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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9/11 밤샘총량보존법칙 (7)
학벌 이야기가 많이 보이길래, 이전에 생각해둔 단어가 떠올라서 적어봅니다. 미디어에서는 일 하는데 학벌이 일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도 학벌이 일 자체에는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학벌은 성적에 의존하지 않고, 그나마 객관적으로 그 사람의 학력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학력은 그 사람이 공부를 얼마나 잘 했느냐 그 자체로도 해석되지만, 그 사람의 이해력이나 판단력 같은 구체적인 능력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학력을 가진 사람은 더 잘 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지방대를 나왔습니다. 지방대생 입장에서, 이 분야에서 일하는데 학벌이 별 영향을 끼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미디어로부터 듣고 꽤 믿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지방대생의 딸딸이에 불과했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학교마다 같은 이름의 학과라도 커리큘럼이 상당히 다릅니다. 안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제가 구경해본 적이 있는 몇 학교는 지방과 수도권, 혹은 서울 지역 사이에 커리큘럼의 난이도가 달랐습니다. 어째서 지방 학교의 커리큘럼 난이도가 더 낮게 설정되어 있는지는, 보수적인 학부모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금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실제로도 그런 이유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같은 전공이라도 서울 지역에 있는 학교 출신들이 좀 더 높은 난이도의 커리큘럼을 이수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 기회의 양이 다릅니다. 전체 인구에 비해 아주 많은 수의 사람들이 수도권에 모여있으니까 뎡안한 현상이지만, 이 분야에서도 대부분의 회사가 서울 지역에 모여 있고, 덕분에 서울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별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이 분야에 대한 다양한 기회를 접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 통찰력으로 굳어져 따라잡기 힘든 지경이 될지도 모릅니다.
'밤샘총량보존법칙'은 제가 만들어 본 단어입니다. 여러 사람들의 재산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지내는 밤샘의 양은 모두 일정하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학교에서 밤을 더 많이 세운 사람은 전체 밤샘 중의 대부분을 이미 학교에서 세워버렸기 때문에 학교를 마친 후에는 밤을 세울 일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학교에서 밤을 세우지 않은 사람이라면 학교를 마친 후에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밤샘을 해야 합니다. 법칙이라고 말하니까 꽤 웃기지만,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적절하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저는 앞으로도 그렇게 못안 채운 밤들을 세워야 할 겁니다. :(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