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스트림에 대한 해석.

요새 아이폰에서 크게 만족하며 사용하는 기능은 포토스트림입니다. 같은 아이디로 등록된 기계로 사진을 찍으면 ‘포토스트림’이라는 ‘스트림’에 알아서 업로드되고 나머지 기계로 알아서 전송됩니다. 이 기능이 훌륭한 것은 더이상 아이폰에서 사진을 옮기려는 행동을 의식적으로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그냥 와이파이 되는 공간에 들어가 있으면 내가 의식하기 전에 사진은 이미 전송되어 있습니다. 광고에 나오는 그대로 그냥 컴퓨터를 켜면 이미 사진이 있고 그 사진을 사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달리 불편한 점이 없었습니다.

다른 유저들의 반응을 보니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불편해서 사용하기 힘들다는 의견부터 만들다 만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분들과 이야기해보니 한가지 같은 시각이 있었습니다. ‘포토스트림’을 또다른 ‘사진첩’ 같은 걸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해한 포토스트림은 아이클라우드에 연동된 기계들 사이에 사진이 흘러다니는 파이프 같은 거고 당연히 파이프에 뭐가 흘러가든 말든 신경을 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걸 ‘사진첩’으로 인식하는 순간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사진첩은 사진을 보관하는 곳이나 사진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사진을 배열하고 정리하는 대상입니다. 사진첩은 의도에 따라 정비를 거친 사진이 나열되어 있어야 하는데 포토스트림은 사진을 나열하고 공유하는 기능이 있을 뿐 정비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사진을 마음대로 삭제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삭제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사진을 삭제하는 기능 자체가 없는 포토스트림을 보고 ‘만들다 말았다’고 표현하거나 어떤 사진을 전송하고 전송하지 않을지를 지정할 수도 없는 것을 보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습니다. 윈도우에서 멀티유저 및 멀티로그인을 제공해도 굳이 파일을 감추기 위해 디렉토리 암호화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는 것과 비슷합니다.

문제는 ‘포토스트림’이라는 이름입니다. 혹시 이 단어가 영어권 국가 사람들에게는 포토스트림의 작동 방식과 의미를 쉽사리 설명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포토스트림을 한국에서는 ‘사진 스트림’으로 번역했는데 이걸로는 포토스트림이 ‘사진첩’과 다른 속성이라는 사실을 전달 받기 어렵습니다. ‘스트림’이라는 말에 익숙한 사람은 십중팔구 개발자일 가능성이 높기도 합니다. 사실 잠깐 생각해서는 마땅한 표현을 생각해내지 못했지만 이 부분은 iOS5 출시 전에 좀 더 시간을 들여 고민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름만 적당히 지었어도 사람들이 포토스트림을 사진첩으로 인식해 정리하려고 시도하는 불행한 일은 훨씬 줄어들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