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jin Kim

실내 트레이닝

리셋 경험

2015년 시즌은 2016년 1월 초에 끝났습니다. 실은 추워서 그보다 더 빨리 시즌을 끝내고 싶었지만 연말의 라파 페스티브 500 이벤트에 참여하느라 꼬박 12월 말일까지 자전거를 타야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 연초에 잠깐 날이 따뜻한 틈을 타 장거리 막방을 뛰기도 했고요. 그리고 거짓말같이 시즌 오프가 시작됐습니다. 대략 6~8주 정도 쉬었는데 문제는 바로 이어 2016년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리셋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주 올라가던 동네 뒷산에 올라가다가 심박이 대기권 밖으로 발사될 것 같아 평소같으면 몇 회전이라도 가능한 고갯길 중간에 자전거를 내박쳐놓고 배수로에 주저앉아 한참을 헉헉거렸습니다. 지나가던 차가 속도를 줄이며 바닥에 주저앉은 저 아저씨가 혹시나 저러다 죽지 않는지 유심히 바라보며 지나갔습니다. 말로만 듣던 리셋을 강렬하게 느꼈고 다음에는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에 추워서 나갈 수 없을 때에도 뭐든 해보기로 했습니다.

고려한 것

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다음 시즌오프가 다가오고 있었고 그 사이에 시즌오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사실 방법은 두어 가지 뿐이었습니다. 하나는 동계장비를 제대로 갖춰서 겨울에도 그냥 타는 겁니다. 이쪽은 연말에 라파 페스티브 500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어차피 준비하기는 해야 했습니다. 1년 전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무식하게 여름가을에 입던 옷을 좀 겹쳐입고 바람막이 정도 걸치고 탔다가 골병들 뻔 했기 때문입니다. 즉 이쪽은 제대로 된 해결방법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다른 하나는 실내운동입니다. 롤러를 탈 수 있는 곳에 가거나 롤러를 사는 겁니다. 헌데 이쪽에는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자전거라곤 브롬톤밖에 없었거든요. 그걸로 종주도 하고 고개도 가고 장거리 투어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다만 롤러에 걸기가 애매했습니다. 어쨌든 작년 같은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실내운동을 계속해 보는 것으로 하고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엔 조건이 좀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운동을 너무너무너무너무 싫어한다는 점과 지루함을 절대절대절대절대 못 견딘다는 점입니다. 제 기준에서 자전거 타는 것은 운동이라기보다는 노는데 가까운 행동이었고 그나마 이거라도 하는 이유는 밖에서 경치 보며 타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내운동이라도 짐에는 가본 적도 없고 앞으로 한동안은 갈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면 롤러를 구입해서 집에 두는 수밖에 없는데 평롤러나 일반 고정롤러는 실내운동을 하는 역할엔 충분하지만 지루함을 없앨 수는 없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동네 샵 지하에서 벽 보고 타는 광경을 1분쯤 지켜보기만 했을 뿐인데 지루하기 짝이 없었고 저는 아무리 목적의식이 분명해도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롤러를 타는 행동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했습니다. 최소한 다리를 움직이는 맥락을 제공해야 했습니다.

계기

동네에 자전거 카페가 있습니다. 별 건 아니고 가게 앞에 자전거를 걸어둘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가게 옆에 자전거 세차도구가 있고 가게 안에서는 음료를 팔며 사장님께서 동네 고개 스트라바 세그먼트에 자주 등장하는 그런 가게입니다. 그리고 가게 한쪽에는 탁스 롤러와 즈위프트가 설치되어 있어 아무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면 타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엔 다른 사람들이 타는 것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는데 제 브롬톤을 거기다 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로드바이크는 몸메 맞지 않아 탈 수 없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카페에서 즈위프트로 10분간 달려서 주간 거리 기록을 세운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사장님께서 자기 로드바이크 안장 높이를 제 키에 대강 맞게 조절해주셔서 타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로드바이크를 타본 적도 없어서 변속기를 다룰 줄도 몰랐고 클릿슈즈도 없어서 신고 있던 신발 그대로 클릿페달을 밟아야 했지만 기록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게 생각보다 꽤 재미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렇게 이벤트 기간 동안 몇 번 더 타서 선물도 받고 보니 이 시스템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지 얼마 안 되어 카페에 설치되어 있던 것과 같은 롤러 모델을 주문해버렸습니다.

설치

제가 주문한 모델은 ‘탁스 네오’라는 모델입니다. 롤러를 알아보니 평롤러, 고정롤러, 스마트롤러 같은 식으로 구분되는 모양인데 제가 주문한 것은 스마트롤러로 구분되는 종류입니다. 아이디어는 뒷바퀴를 떼고 그 자리에 전자석으로 저항을 일으키는 장치를 붙인 다음 페달을 돌리며 트레이닝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외부 소프트웨어가 무선연결을 통해 저항을 조절합니다. 롤러를 주문하는데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여전히 여기에 브롬톤을 걸 수는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롤러는 10단 혹은 11단 스프라켓을 지원할 뿐이었습니다. 보아하니 내장기어가 없는 2단 브롬톤은 변속에만 주의하면 롤러에 붙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큐알레버가 없어 매번 스페너로 붙였다 땠다 해야 했고 내장기어가 있는 3단이나 6단 모델은 애초에 설치가 불가능했습니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무식한 방법으로 해결했는데 바로 그냥 입문용 로드바이크를 사는 것입니다.

저는 브롬톤이 너무 좋고 이걸로 딱히 못 가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게 장거리이든 령이든 별로 상관없습니다. 어디든 가서 접어 들고 들어가 맛있는 것 먹고 어디든 들고 들어가서 자고 어디든 들고 들어가서 노는 것이 좋았고 그래서 앞으로도 딱히 로드바이크를 탈 계획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즌 중에 브롬톤을 더 잘 타고 싶은 목적은 확실했습니다. 로드바이크를 탈 계획은 없지만 시즌을 위한 트레이닝에 로드바이크가 필요하다면 그런 식으로 지출하는 것은 괜찮지 않나 하며 애써 합리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1000킬로 정도 탔지만 밖에는 한 번도 나가지 않은 이상한 로드바이크가 생겼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즈위프트와 스트라바입니다. 처음에는 아이패드로 즈위프트를 돌렸는데 애플티비를 통해 큰 티비로 전송해보니 4:3 비율로 전송되어 화면이 답답했고 사양이 충분하지 않아 그림자가 한 장짜리 텍스처로 나오는 등 좀 아쉬웠습니다. 결국 오래되어 잘 사용하지 않던 2011년 맥북을 꺼내 즈위프트 머신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티비에 직접 연결해놨습니다. 다만 오래된 맥북은 블루투스 LE를 지원하지 않아 또 다른 오래되어 안 쓰는 아이폰에 즈위프트 모바일 링크 앱을 설치해서 롤러와 맥북을 연동시켰습니다.

트레이닝

즈위프트에는 여러 가지 워크아웃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고 또 타다 보면 워크아웃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그날그날 코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또 적당한 부하를 주고 있습니다. 일단은 30킬로미터 거리 내외를 한 번에 돌 수 있는 코스를 선택합니다. 가령 와토피아라면 마운틴이나 마운틴8, 런던이라면 런던8 두 바퀴, 리치몬드라면 UCI WC 두 바퀴를 달리는 식입니다. 획득고도는 와토피아에서 650미터 정도, 런던과 리치몬드에서 각각 450미터, 250미터 수준입니다. 아마 고정롤러였다면 굳이 코스에 오르막을 넣을 필요가 없지만 스마트롤러는 오르막이나 내리막에 따라 저항이 조절되어 오르내릴 때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코스에 오르막을 꼭 넣었습니다. 와토피아 마운틴은 끝부분에 10% 넘는 오르막을 연습하기 좋았습니다. 또 내리막길도 5%까지는 자동으로 굴러가서 내리막에서 과속하다가 돌 밟아 날아가 죽을 걱정 없이 밟아볼 수도 있었습니다.

예상 효과

12월 중순 직전에 설치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2주 정도 탄 다음 바로 라파 페스티브 500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12월 30일까지 500킬로미터를 살짝 넘겨서 탔는데 1년 전에 비해 동계 의류를 적당히 갖춘 것도 있을 테지만 작년에 비해 컨디션이 훨씬 좋았습니다. 쉬다가 연말에 갑자기 자전거를 타는 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상태가 좋았고 덕분에 별다른 무리 없이 이벤트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1월에는 스트라바 기록 상 850킬로미터 정도를 탔는데 열심히 타시는 분들에 비하면 저조한 기록이지만 작년에 이 기간에 완전히 쉰 것에 비하면 훨씬 괜찮은 상태입니다. 3월 초에 랜도너스에 나가 보면 얼마나 컨디션이 다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일단은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단점

즈위프트와 스마트롤러, 그리고 밖에선 타지 않을 입문용 로드바이크 조합은 일단 접근성이 좋습니다. 따로 동네 샵 지하까지 갈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저지를 대강 주워 입고 컴퓨터를 켜고 티비를 켜고 롤러를 켜고 장갑을 주워 끼고 신발을 신고 자전거를 타면 됩니다. 하지만 이건 딱히 장점이라고 하기 그렇고 진짜 장점은 실내운동에 맥락이 생긴 겁니다. 벽이나 거울을 보고 똑같아 한시간씩 페달질을 하는 것을 견디기는 어려웠겠지만 이쪽은 가상 코스도 있고 이 코스를 달리는 실제 사람들도 있어 그 사람들과 병립픽도 할 수 있으며 오르내리막에 따라 다리에 따라오는 느낌이 달라질 뿐 아니라 노면상태도 시뮬레이션 해 줍니다. 맥락이 생긴 다음부터는 똑같은 실내 페달질도 꽤 재미있어졌습니다.

다만 환경을 구성하는데 비용이 높은 편이고 즈위프트에는 맵이 세 개 뿐이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는 분명 지루해질 겁니다. 그걸 대비해서 스쿠가나 키노맵 같은 다른 가상 라이딩 서비스도 기웃거려 보고 있습니다.

결론

실내운동으로 덜 지루하게 자전거를 타고 싶다면 적당한 선택입니다. 겨우내 열심히 타고 3월 랜도너스 때 수모를 덜 겪는다면 그 정도로 투자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