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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읽은 책 정리

지난 1월, 2월에 이어 3월에 읽은 책을 정리해 둡니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은 세상의 여러 가지 경제적인 사건을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책에서 가끔 언급될 뿐 아니라 뒷부분에 책이 저자의 자서전으로 변신할 때 나타나는 전작 넛지는 읽지 않았습니다. 넛지에 대한 소문을 듣고 세상의 정말 중요한 일은 그런 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며 점차 인간에 대한 회의론자가 되어 가는 중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이라는 말 자체를 인터넷에서 어느 뉴스 사이트에 나온 긴 글을 읽다가 본 적이 있는 수준에서 이 책을 읽고 제가 받아들인 행동경제학은 그 이전까지는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이콘들의 세상을 기준으로 경제적인 사건의 진행과 결과를 연구해온 경제학이 실제 세상에 일어나는 문제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콘 대신 실제 불합리한 판단을 반복하는 인간들에 적용해 사건을 설명하려 시도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제게 그것이 이콘들의 세계를 연구하는 학문이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 점에서 의미 있는 책입니다. 한편으로는 실제 세계의 문제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제학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의문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아. 저자는 분명 책이 자신의 자서전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아무리 봐도 그 말은 틀렸습니다.

서늘한 신호

서늘한 신호는 사실 작년 연말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각 챕터를 읽을 때마다 진이 빠져 끝까지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의뢰인이 처한 폭력 상황으로부터 위험 수준을 예측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결정하는 직업을 가진 저자가 사회에서 생활하는 개개인이 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폭력 상황을 나열하고 실제 사례를 들어 이런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행동 요령을 설명합니다. 가령 시작부터 성폭력 생존자의 사례에서 이 생존자가 성폭력에 노출된 이유와 예상할 수 있는 죽음으로부터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생존 교훈이 나열됩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선택하는 요령,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법, 사회적으로 길러진 행동양식에 따른 심리적 덫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이를 회피하는 요령을 최소한 이론적으로 설명합니다. 또 일상생활이나 직장, 친구, 사람이 모인 그룹 등 여러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력 사건의 징후를 발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하지만 어떤 설명보다도 이 책의 원래 제목인 'Gift of Fear' 자체가 폭력 상황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내 직관은 나를 지금까지 생존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다면 도망치라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교훈입니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

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어느 날 타임라인에 지나가는걸 보고 그 자리에서 구입해 또 그 자리에서 읽어버린 책입니다.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구성이 가볍고 읽기 쉬웠습니다. 또 읽은 다음에는 지난 달에 맙소사 마흔을 읽고 든 기분처럼 예쁘고 따뜻한 기분이 들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며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우리가 내가 포함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을 대상화할 때 쉽게 사용하는 예쁜 말들이 결코 그들을 대우하거나 사회적으로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령 출퇴근할 때 타는 지하철에서 '우리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분들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양보합시다' 같은 표현이 당당하게 수만명에게 울려퍼지는 사회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자세란 어떤 것일지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사회에서 자립하는 일과 내가 하고싶은 일 사이에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상깊었습니다.

blog/books-read-in-march.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9-04-14 18:00 저자 neo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