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21 01:54
공연.
다녀왔습니다. 테스트 서버 오픈 준비에 난감한 점이 있어서 새벽까지 회사에 있다가 집에 굴러들어갔는데, 일어나보니 어느새 하늘에 해가 두둥실 떠있었습니다. 이런 컨디션으로 출근은 커녕 저녁때 공연 구경이나 갈 수 있을까 난감했는데, 제가 피곤하다고 공연이 미뤄지는 건 아니라서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슬금슬금 광화문으로 출발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세종문화회관 앞에 왔을 때는 현수막이 아래쪽에 걸려있었는데, 오늘은 현수막이 대극장 옆에 두둥실 떠있더군요. 단, 그 앞에서 노무@ 재집관반대어쩌구하는걸 하는 골빈애들이 있는 점은 맘에 안들었습니다.
프로그램을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이 간 회사 동료분들과 첫 곡이 뭘지 맞춰보자고 했는데, 모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공각기동대 2nd GIG의 마지막화를 장식하는 'Torukia'가 첫곡이었습니다. 시작부터 공각기동대 곡을 세곡 연속으로 뿜으며 Origa의 실력을 있는대로 뽐냈습니다. 사실, OST에 수록된 곡을 들을 땐 '설마 라이브에서도 저렇게 노래하는걸까?'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라이브에도 그렇게 부르더군요. 첫곡에 이어 'Inner Universe'와 'Rise'를 뿜어낸 후에 아야마네씨가 다음 곡을 이어받을 때 까지 시작부터 아주 골로 가보자는 선곡의 무대였습니다.
사실, 공연 전에 걱정했던 것이 '분명 게임 음악만 연주하면 다들 잘텐데'란 거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당수 사람들이 게임 음악을 다 못 들어봤을텐데, 들어본 적도 없는 곡으로 진행되는 콘서트만큼 앉아있기 어려운 것도 드물 겁니다. 그런데, 게임 음악과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 법한 다른 곡들을 잘 섞어 졸릴 위험성이 충분한 곡들이었지만, 졸리지 않도록 잘 구성했습니다. 공연 전체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게임 전투 음악인 'Din Don Dan Dan'에서 비밥의 'BLUE'로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사실, 전투할 때마다 저 음악이 나와서 질린 나머지 전투 음악을 꺼놓고 게임을 했습니다. 저 곡, 끝부분까지 들어보면 꽤 맘에 드는 곡인데, 전투를 반복하다 보면 늘 곡의 앞부분만 듣게 되어 질리거든요. 하지만 곡의 끝까지 가자 그 지루한 전투음악에 모두가 열광했습니다. 거기서 바로 비밥의 'Blue'로 이어졌습니다.
그 외에, 사카모토씨는 나오긴 나왔는데, 추억의 명곡을 불러준 것을 제외하면 실망스러웠습니다. 다른 두 명의 가수가 워낙 훌륭해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곡 중간 중간에 아쉬운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단, 야마네씨가 'Blue'를 부르고 있을 때, 무대 오른편에서 귀신놀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불쌍하단 생각이 들어 실망스럽다고 말하기도 애매했지만요. :(
뭐 좋고 나쁘고 이전에, '재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포함된 공연에서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이 논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드문데, 다들 무대 위에서 잘 논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 작곡 겸 지휘자의 극성으로 다들 한국어 연습을 했을 걸 생각하면 귀신놀이하던 사카모토씨와 더불어 잠시 묵념.

2005/09/21 10:50
엠바고,
사실 기왕의 사인이라면 좀 더 그럴듯한, 이를테면 그분의 시디라던지, 그분의 사진이라던지 하는 것들에 받고싶었지만, 너무 갑작스런 등장으로 그런 것을 준비할 틈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그날 아침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일하고 있었는데, 일본인 목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으례 회사에는 외국인 손님들이 자주 찾아오는 편이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했는데, 어째 귀에 익은 목소리같은게 들리더군요. 그리고 그 목소리와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소리는 이내 회의실로 들어가버리고 다시 사무실에는 고요가 찾아오나 했는데, 바로 그 귀에 익은 목소리가 바로 그 목소리였던 겁니다. 세상에나!
... 오전 내내 안절부절 일도 못하고 회의실 앞에서 개발 노트를 끌어안고 전전긍긍하고 있었어요. 개발 노트에 받은 것이 조금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개발 노트에 받은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요. (나름대로의 위안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이 노트는 마침 오늘 끝가지 다 써서 다음 노트로 넘어갑니다. 지금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세번째 노트인데, 이 노트에는 꽤 좋은 추억이 남게 되었네요.
그건 그렇고, 이곳 저곳에 공개된 기사의 리플들을 보니 재미있는 글들이 많아요. 좋은 의견도 있고, 거시기한 의견도 있는데, 예전과 달라진 것이라면 수많은 악플들 중에서 정작 게임 자체의 단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글들은 거의 없다는 점이에요. 악플이 많아서 망하겠다고 생각하고 읽어봐도 정작 단점에 대한 리플이 거의 없다는 것은 꽤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사람들이 게임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지 않는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자랑은 끝났고, 모두가 짐작하는 것과는 꽤 다른 모습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눈에 보이는 것만을 가지고 지레짐작하고, 그것을 기정 사실화 하는 것으로 개발자들은 위안을 얻어요. 그걸로 단점을 보는 눈이 멀어버리니까요 :)
그리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