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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무정차 개선 제안

최근에 내린 결론은 버스 기사들은 정류장에 그다지 멈추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혹은 정류장 하나를 그냥 통과할 때마다 추가 수당을 받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정류장을 무시하고 지나갈 충분한 이유를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는 아니라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류장에서 아예 한 차선 바깥에서 나를 완전히 무시하고 지나가는 버스를 바라보며 이렇게까지 그냥 지나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분명 뻔한 이유는 있을 겁니다. 길이 막혀서 정해진 시간을 준수할 수 없거나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면 빨리 도착한만큼 더 쉴 수 있다거나 하는 이유일 겁니다. 막 무정차 통과하는 버스 뒤통수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의 끝자락에서라면 저놈을 끝까지 추적해서 가만 두지 않을 생각도 들지만 그런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리라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강남대로 중앙차로 정류장에서조차 몇 번이나 겪은 무정차를 또 겪은 김에, 또 이제는 민원을 넣을 기운조차 없는 김에 이 망할놈의 무정차 현상을 개선할 방법을 그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해봤습니다.

이번 정류장에 멈출지 미리 알 수 있다

버스에 타고 있다가 내릴 때가 되면 벨을 누릅니다. 벨을 누르면 버스 기사는 이번 정류장에 멈춰야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그냥 지나가려다가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이 예상보다 강하게 손을 흔들거나 이미 정류장을 거의 지나친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버스를 쫓아온다면 어쩔 수 없이 예정에 없고 마음에도 없는 정차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정에 없었기 때문에 계획대로 정차할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맙니다. 버스 안에서 벨을 누르면 미리 정차를 준비하므로 예상 밖의 시간을 소모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버스 밖에는 벨이 없고 버스 밖에서 이 정류장을 향하는 기사에게 미리 정차를 계획해서 예상 밖의 시간 소모를 줄여달라고 힌트를 줄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버스 밖에서 미리 벨을 누른다면.

버스 밖에서 미리 벨을 누르는 방법 제안

1. 버스정류장에 버스 번호 별로 벨을 달아둔다

실현 가능성에 강한 의문이 있지만 일단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제안입니다. 각 버스 정류장에 버스 안에 달린 것과 비슷한 벨이 늘어서 있습니다. 각 벨은 이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 번호 하나에 대응합니다. 정류장에 도착하면 타려는 버스 번호의 벨을 눌러둡니다. 그러면 이 정류장에 도착할 버스에게 내릴 사람이 없더라도 미리 이 정류장에 정차해야 함을 알려줍니다.

환경에 취약한 벨, 벨을 누른 사람의 마음이 바뀜, 누군가 모든 벨을 누르기를 반복함 등의 문제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바로 두 번째 제안으로 넘어갑니다.

2. 스마트폰 앱에서 정차할 버스에 벨을 누른다

무정차 버스 관련 민원을 여러 번 넣어보니 민원을 넣을 때마다 내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다 까야 하더군요. 기사에게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선된 적은 없습니다. 처리결과가 아예 없거나 운수회사에 내용을 통보했다는 정도로 회신이 올 뿐입니다. 혹시 내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포함해 운수회사에 보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더군요. 자. 그렇다면 반대로 내 전화번호를 까고 있다면 위에서 이야기한 필요 없이 정류장에 벨을 누른 다음 마음을 바꾸거나 모든 벨을 누르기를 반복하거나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마트폰에 앱이 하나 있는데 이 앱은 내가 지금 서 있는 정류장과 정류장에 도착할 버스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검색에는 당연히 GPS 등의 도움을 받을 겁니다. 그러면 여느 버스 도착 알림 앱과 비슷하게 이 정류장에 곧 도착할 버스를 표시하고 이들 중 하나의 '밸'을 누를 수 있습니다. 벨을 눌러두면 이전 제안과 같이 차내 단말기를 통해 이번 정류장에 정차해야 함을 버스에 미리 알려줍니다. 버스 도착 알림 시스템이 상당히 고도화되어있고 차내에도 상당히 고도화된 단말기가 배치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존 하드웨어 인프라에 작은 변경을 통해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유료화 방안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않습니다. 만약 민간의 누군가가 이런 서비스를 시도한다면 벨을 1회 누르는데, 혹은 1개월 단위의 구독 모델을 통해 돈을 지불할 겁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제가 겪는 무정차 문제를 겪지 않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무정차 문제를 더 자주 겪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력 때문인데 다른 사람들은 200미터 밖에서도 버스 번호를 식별하고 미리부터 온몸을 동원해 버스를 멈출 수 있지만 저는 50미터 이내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구독하지 않고 무정차를 계속해서 겪으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론

  • 버스 무정차 근절 제안: 스마트폰에서 현재 정류장에 정차 예정인 버스의 정차벨을 누르는 서비스를 만든다.
blog/busirregularity.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7-10-09 21:30 저자 neo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