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검색된 포스트 '8'건

  1. 2009/12/17  무서운 엑셀 (6)
  2. 2008/11/11  일과시간표
  3. 2008/07/06  게임 기획자 (7)
  4. 2007/02/23  12시간 전. :( (10)
  5. 2007/02/23  당일. (4)

무서운 엑셀

여러분은 아침에 협력사로부터 날아온 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이 메일에는 지난번 요청한 작업 파일이 들어있었습니다. 엑셀로 만들어서 보냈군요. 그럼 파일을 한번 열어보겠습니다.

table-1

내용 없이 빈 칸 뿐이라고 너무 상심하지는 마시구요. 사실은 글자가 써있었습니다만, 보안 각서에 제 사인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한 글자를 지우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굵은 줄 안에 뭔가 숫자와 글자가 적혀있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table-2

보통 표 안의 글자는 이런 식으로 채워져 있을 겁니다. 한번에 왼쪽 맨 위 셀에서 오른쪽 맨 아래 셀까지 마우스로 잡아 끈 다음 가운데 정렬을 눌렀겠군요. 사실 조금 더 꼼꼼했다면 타이틀은 가운데 정렬, 내용은 숫자일 경우 왼쪽 정렬이나 왼쪽에서 조금 띄워 정렬하면 보기 좋았겠지만 그렇게까지 작업하지는 않은 모양이네요. 여기까지가 일반적입니다.

table-3

하지만 글자가 이렇게 채워진다면 어떨까요. 사실 표는 왼쪽 위 셀 세 개는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정렬이 이렇게 되어 있는 것도 정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솔직히 이야기해서 이런 엑셀 파일 받으면 좀 무섭습니다. 메일도 괜히 한 번 더 읽게 되고, 회신할 때도 왠지 조금 더 긴장됩니다. 메일 저 너머에 무신경하게 생긴 아저씨가 보이지 않는 셀 하나하나까지 정렬을 맞추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아 세상 쉽게 살면 안되겠구나” 싶은 기분이 듭니다. :)

2009/12/17 22:12 2009/12/17 22:12

일과시간표

어릴 때 방학이 되면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탐구생활'의 가르침에 따라, 탐구생활 한 2~9페이지 근처에 있던 '일과시간표'를 완성하는데 귀중한 방학 하루를 낭비하곤 했습니다. 이 일과시간표는 24시간으로 된 원형 그래프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12시간제 시계를 간신히 보던 제 입장에서 24시간제 그래프는 꽤 이해하기 귀찮은 대상이었습니다.

그 때는 무슨 짓을 해도 일과시간표대로 행동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 기상시간이 제멋대로였고 계획을 세워 행동하면 좋다고는 하지만 일단 나가서 노는데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방학 숙제는 지금 생각해보면 꽤 무리한 분량이었는데,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클리어해도 아슬아슬한 것을 개학 이삼일 전까지 미뤄 두곤 했습니다. 밀린 일기쯤 하루에 한달분도 거뜬했지만 그리기나 만들기 같은 어이없이 귀찮은 과제들은 개학 당일 아침까지 저를 괴롭혔지요.

요새는 생각해보니 매일매일 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내내 운동 한 시간도 제대로 안 하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잠들고,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버스 안에 있으며, 또 같은 시간에 택시 안에 있습니다. 매일 같은 사람에게 같은 시간에 전화를 걸고, 같은 시간에 메일 확인을 하고, 같은 시간에 커피를 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거 지독할 정도로 규칙적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같은 시간에 집에 오다가 '일과시간표를 그려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한번 그려봤습니다.

timetable

뭐 대충 회사에서 노닥거리는 시간이 꽤 긴 것 같은데, 게임 오픈베타가 얼마 안 남아서 그렇습니다. 프로그래머는 아니라서 압박이 직접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이쯤 되면 기획서에 따라 뭘 만들기가 꽤 힘들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기획 일을 나눠 가지고 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지금 더 많이 하는 일은 팀의 리포터 정도이겠네요.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규칙적으로 꽤 길어보이지만 회사에는 더 지독한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있어서 길다고 하기도 뭣합니다.

그려놓고 보니 일주일 내내 정말 규칙적인 생활을 수 개월째 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건강해질 수도 있고 계획적으로 살 수도 있다고 했는데, 매일 비슷한 시간에 점심 뭐 먹을지, 저녁 뭐 먹을지를 고민하고 같은 시간에 자리에 주저앉아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자면 규칙적으로 사는 것이 장점만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2008/11/11 01:27 2008/11/11 01:27

, ,

게임 기획자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일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왜 시작되었고, 이 일이 끝나면 어떻게 진행될지도 알고 있지만, 가끔 지금 하는 일이 개발에 도움이 되긴 되는 건지, 혹은 팀에 도움이 되는 건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저는 '기획자'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출근하는 길에 회사 옆 편의점에서 쵸코우유를 하나 사들고 들어가 모니터가 밝아지는 동안 단숨에 우유를 마셔버리고는 태스크바에 처박혀 있는 아웃룩과 원노트를 끄집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사실은 아웃룩과 원노트를 끄집어내면서 브라우저 하나를 실행하는데, 셋 중에 가장 먼저 뜨는 프로그램을 먼저 쳐다봅니다. 보통은 브라우저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데, 이걸로 포탈 사이트의 뉴스를 보며 삼십분쯤 허송세월을 보냅니다.

오후에는 문서를 만들거나, 문서에 들어갈 그림이나 표 같은 것들을 만들며 시간을 보냅니다. 보통은 이걸 '기획서'라고 하는 모양인데, 저는 이 문서들이 '기획서'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 문서들은 일종의 작업 설명서 같은 것들입니다. 프로그래머나, 리소스 제작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왜 만들어야 하는지가 적혀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획서'라는 것들은 제가 만들고 있는 문서보다는 좀 더 상위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이 제가 만드는 '작업 설명서'입니다.

그렇게 문서를 만들다 보면, '개발팀에 과연 기획자는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 개발의 '디렉팅'은 분명 그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일관성 있게 담당해야 합니다. '우리 게임에 카메라가 가끔 1인칭으로 전환되어도 상관 없나?' 같은 질문은 디렉터가 아니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보조기획자가 하는 일은 사실, 꼭 '기획자'가 아니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소양을 갖춘 프로그래머나, 리소스 제작자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조기획자가 문서화나 정의 같은 것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어느새 수년째 같은 일을 하면서 아직도 기획자가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 분명 이상하지만, 아직 '게임 기획자'가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식인에 한번 물어봤는데, 여기도 제가 생각하는 기획자의 진짜 역할이 뭔지 답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네요. =_=

2008/07/06 02:27 2008/07/06 02:27

,

12시간 전. :(

나름대로 이것저것 체계적으로 관리해보겠답시고 삽질을 해댔지만, 결국 스스로 깨달은 건 '아. 삽질을 한게 아니라 내가 삽이었구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일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더군요. 결국 여기 저기 삽질 자국이 선명한 최종 데이터는 각각의 프로그램 동네로 넘어 가고, 잠시 동안의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사실은 그렇게 평화롭게 데이터가 넘어가지는 않았지만요. orz

테스트 부서는 피도 눈물도 없이 테스트를 합니다. 덕분에 만들다 생각도 못하고 넘어간 여러 가지 것들을 다시 점검해볼 기회가 생깁니다. 다만, 그 기회가 너무 나중에 돌아와서 여러 모로 아쉽습니다. 미리미리 이럴 기회가 있다면 좀 더 신경써서 만들 수 있었을텐데요.

이번 테스트 끝나고는 또다시 '데이터 관리좀 잘 해보자!'고 갖가지 방안들을 쏟아낼텐데, 이번에는 잘 될지, 지금부터 두근거립니다. 확실한 건, 매번 발전하고 있다는 거지만, 그 속도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어쨌든, 시간은 참, 인정사정없이 지나가네요.

사실은 조금 연출되었습니다.

사실은 조금 연출되었습니다.

2007/02/23 04:25 2007/02/23 04:25

, , ,

당일.

문득 누군가가 '오늘이다'라고 이야기해서 보니 자정이 넘어갔습니다. 이 건물은 밤중엔 일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밤 11시가 되면 건물 전체의 불이 모두 꺼집니다. 그러면 출입구 옆에 있는 스위치 뭉치에 가서 다시 불을 켜야 하지요. 귀찮지만,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알기에는 좋은 방법입니다. 한참 작업하다가 갑자기 주변이 캄캄해지면 '아 열한시구나' 하면 되는거지요. 다만, 회의실에 꼭꼭 짱박혀서 회의하다가 11시가 되면 모두 어둠 속에서 회의실 문짝을 찾는데 고생하기도 한다는게 문제이긴 합니다만. ......

밤은 깊어가고 두어시간 전에 퇴근하신 스탭 한 분을 다시 회사로 불러내기도 하고, 당장 도구를 수정하지 않으면 작업을 진행할 수 없는 문제라든지, 작업하는데 24시간은 걸릴 것 같은 문제가 보이고 있지만, 다들 어쨌든 태평한 얼굴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남은 시간.

남은 시간.

2007/02/23 00:20 2007/02/23 00:20

, , ,

[요즘에 쓴 글] [예전에 쓴 글]

(C)Milfy / neoocean.net, milfy@neooce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