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검색된 포스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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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찍을 여당이 없더라. 원래 한 몇달 전까지는 여당 비슷한게 있었는데, 대통령을 배신한 개들이 배에서 뛰어내리면서 여당이 없어졌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구)여당이 그나마 기업과 경제의 논리에 지배당해 희생되어 온 사람들의 권익에 대해 생각은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인물이 나온다 해도 그나마 비슷한 노선을 탈 것이라는 한줄기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구)여당의 개들이 배에서 뛰어내리면서 (구)여당은 사라졌고, 자기들끼리 못 잡아먹어 안달나 차가운 바닷속에서 바둥거리는 동안, (구)야당은 재빨리 차기 대선 주자를 만들어냈다. 투표함에 종이쪼가리를 쑤셔넣는 순간까지 (구)여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정동영은 그런 개새끼 중 하나였다. 대통령의 정책이나, 노선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배에서 뛰어내렸을까. 아니면 싸잡아서 욕 얻어 쳐먹고 죽게생겼으니까 배에서 뛰어내렸을까. 배에서 뛰어내린 것을 생각하면 박제로 만들어 (구)여당 뱃전에 매달아 선두상으로 쓰면 딱이겠지만, 정말 웃기게도 또 이게 꼴에 (구)여당이 내세운 '유일한' 인물이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이 노선의 인간이라면 그나마 우리 목을 '덜' 죄어 올 거라는 한줄기 개꿈은 있었다.
문국현에게 무엇을 바라면 좋은가. 그는 좋은 기업가일 수는 있다. 기업가답지않게 도덕적으로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았고, 이상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이상적인만큼 현실의 냄새가 나지 않는 비전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도덕성이라는 잣대를 바닥에 놓고 바라보면 이명박도 좋은 기업가이다. 좋은 기업가의 첫번째 조건은 어쨌든 기업을 사업적으로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운영은 이상적인 비전과 경제적인 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원하지 않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정치적인 요소를 제외할 수 없다. 나는 그가 정치인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의 경험이 그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회창. 이 사람에게는 나쁜 것을 기대했다. 아니면 좋은 것이었을 수도 있다. 정치의 시대를 삼김시대와 그 후로 구분하자면, 이회창은 정치적으로 그 중간에 어설프게 끼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노선과 철학이 분명한 사람이지만, 더 이상 이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 그가 가지는 파급 효과 때문에 나는 그가 물귀신이 되어주기를 바랬다. 물귀신이 아니라면 자폭 테러라도 하길 바랬다. 이 시대는 더 이상 그와 같은 정치인을 같은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좋은 눈길로 바라봐 주지 않는다. 사실, 그는 이명박이 지금보다 더한 독주를 하는 것을 막기는 했다. 그러나 결과가 변한 것은 아니다. 물귀신의 역할조차 해내지 못했다. 이전에 그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은 '이회창'을 보고 투표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허총재님이 있다. 아니 계시다. 사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궁금했던 건, 이인제와 허총재님 중 누가 더 득표하느냐였는데, 출구조사까지만 해도 이인제와 허총재님이 거의 만만했는데, 아쉽게도 후반으로 가면서 전세가 슬며시 역전됐다. 뉴스를 보며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만일 이인제가 민주당의 얼굴이며, 민주당이 과거 민주당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정당이라고 가정하면 정당에 의한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끝났다고 할 수도 있다. 서울시의 개표결과를 보니 꽤 많은 구에서 허총재님이 더 많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인제는 한 십년 전에는 젊은 생각을 가진 정치인 정도로 보였지만, 이 나라의 어떤 정치인보다 빠른 타락을 기록했다. 이제 놀이는 끝났다. 그만 나가달라. 다음 대선에 당신은 못 나오겠지만, 허총재님은 그래도 나오실걸? :(
투표를 할까말까 존나 망설였다. 어차피 누구에게 던져도 사표가 될 것이 뻔했다. 투표하기 전까진 문국현이나 권영길이 존나 미웠다. 이상적인 비전이나, 좌파 이데올로기로 무언가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며,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하다못해 당신들만이라도 이명박의 독주를 어떻게든 해볼 수 있었으리라. 물론, 인물로 본다면 정동영은 대통령을 시킬 사람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당신들도 마찬가지다. 이회창 후보가 얼마나 선전했는지 당신들 눈으로 확인하고 반성하라. 그는 공탁금도 다시 가져갈 수 있다. 투표 마감 8분 전에, 그래도 투표는 하고 찌질거려야겠단 생각에 동사무소까지 바람이 반쯤 빠진 저전거를 끌고 목숨걸고 달렸다. 마감 2분 전에 투표를 할 수 있었는데, 내 표는 개 줬다.
소용 없을건 알았는데, 시청 광장에서 만세부르는 사람들을 보니 착찹한 기분이다. 우리네 부모들이 이런 기분을 십몇년씩 느끼며 살아왔을 것을 생각하니 세삼 우리네 부모들의 위대함이 느껴졌다. 그들이 희생했기에 내가 있고, 그들이 희생했기에 지금의 사회와 경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경제 문제 해결에 도덕적인 문제를 무시하고 이명박을 뽑아놨다. 하지만 경제 문제란 무엇인가. (구)야당에서 이야기하는 '경제 문제'라는 것의 실체를 본 사람이 있는가. 고용 없는 성장의 원인이 실체 없는 '경제 문제'에 있다고 믿으며 이명박 이름 옆에 도장을 찍은 것인가. 고용 없는 성장은 실체 없는 경제 규모로부터 비롯된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 것일까. 실제 가치에 가깝게 무너져 내리는 주식시장을 보며 '시가 총액의 증발'이라고 이야기할 뿐 '자연적인 조정'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런 '실체 없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실 이명박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그가 집권하면 부동산 불패는 재현될 것이고 어쨌든 주식은 다시 오를 테니까. '실체 없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디선가는 돈을 끌어와야 한다. 그 돈을 어디서 가져올까. 왜 우리네 부모들이 착찹한 심정이 들었을까.
나는 오늘, 이명박 옆에 도장을 찍은 서민들이, 직장을 못 구한 대학생들이 5년 후의 추운 겨울날,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며 어떤 생각을 할 지 궁금해진다. 부디 그곳이 한강 다리 위가 아니길 바란다.

얘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의 꼴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