지금의 사회와 경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경제 문제 해결에 도덕적인 문제를 무시하고 이명박을 뽑아놨다. 하지만 경제 문제란 무엇인가. (구)야당에서 이야기하는 '경제 문제'라는 것의 실체를 본 사람이 있는가. 고용 없는 성장의 원인이 실체 없는 '경제 문제'에 있다고 믿으며 이명박 이름 옆에 도장을 찍은 것인가. 고용 없는 성장은 실체 없는 경제 규모로부터 비롯된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 것일까. 실제 가치에 가깝게 무너져 내리는 주식시장을 보며 '시가 총액의 증발'이라고 이야기할 뿐 '자연적인 조정'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런 '실체 없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실 이명박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그가 집권하면 부동산 불패는 재현될 것이고 어쨌든 주식은 다시 오를 테니까. '실체 없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디선가는 돈을 끌어와야 한다. 그 돈을 어디서 가져올까. 왜 우리네 부모들이 착찹한 심정이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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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이명박 옆에 도장을 찍은 서민들이, 직장을 못 구한 대학생들이 5년 후의 추운 겨울날,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며 어떤 생각을 할 지 궁금해진다. 부디 그곳이 한강 다리 위가 아니길 바란다.

2007/12/20 02:52 2007/12/20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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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체육관에서 선거할 때 난 어린애였다. 대갈통이 한참 크고 나서도 체육관에서 한 선거가 뭐가 잘못된 건지 잘 몰랐다. 선거는 동사무소에서도 하고, 학교 교실을 빌려서도 하고, 큼직한 강당 같은게 있으면 거길 빌려서도 했다. 근데 체육관이라고 한될 리가 없지 않은가. 근데 문제는 간단했다. 동사무소와 교실, 강당 따위에서 하는 선거는 여러 곳에서 하니까 문제가 없었던 거고, 체육관에서 한 선거는 거기서만 했으니까 문제가 있었던 거였다. 부끄럽지만 두 선거의 차이를 안 건 체육관 선거가 지나가고 십 몇년이 더 지난 후의 일이었다. 더 이상 체육관 한곳에서만 선거하지 않도록 변하는데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뒤따랐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로부터 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였다.

2002년 여름에는 월드컵이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응원을 했다. 그땐 아직 학생이었는데, 시청 앞에 모인 거대한 인파를 학교에서 야외 공연장에 마련해 준 커다란 프로젝터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때 내 주변에도 붉은 티를 입은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2002년 겨울부터 서울에 저주 올라올 일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일이 생겨 처음 서울에 올라오려던 첫날이 12월 19일이었다. 아침 일찍 올라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집과 논 하나를 사이에 둔 초등학교에서 투표를 하고 있었다. 논 하나를 건넜다가, 도로 집에 돌아가 투표 안내문을 들고 나와 잠시 학교에 들렀다. 그게 내 첫 대선 투표였다.

두어 해가 지난 아직 쌀쌀한 바람이 불던 봄날 저녁에 여의도에 나갔다. 여의도라면 꽃 피는 계절이 아니면 볼 거라곤 전두환 대머리처럼 생긴 흉물스런 건물 뿐이지만 가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길거리에 닭집 앞에 매달린 TV를 보니 한사람쯤 안가도 머릿수는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안 가면 오랫동안 찝찝할 것 같았다. 지하철을 타고 여의나루역에 내려 한참을 걸었다. 뭔가 먹고싶어 근처에서 파는 닭꼬치를 보니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냥 배고픈 채로 걸었다. 누군가가 종이컵과 촛불을 나눠주더라. 옆사람의 도움을 받아 촛불에 불을 붙여 들고 있었다. 뭔가 외친 것도 같은데, 잘 기억은 안난다. 그냥 외쳤다.

그리고 나서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뭐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사건건 헌법재판소가 등장했고, 국민의 의견이란 말이 나왔다. 하지만 누가 무슨 개소릴 하건 그래도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걸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넷은 비록 물리적인 공간은 아니지만 빠른 시간 안에 의견을 교환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이다. 엊그제 공연 때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인 꼴통들이 코미디 몇 마디를 주고받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 현수막을 만들고, 마이크와 음향시설과 조명을 준비하기 위해 며칠을 허비하는 사이에 우리는 모니터 앞에 다가앉아 내가 지껄이고 싶은 대로 지껄일 수 있었고, 남들이 지껄인 글을 볼 수도 있었다. 우린 그냥 몇 분이면 됐다.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인 꼴통들이 '선거법을 위반하며 재집권의 야망을 불태우는 사람이 누구죠?', '노무현이요~' 라고 외치며 코미디를 하는 사이에, 우린 나름대로 좀 더 깊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얘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의 꼴통들이다.

어제 재미난 소식을 들었다. 어제로부터 180일 동안에는 인터넷에 선거에 관련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였다. 사실 선거관리위원회가 없다면 우린 아직도 투표 당일 문 앞에 놓인 돈봉투와, 평소엔 돈 주고 사서 봐야 하던 아무개 신문이 수십부씩 찍혀 나오는 꼴을 또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 2002년 겨울에 우리 집 앞에도 있더라. 그 아무개 신문. 나중에 보니 그게 선거법 위반 어쩌구 해서 이야기가 나왔는데, 누가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별 일 없이 넘어가더라. 그 신문 1면엔 그날 대통령이 된 아무개가 병신짓 한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한 활자로 찍혀 있었다. 그래도 그 아무개는 대통령이 됐다. 사람들이 선관위에 물어본 모양이다. 멋지다. 왜 나는 그 정도 행동 방법도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선관위에 전화하는 건 선거법 위반이 아니잖은가.

선거는 정치이다. 선거는 정치와 관련이 있다. 웬만한 사안에 대해 입을 여는게 어려워졌다. 선관위의 규정은 모호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좋은 법조인을 대동할 수 있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또, 인터넷으로 떠들 수 없다면 그냥 우리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앞 계단에 모여 '말도 안돼는 멍청한 무슨 공약을 내세우며 국민을 선동하는게 누구죠?', '아무개요~' 라는 코미디를 하며 시간을 때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는 할 수 없다. 그럴 시간에 우린 먹고 살아야 한다. 하루하루 일하지 않으면 당장에 먹을 게 없는 마당에 누가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앞 계단에 모일 것이며, 누가 수억원을 들여 변호사를 고용하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가능하다. 그냥 가지고 있는 집 몇 채 중 하나의 가격이 오르면 거 하나 팔면 재판 몇 번은 족히 할 돈이 나온다. 대강당 앞 계단에서 며칠씩 코미디를 해도 매일 점심을 검은 자동차 타고 30분을 나가 깔쌈한 동네의 좋은 식당에서 먹어도 괜찮다.

불행히도, 그들의 모호한 기준으로 우리는 선거와 관련이 있는 정치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180일 동안은 말이다. 그래. 분노하고, 떠들고 다 할 수 있다. 그들은 우리를 잡아넣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게 안 된다. 아무개는 말하셨다. 부동산 세금이 너무 비싸다고. 우리에게 그들이 고용한 법조인과 싸울 힘이 있는가. 하지만 아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남아있다. 인터넷 상에는 함부로 떠들 수 없을 것이다. 떠들지 않으면 된다. 그렇지만 우린 다 안다. 글에 나온 '무슨'과 '아무개'가 뭘 말하는지. 우린 어제로부터 180일 동안 분노를 참고 있으면 된다. 그리고 선거날 가서 분노의 한 표를 행사하면 된다. 양치질보다 더 분노를 내보내는데 좋은 방법이 바로 선거이다.

그래도 우린 체육관 밖에서 손가락 빨던 사람들보다 훨씬 더 할 수 있는게 많잖은가.

추신.
  1. 사진의 화질이 낮은 건, 꼴통 사진에 네트워크 자원을 낭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 청와대블로그 밥통들아. 왜 멀쩡한 텍스트를 이미지로 올려서 검색도 안되게 만드니.
2007/06/23 13:20 2007/06/2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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