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검색된 포스트 '137'건
- 2010/01/05 게임 유료화 패러다임의 변화
- 2009/12/12 조작이 다르면 다른 게임이다. (8)
- 2009/11/08 LightSpeed - EMT
- 2009/09/15 게임 테스트 이름 알아먹기 (1)
- 2009/04/26 Braid
“온라인 게임 유료화 패러다임의 변화”: 마비노기 영웅전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찌질이들로부터 여러 가지로 욕을 얻어먹고 있지만 마비노기 영웅전이 이번에 특이한 방식의 유료화 과정 – 모델이라고 보긴 뭣하고 – 은 이후 다른 온라인 게임의 유료화 과정이나 모델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겁니다.
내부 의사결정 과정은 잘 모릅니다. 다만 야근 안 할 것처럼 구인광고에 적어놓던 개발팀에 야근은 ‘크리’가 아니라 ‘패시브’라고 말할 만큼 미친 듯이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황이 꽤 급한 모양입니다. 아시다시피 그 회사에서는 잘 안 되는 게임의 밥줄을 사정 없이 끊기로 유명하니까요. 그래서 일단 PC방 테스트라도 시작해보자~ 라고 결정을 내린 모양입니다. 그런데 요새 PC방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한 시간에 몇 백원 받아 봐야 밥값 안 나오거든요. 그래서 요새는 PC방에서 PC방 아이피를 팔고, 덕분에 부작용이 생겼나 봅니다.
이게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는 외부에서는 알 수 없지만, 결국 넥슨캐시 4900원을 내면 집에서도 게임을 할 수 있게 정책을 바꿨습니다. 게임은 CB 스테이지를 지났고 밖에서 보기에는 OB 스테이지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시점이었는데 ‘테스트’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게임을 오픈한 다음 4900원의 단기 이용 요금을 받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게임 내에 이미 캐시샵이 구현 되어 있고 부활 아이템과 경매장 이용권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테스트 스테이지로 추정되는 상태에서 캐시샵이 미리 구현되어 있던 건 마비노기 영웅전이 처음은 아닙니다. 하다못해 같은 회사에서 만든 ‘애어라이더’도 OB 스테이지에서 이미 캐시샵이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회사로부터 빠른 유료화에 대한 압력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주구장창 몇 개월씩 OB 해서는 답이 없다는 거죠.
‘주구장창 몇 개월씩 OB 하다간 좆된다’는 건 이미 수많은 게임들이 증명했습니다. 게임이라는 건 사실 수명이 굉장히 짧습니다. 존나 운이 좋아서 몇 년이나 가는 게임이 있지만 그렇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원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 거의 모든 – 국내 온라인 게임 개발팀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죠. 호시탐탐 밥줄을 끊으려는 회사와 1초라도 더 버텨보려는 개발팀이 스텝을 쥐어짜가며 ‘패시브 야근’으로 개발하는게 국내 온라인 게임입니다.
이 말은 게임이 가진 컨텐츠에는 한계가 있다는 거고, 다들 알다시피 유저들이 컨텐츠를 먹어 치우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2년 개발한 거 CB 하루 만에 다 날리는 것이 예사입니다.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지냐 하면 CB 스테이지에서 어쨌든 테스트를 하기는 합니다. 서버에 사람 벌떼같이 붙여 몇 시간씩 로그인 안 되고, 게임 멈추고 자시고 다 경험한 다음 OB 들어가서 그 동안 개발한 컨텐츠 다 소모한 다음 더 이상 할 것이 없는 상태로 OB 기간 동안에 스텝을 쥐어짜 만든 거지같은 추가 컨텐츠 가지고 상용화를 하는 겁니다. 유저 입장에서 돈 내고 싶겠습니까?
그래서 개발사들은 OB 기간을 최소화해 컨텐츠 고갈을 막는 쪽으로 유료화 과정을 바꿔 나갔습니다. 처음 다녔던 회사에서 만든 한 MMORPG가 이제 3년째 OB를 하고 있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_-) 요즘 나오는 게임들은 OB 기간이 길어봐야 두어 달, 짧으면 몇 주 안에 유료화를 해버립니다. 애들이 몰려와 ‘돈독이 올랐네 뭐네’ 하며 찌질거리지만 결국 양쪽 다 이익입니다. 게임은 컨텐츠가 고갈되지 않은 상태로 유료화를 하는 거고, 일단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게임 개발에 투자할 자원을 늘리기 위해 밥줄을 끊으려는 회사와 협상할 여력이 생깁니다. 잘 하면 코엑스몰 길바닥에 “큰일났다 던파!” 라도 깔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마비노기 영웅전은 이 과정을 극단적으로 줄이다 못해 없애버렸습니다. 내부적으로 지금 스테이지를 OB로 판단할지, 상용화 상태로 판단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게임은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 4900원은 결국 넥슨캐시로 돌려주기로 했지만 – 이 말은 온라인 게임이 CB 스테이지에서 테스트를 마치고 OB 스테이지를 생략하고 바로 상용화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신 플래시 배너 몇 개 거는 정도로 소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4900원 짜리 버리어’를 쳐 유저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OB와 상용화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게임 컨텐츠는 아직 고갈되지 않았고, OB 스테이지에 해당하는 추가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익을 발생시켜 밥줄을 끊으려는 회사와 협상해볼 여지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런 유료화 과정은 유료화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온라인 게임 유료화는 마비노기 영웅전이 이번에 보여주고 있는 사례와 유사한 방향으로 진행될 겁니다.
얼마 전에 ‘모던워페어 2’를 플레이 했습니다. ‘모던워페어’에는 스테이지의 밀도에 놀라곤 합니다.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단지 내 눈 앞 뿐만 아니라 내 뒤에서도, 저기 건물 위에서도 등 뒤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나를 둘러싼 – 적어도 내 눈에 보이는 – 모든 장소에서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내가 움직이면 이 모든 상황이 나를 따라서 최고의 밀도를 자랑하며 움직이지요. 개발 자원이 아무리 많아도 이렇게까지 하는 게임은 아마 드물 겁니다.
그건 그렇고, 모던워페어2 – 이하 MW2 – 를 플레이 하다가 든 생각이 있어 적어보려고 합니다. 두 번째 스테이지를 보면 피켈을 박아 가며 빙벽을 오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1인칭 시점에서 어딘가를 기어올라간다고 하면 미러스 앳지가 떠오르는데, 이쪽은 좀 더 무거운 느낌으로 빙벽을 기어 올라갑니다.
주목할 것은 조작입니다. 저는 엑박으로 플레이 했는데, 엑박에서 이 빙벽을 오르는 조작은 LT, RT를 번갈아 가며 누르는 것입니다. LT를 누르면 왼손에 든 피켈을 빙벽에 박아 버팁니다. 여기서 LT를 놓으면 빙벽에서 떨어져 죽게 되지요. LT를 누른 상태에서 RT를 누르면 오른손에 든 피켈을 빙벽에 박습니다. 그러면 LT를 떼도 떨어지지 않지요. 이렇게 LT를 누른 채로 RT를 누르고, RT를 누른 채로 LT를 누르는 것을 반복해야 빙벽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PC로 같은 부분을 플레이 하시는 분을 보니 PC판은 조작이 달랐습니다. PC판에서는 빙벽을 오를 때 왼손과 오른손을 각각 LMB, RMB로 조작하고 있었습니다. 왼손은 LMB, 오른손은 RMB입니다. 엑박에서는 왼손 검지손가락과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번갈아 가며 눌렀지만 PC에서는 마우스를 쓰는 어느 한쪽 손의 검지손가락과 가운데손가락을 누릅니다.
저는 이들 둘이 화면에 보이는 것은 똑같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면에 보이는 왼손에 든 피켈을 빙벽에 박기 위해 왼손에 힘을 주고 LT를 누른 채로 버티기 위해 왼팔에 힘이 들어가는 엑박 플레이는 상당히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반면에 같은 조작을 위해 LMB와 RMB를 번갈아 가며 누르는 것은 뭔가 훨씬 어설픈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 뿐 아니라 본 게임에 들어가 총질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PC는 마우스 커서로 상대를 정확히 조준하는 게임이 되고 엑박은 대략 조준한 다음 가늠쇠에 눈을 갖다 대고 한번 더 조준해서 쏴야 하는 게임이 됩니다. 이렇게 같은 게임이라도 조작이 다르다면 서로 ‘다른 게임’으로 보고 양쪽 모두를 디자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어느 한쪽을 만든 다음 다른 한은 조작만 바꾼다면 어느 한쪽 조작을 사용하는 유저는 디자이너가 예상하지 못한 바보 같은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스크린샷 출처: http://www.breakitdownblog.com/
라이트스피드의 개발 도구인 EMT는 게임 개발이 어떤 식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지를 알아보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EMT는 그냥 Entity Modelling Tool의 약자입니다. 간단히 엔티티를 그리는 도구라는 의미입니다. 라이트스피드에서 어떤 기능은 엔티티 간에 관계로 이루어집니다. 미리 만들어진 여러 가지 기능을 상속해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내는데 사용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프로그래머 손을 빌리지 않고 빨리 프로토타이핑 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 상에 동굴이 하나 있는데, 동굴을 바위로 막아 놓고 바위를 굴려서 치우면 동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칩시다. 바위 모델이야 어디서든 주워올 수 있겠지만 바위에 물리도 붙여야 하고 배치도 해야 하는 등 기획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결국 기획자는 방금 이야기한 내용을 손가락 아프게 기획서로 만들거나, 입 아프게 프로그래머에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더 골때리는 건 바위를 만들어놓고 보니 구려서 도로 치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두 사람과 두 파트를 거친 이터레이션은 '동굴 앞을 바위로 막아봤더니 구리더라'라는 시행착오에 의한 교훈을 남기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자원을 소모해 버렸습니다.
대신 EMT에서는 미리 만들어진 기능을 이리 저리 붙여서 동굴 앞을 막은 바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일단 바위 모델을 하나 만들고 모델 애셋을 지정해 줍니다. 그럼 일단 게임 상에 바위 모델이 나타납니다. 이걸 적당하 배치해 놓고 피직스 모델을 상속해 줍니다. 피직스 모델에는 충돌 모형이나 무게, 중력 따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진행하면 기획자는 다른 자원 없이 동굴 입구를 막은 바위를 만들어볼 수 있고 아까와 똑같은 '동굴 앞을 바위로 막아봤더니 구리더라'라는 교훈을 얻었지만 이번에는 자원을 훨씬 덜 소모했습니다.
사실 위에서 간단히 바위에 모델 애셋 지정하고 피직스 모델 떨구는 걸로 끝난 동굴 앞 바위 막기는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감추고 있습니다. 모델은 라이트를 받아 그림자도 그려야 하고 텍스처는 어떻게 할 것이며 바위가 굴러갈 때 이펙트는 어떻게 할 것이며 피직스 모델은 하위에 복잡한 물리 속성을 감추고 있기까지 합니다. 대신 기존에는 이 모든 과정을 다른 스텝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면 이제는 잘 추상화된 모델을 끌어다 붙여 놓기만 하면 프로토타이핑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해 봤는데 혹시 '동굴 앞을 바위로 막아봤더니 재밌더라'라는 교훈을 얻으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다른 스텝들에게 일을 맡기면 됩니다. 이펙터가 바위가 굴러가는 그럴싸한 이펙트를 만들고 원화가와 모델러가 동굴 앞을 막고 있을만한 그럴싸한 바위를 만들어내면 됩니다. 이건 확실히 게임에 들어갈 거고 '혹시 이거 안 들어갈까' 조마조마하며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기획자가 다른 스텝과 의사소통을 할 때도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동굴 앞을 바위로 막아 보자'는 내용의 기획서를 사람들에게 돌리는 것과 실제 작업할 사람들을 불러 모아 놓고 동굴 앞을 막은 바위를 게임상에서 직접 보여주며 '이런걸 만들거에요'라고 이야기하는 것 사이에는 말로 다 하기 어려울만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작업자들 머리 속에는 뭘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목표가 시각적으로 공유되어 기획서에 적힌 글자 쪼가리를 잘 못 이해해 일어나는 낭비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게임 개발에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작업자들이 모두 확실히 같은 목표를 머릿속에 넣고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는 과정에 EMT 같은 도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
게임 회사들이 테스트 이름을 내 걸어 놓고 실제로는 이름과는 별 관계 없는 테스트를 해서 이게 어떤 테스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글이 있길래 게임 회사에서 테스트 이름을 어떤 식으로 정하는지, 그리고 각 테스트 이름에 따라 원래는 뭘 말하는지에 대해 필요한 부분만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일단 CB가 있습니다. 다들 아는 대로 Close Beta 입니다. 게임을 한정된 사람들에게 공개해 놓고 게임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유저들 반응은 어떤지 등을 체크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게임이라 좀 곤란하다 싶으면 보도자료를 내서 웹진에 올리기도 하는데 요새는 CB 하면 무조건 보도자료 날립니다. 덕분에 웹진에는 보도자료가 넘쳐나서 다 같이 주목 받지 못하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 1차, 2차, 3차 등으로 나눠서 하기도 하는데 애초부터 세 번 할 거라고 정해놓고 세 번 하면 좋겠지만 만들다 보니 덜 만들어져서 2차도 하고 3차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은 세 번 초과해서는 안 하는 분위기입니다.
원래는 한정된 인원을 제한된 기간 동안 모집하지만 요새는 워낙 많은 게임이 CB를 하기 때문에 보도자료 뿌리고 나발을 해도 사람이 잘 모이지 않습니다. 또 뽑힌 인원들은 실제 테스트 기간에 반도 접속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인원 제한을 두지만 내부적으로는 인원을 두 배 정도 받거나, 인원 제한 없이 신청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보통은 테스트 기간에 추가 인원을 받지 않지만 영 파리 날린다 싶으면 테스트 기간 중에도 OB와 똑같이 신규 유저의 참여를 막지 않습니다. 이 경우 테스트 종료 보도자료에 ‘참여율’을 알리기가 아주 골 아프게 됩니다.
다음으로는 FGT가 있습니다. Focus Group Test 입니다. 게임이 돌아가는지를 테스트 하기 보다는 주목하고 싶은 그룹의 사람들을 불러다 놓고 게임을 시켜 그들의 의견이나 반응을 확인합니다. 초딩들이 피 철철 흘리는 게임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하다면 매직 미러가 달린 골방에 초딩들을 모아 놓고 게임을 시킵니다. 보통은 모더레이터가 테스트를 진행하고 매직 미러 뒤에서 관계자들이 불 꺼놓고 음울하게 이들을 관찰합니다. 즉 아무나 온라인으로 가입, 참여가 가능한 상태인 게임이 ‘FGT’란 이름을 달고 나왔다면 마케터나 기타 관계자들이 ‘FGT’의 의미를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그냥 공개 테스트 하는 겁니다.
다음으로는 ‘프리 테스트’가 있습니다. 가끔 ‘Free’라고 오해하곤 하지만 대부분 ‘Pre’ 테스트입니다. OB를 앞두고 사람들이 벌떼 같이 달라붙었을 때 터질 것이 두려워 테스트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보통 OB와 동일하게 사람들을 제한 없이 붙이지만 요새는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기 때문에 테스트하는 의미가 별로 없는 테스트입니다. 규모가 있고 유저 풀을 갖춘 회사라면 회원들에게 문자도 날리고 메일도 보내 테스트를 알리지만 이도 저도 아닌 회사라면 프리 테스트에도 보도자료를 뿌려야 합니다. 물론 그래도 유저들은 안 오고, 막상 OB 첫 날 벌떼같이 달려들어 엉망인 게임을 사정 없이 할퀴곤 합니다.
다음으로는 ‘파이널 테스트’가 있습니다. 이미 CB는 끝나버렸습니다. 그리고 프리 테스트 비슷한 것도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OB를 시작하려고 보니 막판에 대대적으로 뜯어 고친 기능이 잘 돌아갈지 모르겠습니다. 테스트를 한 번 더 하기는 해야겠는데 뭐라고 붙일 이름이 없습니다. 염치 불구하고 ‘파이널 테스트’라고 붙여 테스트를 합니다. 요새는 파이널 테스트를 하면서 광고도 뿌리고 보도 자료도 뿌리며 마케팅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냥 열 만 했다면 바로 OB 하지 파이널 테스트 안 합니다. ‘염치 불구하고 테스트 한 번만 더 합시다 테스트’ 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OB가 있습니다. Open. 말 그대로 눈에 핏발 선 유저들이 발떼 같이 달려들어 아직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게임을 사정 없이 물어 뜯는 그런 테스트입니다. 테스트를 죽 해 왔지만 아직 안정성은 입증되지 않았고 말도 안 되는 곳에서 마구 터져 아무도 집에 못 가게 되지만 어쨌든 신규, 기존 유저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그리고 점검 이외에는 서버를 닫지도 않지요. 거기에 서버 상태와는 무관하게 보도자료 날리고 광고 뿌립니다.
이 외에 마케터가 창작해내는 별 꼴같잖은 테스트들이 많지만 사실은 전부 ‘시간 제한이 있는 OB’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게임 테스트 이름 정리 끝.
‘Braid’라는 게임을 라이브 아케이드의 전체 게임 목록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프리뷰 이미지에 모래시계 하나만 덜렁 있어 별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회사 게시판에 독특한 퍼즐 게임이라는 설명으로 글이 올라왔길래 데모를 다운로드 해 플레이 해 보게 되었습니다.
‘괴물에게 붙잡힌 공주를 구출하는 모험을 떠난다’라는 내용은 하도 많은 게임에서 사용해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지경이지만, 이런 게임 형식에 공주를 구한다고 하고 보니 자꾸 게임 하나가 어른거립니다. 하지만 여기에 파란 버튼을 눌러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 월드마다 각기 다른 시간에 대한 아주 독특한 룰이 다른 ‘공주를 구하는’ 게임과 완전히 다릅니다.
간단히 나열해 보면 시간을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는 기본 룰에 월드 2는 그 기본 룰 자체, 월드 3은 녹색으로 빛나는 되돌아 가는 시간이 적용되지 않는 오브젝트, 월드 4는 내 움직임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시간, 월드 5는 시간을 되돌려도 여전히 남아 있는 이전 시간의 내 잔상, 월드 6은 주변 공간의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반지, 마지막으로 월드 1은 게임의 스토리를 말해줍니다. 이 아주 독특한 규칙과 정신 나간 레벨 디자인은 미친 듯한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패드를 놓지 않도록 만드는 강한 매력이 있습니다. 거기에 게임 전체에 흐르는 아름다운 그래픽과 음악은 월드를 지나며 퍼즐 조각을 맞추고, 마지막으로 월드 1과 에필로그를 본 다음 한숨을 쉬게 만들었습니다.
‘퍼즐 게임에 이 정도로 감정 이입을 한 적이 있던가’, ‘단 하나의 퍼즐을 놓고 이렇게 깊이 고민한 적이 있었던가’ 하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감정 이입을 한 게임은 꽤 있습니다. 콜 오브 듀티 4를 플레이 하면서 끝에 캡틴 프라이스가 죽어가며 밀어주는 권총을 집어 들고 화면에 아무 임무 표시도 안 되어 있었지만 눈앞의 아사드에게 분노가 담긴 총질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의 퍼즐에 한 고민의 기억은 저 멀리 10년 이상 전에 리븐을 플레이 하면서 끝 부분의 퍼즐 하나를 몇 주 동안 고민했던 것이 전부입니다. 이 게임은 그 정도로 매력적이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퍼즐은 ‘시간’이라는 요소가 들어가면서 차원이 달라졌습니다. 이 말은 ‘차원이 다르다’라는 말과는 조금 다른데, 생각을 각기 다른 차원에서 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퍼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히 월드 6에서 주변을 느리게 만드는 반지를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액션’ 스테이지와 월드 5에서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조금 전의 나에게 열쇠를 빼앗는 부분, 그리고 월드 4의 내 움직임에 따라서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발판을 향해 뛰어야 하는 부분들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게임 시나리오를 전달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훌륭한 3D 비주얼과 실제 음성으로 영화와 같은 경험을 제공하기도 하고, 캐릭터 이미지와 텍스트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외적인 부분 말고도 포탈처럼 게임의 모든 부분에 스토리라인이 잔잔히 흐르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게임은 수없이 많은 은유로 가득한 화면을 가득 채운 텍스트와 그 텍스트를 보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들로 스토리를 전달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아주 독특한 퍼즐 게임으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멘하탄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 다음의 놀라움은 화면을 가득 채운 텍스트 그 이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 옵니다.
게다가 상당히 번역하기 어려울 만한 문장들인데도 지난번 ‘A Kingdom for Keflings’처럼 거지 같은 한글화로 기분이 상하게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아쉽게도 ‘Now we are all sons of bitches’ 같은 문장이 ‘우린 용서받지 못할 일을 저지른 거야’로 번역되었지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본다면 번역은 훌륭하게 게임 분위기에 잘 어울립니다.
에필로그를 본 다음 게임에 대해 이것 저것 검색해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게임 곳곳에 숨겨진 별을 모두 모으면 아주 아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게임의 주제를 좀 더 직접적으로 – 여전히 아주 아주 은유적이지만 – 표현한 비주얼을 볼 수 있다는 모양입니다만, 워낙 높은 난이도로 본편을 플레이 하는데도 연속 13시간 이상 달려온 나머지 발 끝까지 지쳐 거기까지 시도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별을 모은 다음에 나오는 다른 엔딩 동영상을 보며 별 먹기를 시도해 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후회가 들기는 했지만, 게임 본편에서 보여준 퍼즐로도 충분히 게임을 즐겼다는 생각입니다. 또, 에필로그 스테이지에서 각 화면의 빨간 책만 펼친 다음 숨을 수 있는 오브젝트 뒤에 들어갈 때 나타나는 ‘공주’ 입장의 스토리로도 게임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엔딩 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지만요.

게임이 유저에게 어떤 경험을 줘야 하는가에 대해서 저는 ‘즐거운 플레이와 생각해볼 만한 여운’을 줄 수 있으면 훌륭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Braid’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훌륭하게 충족합니다. 이 정신 나간 게임 플레이와 미칠 듯한 레벨 디자인, 게임과 잘 어울리는 비주얼과 음악, 엔딩을 보고 나서도 스테이지를 선택하는 게임 로비에서 게임을 종료하지 못한 채 한참을 완성된 퍼즐 앞에서 맴돌게 만드는 여운까지,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게임입니다. 누구나, 언젠가 꼭 한번은 플레이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아. 처음에는 공주를 구하러 간다 길래 주인공은 당연히 ‘왕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 위에서 이야기한 이 게임과 비슷한 ‘어떤 게임’에서도 주인공이 왕자가 아니었습니다만, 처음엔 저 주인공의 정장 차림이 이해 되질 않아 ‘아 정말 비호감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엔딩을 보고 난 다음에야 저 주인공의 옷차림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