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동영상을 보세요. 조금 깁니다.
약시로 지금을 사는 것은 몇몇 귀찮은 일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큰 문제는 아닙니다. 나름의 생활 방식을 찾아 가고 있습니다. 시력이 좋은 사람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여러 가지 시스템에도 낮은 시력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조금씩은 생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간 과거는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바로 학교에서 칠판이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입니다.
칠판에 글씨가 안 보인다고 하면 다들 쉽게 “그럼 맨 앞자리에 앉아”라고 말하지만 맨 앞자리에서도 칠판에 글자를 원활하게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쉽게 배려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아니 왜? 대체 왜 맨 앞자리에서 칠판 글자가 안 보인다는 거지?” 이런 의문에 내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면 십중팔구 맨 먼저 시도하는 것이 내 눈 앞에 손가락을 들고 “이게 몇 개야?” 라고 묻곤 하는 겁니다. 대단히 모욕적이지만 손가락 개수를 세는 것과 글자를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을 설명하는데 한참을 보냅니다. 나중에서야 시력으로 장애등급을 판정하는 기준에 손가락을 사용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런 상태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었습니다. 칠판 없이 거의 소리에만 의존해서 수업을 듣는 것은 어쩌면 상상하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지만 제게는 그게 일상이었고 의외로 겉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필기는 다른 사람들 것을 참고했고 용케 칠판을 가리키며 “이것에 대해 답해봐라”라는 질문에도 수업의 맥락을 따라가고 있엇다면 굳이 칠판에 뭐라고 써있는지 몰라도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종종 맥락과 관계 없이 칠판에 의존하는 수준 낮은 교사들의 수업을 들을 때는 이것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지만요.
그래서 이전에 아이패드용 교과서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보고 굉장히 기뻤습니다. 칠판 뿐 아니라 글자가 작다못해 모기장 틈새와 겨룰 정도인 종이사전 따위와 싸우며 살아온 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교과서만이라돟 조금 더 편하게, 덜 흉하게 - 보통 책에 눈을 가까이 들이대는 것을 사람들은 흉하다고 느끼더군요 -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이런게 보급되면 최소한 미국에 있는 아이들은 이런 상황을 덜 겪을 테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칠판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위에 있는 이매진컵 동영상을 보니 이런 부분도 기술적인 접근으로 어느 정도 방법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해상도 카메라와 카메라 제어 시스템, 그리고 이걸 크게 보여줄 디스플레이가 있으면 시력이 낮은 사람도 칠판에서 자연스러울만큼 럴리 떨어져 있어도 수업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따라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당장 저런 시스템을 편리하게 사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새 발전할 겁니다. 당장 이 나라에 있는 중고등학교에서 사용하기에는 .. 뭐 앞사람 등짝만 보인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귀찮은 문제가 있겠지요. 하지만 머지 않았습니다.
이런 접근을 아마도 시력이 낮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하고 있을 겁니다. 말도 안될 정도로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뭔가를 읽기 위해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다음에 확대해서 본다든지, 카페에서 점원 등 뒤에 저 멀리 펼쳐진 메뉴판을 읽기 위해 핸드폰 카메라로 비춰 줌인해서 본다든지, 아니면 주요 프렌차이즈 매장은 미리 메뉴를 인터넷에서 검색한 다음에 가서 이야기한다든지 하는 것들입니다. 서울버스 앱만 해도 그렇습니다. 손을 들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버리는 버스를 잡아 탈 수 있는 것도 모두 기술의 발전을 통해 시력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불편함을 덜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이런 식으로 기술적인 접근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학교에서 시력이 나쁘다는 것 만으로 칠판 없이 소리로만 수업을 듣는 불상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입니다.
정말 멋진 영상입니다. 시력이 낮은 경우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경우들도 기술의 발전으로 불편함을 덜 느끼고 살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
…… 사실 이런 이슈로 온라인 게임의 접근성에 대해서도 할 말이 아주 많은데 … 그건 다음 기회에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