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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1/03 스킨 (2)
아주 오래전에, HTML을 배운다고 한참 깝(딸) 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위지윅 웹 에디터 아무거나 가지고 만들면 간단하고 편한 건데 그때는 HTML을 하드코딩하면 뭐 벼슬이라도 하는 건줄 알고 기를 쓰고 하드코딩으로 뭐든 만들었습니다. 삽질도 자꾸 하다보니 레벨이 오르길래 근처에 아는 사람들의 홈페이지 껍데기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만들면 좀 더 잘 만들지 않을까 싶어서 다른 사람의 껍데기를 자주 만들었습니다.
블로그를 열고 나서 꽤 오랜 시간동안 기본 스킨을 사용했습니다. 기본 스킨에는 제가 필요로 하는 모든 기능이 들어가 있었고, 블로그 도구가 버전업을 할 때마다 새로 추가되는 스킨 구성요소가 기본 스킨에만 적용되어 공개됐기 때문에 기본 스킨을 사용하고 있으면 블로그 도구의 버전이 올라가도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웠습니다. 비록 요새는 웹 페이지를 RSS나 기타등등의 방법으로 긁어다가 읽는게 대유행이라 이전만큼 페이지 디자인의 중요성이 높지는 않지만, 개성있고 사용하기도 편리한 페이지 디자인을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하시는 분들을 보면 무척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HTML좀 만지고 이미지 편집 도구좀 만질 줄 안다고 바로 페이지 디자인에 사용할 스킨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웹은 수많은 땜빵 기술이 짬뽕된 공간이라 뭐 하나만 알고서는 그럴듯한 페이지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HTML 코드도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이미지 편집도 좀 해야 하고, 레이아웃이나 타이포그라피에 대한 약간의 지식도 필요하고 블로그 도구마다 각기 다른 테마 - 혹은 스킨 - 규격도 알아야 했습니다. 거기에 다른 페이지들과는 다른 개성을 부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좀 깨작거리다가 포기하고 그냥 기본 스킨 썼습니다. 그리고는 '필요로 하는 구성 요소가 모두 있어서' 라든지, '버전업에 구애받지 않으니까' 따위의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무료로 구할 수 있는 스킨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얻을 수 있는 건 명성 뿐인데도 사람들은 보기 좋은 스킨을 만들어 댓가 없이 공개합니다. 최소한의 댓가는 이름을 지우지 말아달라는 정도. 이건 뭐 댓가도 아닙니다. 무료로 편리하게 받아다가 적용해서 사용하는 스킨은 위에서 이야기했다시피 꽤 많은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고, 만들고 테스트하는데 인력과 시간도 필요로 합니다. 물론 장비도 있어야죠.
워드프레스 테마 판매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위에 이야기한 것과 같이 페이지 디자인을 만드는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단 생각입니다. 마치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블로그 글 옆구리에 광고라도 하나 붙여 호스팅비라도 대 보자는 생각과도 비슷한데, 스킨 제작자들에게도 최소한 그 정도 이상의 댓가는 필요합니다. 싸이월드나 초기 네이버 블로그에서 페이지 디자인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는 개념을 보였습니다. 페이지 디자인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는 당연한 구조이지만, 유저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사이트 디자인이 별거 없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거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워드프레스의 테마 판매는 좋은 생각입니다. 뭘 하든 공짜는 없다는 제대로 된 인식을 기대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고, 스킨 제작자의 지식과 노동력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