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검색된 포스트 '126'건

  1. 2008/11/16  폭력적인 이름 짓기
  2. 2008/11/11  일과시간표
  3. 2008/10/23  혼비백산 (2)
  4. 2008/09/22  사진 집게와 사진의 의미
  5. 2008/09/18  새로 고침

폭력적인 이름 짓기

지하철을 오가다가 문득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봤습니다. 지하철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로 말하자면 실컷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도중인 사람들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세요'라며 아무 의미 없는 병신 같은 광고를 하기도 하고, 힘들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결정한 사람들 앞에 멀쩡한 에스컬레이터를 세워놓고서는 '전기 절약' 이딴 포스터를 붙여놓기도 합니다. 이런 포스터들을 기획한 사람의 머리속엔 쥐새끼만 들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ziral

이 포스터를 보고 좀 찜찜했습니다. 분명 그럴싸한 내용입니다. 전기를 아낀다며 꺼 버린 에스컬레이터와 발 한짝 들여놓으려니 불같이 성네는 노인네들이 가득한 엘리베이터 앞에서 지하철 이용을 포기해 버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찜찜한 이유는 이 서비스의 이름 때문입니다. '교통약자 도우미' ... 꼭 이딴 이름을 지어 넣었어야만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화장실을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아 그러면 화장실에 그런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머리에 쥐새끼만 든 사람들은 '아! 그럼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면 되겠군'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겁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정책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으로 보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 '교통약자 도우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꺼져 버린 에스컬레이터와 노친네들에게 점령 당한 엘리베이터 앞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그런데 굳이 그런 사람들을 '교통약자'라고 불러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더 편한, 더 자연스러운 이름이 얼마든지 있을텐데, 아무 고민 없이 정책 입안자와 기획자의 폭력성과 이 포스터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 없는 시선이 그대로 묻어나는 포스터였습니다.

게다가 이 포스터는 '플랫폼'에 붙어 있습니다.

2008/11/16 22:50 2008/11/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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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시간표

어릴 때 방학이 되면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탐구생활'의 가르침에 따라, 탐구생활 한 2~9페이지 근처에 있던 '일과시간표'를 완성하는데 귀중한 방학 하루를 낭비하곤 했습니다. 이 일과시간표는 24시간으로 된 원형 그래프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12시간제 시계를 간신히 보던 제 입장에서 24시간제 그래프는 꽤 이해하기 귀찮은 대상이었습니다.

그 때는 무슨 짓을 해도 일과시간표대로 행동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 기상시간이 제멋대로였고 계획을 세워 행동하면 좋다고는 하지만 일단 나가서 노는데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방학 숙제는 지금 생각해보면 꽤 무리한 분량이었는데,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클리어해도 아슬아슬한 것을 개학 이삼일 전까지 미뤄 두곤 했습니다. 밀린 일기쯤 하루에 한달분도 거뜬했지만 그리기나 만들기 같은 어이없이 귀찮은 과제들은 개학 당일 아침까지 저를 괴롭혔지요.

요새는 생각해보니 매일매일 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내내 운동 한 시간도 제대로 안 하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잠들고,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버스 안에 있으며, 또 같은 시간에 택시 안에 있습니다. 매일 같은 사람에게 같은 시간에 전화를 걸고, 같은 시간에 메일 확인을 하고, 같은 시간에 커피를 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거 지독할 정도로 규칙적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같은 시간에 집에 오다가 '일과시간표를 그려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한번 그려봤습니다.

timetable

뭐 대충 회사에서 노닥거리는 시간이 꽤 긴 것 같은데, 게임 오픈베타가 얼마 안 남아서 그렇습니다. 프로그래머는 아니라서 압박이 직접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이쯤 되면 기획서에 따라 뭘 만들기가 꽤 힘들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기획 일을 나눠 가지고 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지금 더 많이 하는 일은 팀의 리포터 정도이겠네요.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규칙적으로 꽤 길어보이지만 회사에는 더 지독한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있어서 길다고 하기도 뭣합니다.

그려놓고 보니 일주일 내내 정말 규칙적인 생활을 수 개월째 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건강해질 수도 있고 계획적으로 살 수도 있다고 했는데, 매일 비슷한 시간에 점심 뭐 먹을지, 저녁 뭐 먹을지를 고민하고 같은 시간에 자리에 주저앉아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자면 규칙적으로 사는 것이 장점만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2008/11/11 01:27 2008/11/11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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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비백산

백업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하드디스크가 몇 년에 걸쳐 자료를 안전하게 보관할 신뢰할만한 미디어가 아니라고 느끼고 부터였습니다. 그 전에는 CD나 DVD에 좀 떠 두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보관했으면 싶은 파일이 늘어나는 속도는 굉장했고, 몇 번인가 유실 사고를 겪으면서 CD나 DVD는 '백업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백업 하드도 달고 자동화도 해서 요새는 백업이 되는지 마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두 가지 정도의 백업 수단을 사용합니다. 하나는 노턴 세이브 앤 리스토어가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시스템에 달린 모든 드라이브의 변경사항을 백업합니다. 연초에 새로 마련한 외장 하드를 사용하고 있고, 백업용 스토리지는 1년에 한 번 정도 사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NDAS 타입을 샀고, 올 초에는 USB 타입을 사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NDAS 타입은 백업용으로 사용하기에 그리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svn입니다. 요즈음은 드롭박스 같은 서비스가 유행인 모양이지만, 그 전부터 집과 회사의 데이터 동기화를 위해 svn을 사용했습니다. 'My Documents'를 통째로 svn에 넣어 두면 아무데서나 똑같은 파일에 똑같이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Desktop', 'Program Files'의 일부, 'Desktop', 'Favorites' 같은 디렉토리들을 넣어두면 여러 PC를 쓸 때 환경이 달라져서 고민하는 일이 거의 없어집니다.

오늘 집에 돌아와 'My Documents' 디렉토리를 업데이트 하려고 보니 업데이트 하려면 클린업을 하라고 하고, 클린업은 계속해서 실패했습니다. 원래는 실패하는 원인을 알아내 업데이트 하는 것이 당연한 방법이겠지만, 어차피 전부 svn으로 관리하고 있으니 그냥 통째로 지우고 다시 체크아웃 하는 것이 덜 귀찮은 방법이란 판단을 하고, 미련 없이 'My Documents' 디렉토리를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뭔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용량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My Musics'와 'My Pictures'는 svn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ignore list'에 넣어놓고 있었지요. 그래서 음악과 사진 디렉토리만은 집에 있는 PC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svn에서 'My Documents' 디렉토리를 체크아웃 해놓고 좀 있다 와서 보니 음악과 사진이 사라져 있더군요. 뭐 음악이야 만약 날리면 주말에 시간을 들여 CD를 다시 리핑하면 된다지만, 사진은 날아가면 참 허탈할 노릇입니다.

restore

... 물론 결국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 보통은 제가 토요일 저녁에 집을 비웁니다. - 자동 실행되는 백업을 뒤져서 음악과 사진을 다시 끄집어내 CD를 몽땅 다시 리핑하거나, 몇 년 동안의 사진을 허망하게 날리는 사태는 면했지만, 잠깐 동안 가슴이 두근거리고 모니터가 빙빙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지금은 백업 디스크에서 음악과 사진을 원래 있던 자리로 복사해 오는 중입니다. 잠깐동안 중얼거리기도 했지요. '아 신발. ㅈ될뻔했다.'

여튼, 날린 건 결국 시간 뿐이었는데, 오늘의 교훈은 백업을 하는 이유에는 '디스크가 고장날 것을 대비'하는 것 이외에도 '실수로 두눈 멀쩡히 뜨고 내 손으로 파일을 날리는 것에도 대비'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는 것입니다. [......]

주말에 사용하지 않던 스토리지를 꽂고 'My Musics'와 'My Pictures' 디렉토리도 svn에 넣을 작정입니다. -___-

2008/10/23 00:32 2008/10/2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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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집게와 사진의 의미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을 보면 방안 어딘가에 빨래줄 처럼 줄을 이어 놓고, 집게로 사진을 널어둔 모습이 나옵니다. 원래는 인화한 사진을 넣어 놓을 용도였을 것 같은데, 요즈음에는 인화한 사진이든 아니든 사진을 장식할 용도로 널어 놓는 모양입니다. 사진을 꼭 엘범이나 액자에 넣어 놓지 않고 적당히 무방비 상태로 넣어 놓는 것도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언제든지 편리하게 사진을 바꿔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겠네요.

팬시점에서 이런 줄과 집게를 판매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제품이 있지만 모두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집게가 생각보다 약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점인데, 제품이 구려서 그렇게 만들었다기 보다는 사진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철제 집게로 사진을 물면 몇 시간만 지나도 사진이 구겨질 테지만, 이 나무 집게로 사진을 물어 두면 웬만큼 시간이 지나도 사진이 구겨지지 않습니다. 물론, 나무와 계속 닿아 있기 때문에 표면에 손상이 가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요.

그런데, 이 제품을 구입하려다가 생각해보니 별로 사진에 가해질 손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사진은 모두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것들이고, 이 사진들은 여러 장소에 백업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언제든지 프린터로 찍어내면 똑같은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사진을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 이유는 사진이 그것 한 장 밖에 없기 때문인데, 언제부터인가 사진은 더 이상 단 한 장 밖에 없는 그런 미디어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언제든지 똑같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결국 조금 고민하다가 그럴싸한 삼줄과 나무 집게를 묶어 파는 제품을 내려놓고 돌아섰습니다. 그냥 빨래줄에, 사진이 조금쯤 구겨져도 괜찮으니 그냥 사무용 철제 집게로 매달아둘 작정입니다. 사진이 조금 구겨지면 구겨진 대로 놔두고, 영 구겨짐이 심하면 한 장 다시 뽑아서 걸어 두면 되니까요. 사진의 의미가 상당히 변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2008/09/22 09:51 2008/09/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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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고침

어째서인지 매년 한 번 정도는 찾아오는 대단한 슬럼프입니다. 사실은 하도 자주 찾아와서 이게 슬럼프인지, 그냥 일 하기 싫은 건지 잘 구분 되지도 않지만, 한동안 꽤 심했습니다. 집에서도 아무 일도 하기 싫었고 집안 꼴은 엉망이 됐습니다. 머릿속도 엉키고 아무 생각도 못 하게 됐습니다. 회사에서 커피를 아무리 들이켜도 꾸벅꾸벅 병든 닭마냥 키보드 앞에 머리를 처박고 있고, 이번 달 내내 내가 뭘 했는지 알 수도 없었습니다. 그냥 좀 하루쯤 아무데나 가서 처박혀 있고 싶었습니다.

요즘이야 근교에도 쉴 만한 곳이 많지만, 어디선가 읽은 '휴가는 직장에서 멀리 갈수록 효과가 좋다'는 말이 생각나서 근거 없이 멀리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은 아주 멀리 가고 싶었는데, 휴가를 추석 뒤에 붙이는 바람에 예약이나 뭐나 할 형편이 못 되어 예약 없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으로 가기로 하고 본가에서 올라온 다음 날 아침에 아무데나 그냥 멀리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실제로는 48시간도 채 못 쉬고 온 셈이지만, 나름 멀리 와서 발 들일 생각도 없었던 물에 발도 들이고 창가에 의자에 구겨져 창밖으로 보이는 인공 구조물에 깜빡이는 조명을 멍하니 바라보는 기분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뭘 먹으면 카메라 대신 숟가락이 먼저이고, 뭘 봐도 찍기에 앞서 내 눈으로 바라보는게 먼저러 변변한 여행기 같은 건 없지만, 모니터만 쳐다보면 멍해지는 머릿속을 조금이나마 정리하는데는 적절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2008/09/18 23:02 2008/09/1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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