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jin Kim

한국랜도너스 퍼머넌트 43 (중간까지만)

지난번 ‘PT-54’를 돌고 나서 충분히 쉰 다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다음엔 어느 코스를 가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던 참에 지인께서 ‘PT-43’을 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돌기로 하신 분들과 일정이 어긋나서 혼자 돌게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작년에 서울200 답사 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장거리를 장시간 혼자 달리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느껴 일부 구간만이라도 같이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신청 없이 따라 돌기로 했습니다. 전 구간을 돌면 좋았을텐데 이미 전날 올해 서울200 끝부분 답사를 다녀와 좀 부담스러웠고 일단 목표는 딱 절반, 100킬로미터 지점인 용비교까지 도는 것으로 했습니다.

PT-43

이 코스 이름은 ‘서울자전거도로’입니다. 전체 구간이 자전거도로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반미니에서 동쪽 방향으로 출발해 팔당대교를 건너 운길산을 지나 북한강 자전거길을 춘천 방향으로 올라간 다음 샛터삼거리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경춘선자전거길, 별내, 중랑천자전거길을 돌아 아리랑북악을 올라갔다 내려와 홍제천자전거길을 따라 한강으로 나와 그대로 정서진을 찍고 다시 반미니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큰 오르막은 경춘선자전거길의 ‘마치고개’ 근처와 북악이 있고 나머지 구간에 큰 오르막은 없어 보였습니다.

기대한 것

코스를 돌기 전에 기대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브롬톤 S2E 모델로 장거리 달려보기. 원래는 3월 서울 200 브레베에 M6L 모델을 가져갈 작정이었는데 지난번 PT-43 때 너무 힘들어서 브레베 나갈 때는 아무래도 2단을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단으로는 100킬로미터 넘는 장거리를 달려본 적도 없고 오르막에 54T 가져갔다가 망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혹시 망하더라도 2단 모델을 테스트해보기로 했습니다. 둘째. 아리랑 북악에 가본 적이 없어서 이참에 가보는 것. 서울사람들이 남북 돌 때 저는 동네에 있는 갈마치를 돌았습니다. 제가 집에서 남북 돌고 복귀하면 간단히 100킬로미터를 넘겨서 부담스러웠거든요. 게다가 북악은 반대방향으로만 올라가봐서 이참에 아리랑 북악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100킬로미터 이상 달린 상태로 북악에 올라가보는 것. 이쪽은 두번째 기대와 겹치긴 하지만 컨디션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출발

7시 정각에 반미니에서 출발했습니다. 좀 추웠지만 해가 순식간에 떠오를거라 딱히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춥기도 하고 길에 아무도 없기도 하고 해서 암사고개를 넘을때까지 20킬로미터 남짓을 최대한 밟았습니다. 죄다 평지라 속도내기도 쉽고 서울자전거길은 확실히 포장상태도 좋고 해서 신나게 달렸습니다. 팔당대교에 올라가다가 살짝 얼어있는 바닥에 미끄러져 낙차했습니다만 무릎이 좀 까진 것과 전조등이 좀 돌아간 것을 빼곤 괜찮았습니다. 넘어질 때 뭔가 산산조각난 유리조각 같은 것이 튀어올라 큰일났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얼어있던 바닥이 깨지며 얼음조각이 튄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길에는 아무도 없었고 평화롭게 첫 번째 CP인 피아노폭포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 올라가기가 상당히 부끄러웠습니다. ㅠ_ㅠ

경춘선자전거길

춘천 가면서 북한강길은 여러번 지나갔지만 경춘선자전거길은 처음이었습니다. 공중에 강철 프레임으로 지탱하고 나무로 바닥을 깔아놓은 길이 많았는데 구름다리를 건너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재미있지만 속도를 내기는 어려웠습니다. 마치터널 근처에는 아직 길이 얼어있는 곳도 있어 몇 십 미터는 끌고 지나가야 했습니다. 고도표에는 이곳이 북악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곳으로 되어 있어 살짝 긴장했는데 전체적으로 고도가 높긴 하지만 크게 오르막이라고 느낄만한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냥 달리다 보면 가장 높은 곳을 지나게 됩니다.

중랑천자전거길

‘서울자전거도로’ 코스지만 공도를 타야 하는 곳이 두 곳 있습니다. 하나는 경춘산자전거길에서 중랑천자전거길로 옮겨 타는 구간, 다른 하나는 북악입니다. 별내에서 태릉을 지나는 동안 일요일 점심의 복잡한 도심 공도를 지나야 해서 신경이 좀 곤두섰습니다. 공도에서는 언제나 자전거를 죽이려 드는 악의를 품은 운전자들과 싸워야 합니다. 중랑천은 예의 중랑천입니다. 지난번에 PT-54 돌며 지나갔을 때는 맞바람이 심했는데 오늘은 바람도 별로 없고 해서 밟아댈 수 있었습니다. 다만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사람이 많아져 필요한만큼 밟지는 못했습니다. 세 번째 CP인 용비교가 딱 출발해서 100킬로미터 지점입니다. 이틀 연속 장거리를 달리는 것 치고는 컨디션이 괜찮아 이어서 북악을 따라가기로 결정합니다.

북악

청계천 자전거도로를 지나면 이번에도 일요일 오후의 복잡한 서울 도심지 공도를 달려야 합니다. 자전거에 대한 강력한 살의라면 이쪽 운전자들도 만만찮습니다. 매연과 경적과 위협을 한껏 들이마신 다음 아리랑북악 바로 아래 편의점에서 파워젤을 껍질까지 질겅질겅 씹어댔습니다. 이제 2단 브롬톤으로 장거리는 달려본 것 같으니 오르막만 올라가보면 됩니다. 느낌상 순간경사도는 높은 편이지만 길이가 길진 않아서 장거리 중간이 아니라면 재미있게 올라갈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이 코스를 신청하고 돈다면 찍어누르며 타는 대신 그냥 끌고 올라갈 겁니다. :) 여튼 몇 번째 CP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튼 북악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북악을 느릿느릿 내려와 홍제천자전거길을 지나 성산대교 밑에서 오늘 퍼머넌트를 달리시는 분과 작별했습니다. 여기부터는 함께 달려주실 다른 분과 정서진을 돌아 반포까지 가실 작정입니다.

교훈

너무 심한 오르막을 끌고 올라가기로 하고 서울 브레베에는 2단 브롬톤을 가져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짐이 많지 않다는 전제 하에 150킬로미터 전후 장거리는 확실히 피로가 적고 힘을 덜 먹습니다. 또 ‘54-16’ 기어비로 어지간한 오르막은 올라갈만하다는 느낌입니다. 이러면 연초에 6단 브롬톤을 44T에서 50T로 올리고 타이어도 코작으로 바꾸고 또 리어랙을 떼버린 이유가 뭔가 싶긴 하지만 의외로 2단으로도 장거리를 달릴만하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