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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books-read-in-january

1월에 읽은 책 정리

읽은 책을 책 수로 표시하는걸 좋아하지도 않고 또 어릴때 독서감상문을 작성하는데 나쁜 감정을 갖게된 나머지 책을 아주 안 읽는것도 아니면서도 별로 기록을 남기고싶은 생각을 하지 않아 왔습니다. 하지만 책이 생각으로만 남고 기록으로 남지 않는게 좋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저그런 책을 읽고 거창한 글을 쓰는 것은 학교다닐 때 강제로 겪은 경험만으로 충분합니다. 다만 한두달마다 그 사이에 읽은 책을 나열하게 짧게 기록으로 남겨두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연말에 산 뤼팽 전집을 주로 읽었습니다. 전자책이라 각각이 얼마나 두꺼운 책인지는 모르지만 그리 기나긴 이야기는 아니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이전까지는 셜록홈즈 시리즈만 읽었고 뤼팽은 아주 아릴때 읽었던 기암성을 제외하고는 처음입니다.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 글을 연거푸 읽으며 무척 매력적인 이야기라고 느겼습니다. 홈즈가 인물 개인의 경험에 초점을 맞춰 종종 홈즈의 시각을 놓치면 당황스러운 결말로 이어지기 쉬운 반면 뤼팽은 보다 사건의 흐름에 초점을 맞춰 작은 시각적 단서를 놓치더라도 납득할만한, 혹은 예상한 결과로 이어지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기암성

기암성1)은 어릴때 삽화가 포함된 버전으로 접했고 여러번 다시 읽은 이야기라 내용이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어릴때 본 버전은 뤼팽과 레몽드 뤼팽, 보트롤레가 유쾌하게 기암성을 탈출하는 장면으로 끝났습니다만 이번에 본 버전은 그 다음이 더 있었습니다. 끝에서 뤼팽에게 제발 그만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달라고 속으로 외쳐댔지만 이미 창작된지 백년도 넘은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용 버전에 이런 결말이 사라져있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코난도일 잘못입니다. '기암성이 이런 결말이었다니..' 하는 생각에 시무룩해졌습니다. 헐록숌즈 나쁜놈! 두고보자!

813

8132)은 두권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여전히 전자책이므로 이게 얼마나 긴 (두꺼운) 이야기인지 감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홈즈를 따라가듯 작은 사건의 디테일 하나하나를 따라가다보니 중간에 뤼팽은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끝부분까지 가서 사실은 그리 대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은 비밀을 푸는 방법을 보며 실망하려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보잘것없는 메커닉을 둘러싼 사건의 스케일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기암성에서도 현실의 이야기를 하다가 순식간에 과거의 역사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실과 마주치는 순간에 느껴지는 쾌감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쪽도 비슷했습니다. 현대 관점으로 조잡하다고 생각한 메커닉을 버려두고 그걸 둘러싼 국가간의 이야기까지 스케일을 키우면 순식간에 흥미로운 이야기로 변했습니다.

수정마개

아직 뤼팽 전집 전체의 반도 따라가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적 중 가장 강력한 적이 등장했습니다. 수정마개3) 이전에는 뤼팽에 비해 지나치게 약한 적과 경찰이 등장해 뤼팽이 강하다기보다는 무능한 사람들을 이들보다는 약간 나은 뤼팽이 괴롭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여기서는 달랐습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뤼팽에 비해 훨씬 강력할 뿐 아니라 주도면밀하고 상황을 끝까지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적이었습니다. 이런 적 앞에 무능한 적들보다 약간 나은 수준으로 보이던 뤼팽은 철저하게 고통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관점에서 뤼팽은 이 이야기에서 순전히 운으로 상대를 이겼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는 순간순간 책을 읽는 저 자신이 적에게 짓눌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끝까지 진행하기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아르센 뤼팽의 고백

바로 앞에 읽은 책이 '수정마개'라서 그런지 바로 다음 이야기가 아르센 뤼팽의 고백4)인 것은 무척 다행이었습니다. 수정마개를 보며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시작한 아르센 뤼팽의 고백은 비교적 가벼운 이야기 모음으로 꽤 지친 상태로 따라가기에 적당했습니다. 사기꾼이면서 사기꾼이 아니고 바람둥이이면서도 바람둥이라고만은 부를 수 없는 이 기묘한 캐릭터를 피식피식 웃으며 따라다니다 보니 수정마개로부터 얻은 갑갑함이 어느정도 누그러졌습니다.

포탄 파편

시간이 흘러 1차세계대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이 시대의 배경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포탄 파편5)을 따라가다가 중간에 가끔 멈추고 간단히 구글 검색을 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전에 대담한 작전6)을 읽다가 저자가 예상한 독자의 역사적 지식 수준과 제 수준이 너무 크게 차이나는 바람에 중간에 읽기를 포기한 것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세계사 시간에 좀 덜 졸았다면 이럴때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정마개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모든 일을 준비한 강한 적이 등장합니다. 마치 원래는 뤼팽 이야기가 아니었다가 나중에서야 뤼팽 이야기로 바꾼 것 같은 느낌으로 뤼팽이 잠깐 등장할 뿐이지만 굳이 뤼팽이 나오지 않더라도 주인공이 사건을 정면돌파해가는 장면은 유쾌했습니다. 다만 그렇게 적 한명에게 이토록 오랜 기간 동안에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씌워야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개인적인 수준에서 진행하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큰데다가 뤼팽 자신이 저지르는 범죄가 결코 뤼팽 혼자만의 의지로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에 비해 이번에는 강력하고 사악한 적 한 명이 그 모든 일을 꾸민 것처럼 묘사되어 불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blog/books-read-in-january.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9-06-06 10:36 저자 neo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