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jin Kim

디자인과 다른 방법으로 사용되는 앱

사람들 사이에 돈을 주고받는 일은 꽤 흔하게 일어납니다. 점심 먹고 어느 한 명이 카드를 사용해 결제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각자 현금으로 비용을 지불하기도 하고, 또 여러 사람이 여행이라도 가면 식사, 숙박 따위에 서로 다른 사람이 비용을 지불한 다음 정산해서 각자 지불해야 할 비용을 정하기도 합니다. 점심값을 나누는 정도라면 한 명이 카드를 사용하는 대신 각자가 따로 카드결제를 하면 시간이 좀 걸리는 대신 누군가 한 명이 받을 돈을 기억하고 돈을 받으러 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만 여행이라도 간다면 일은 꽤 복잡해집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 다른 금액을 결제하고 나면 계산은 커녕 기억하기에도 벅찹니다.

다행히 이런 상황에 도움을 주는 앱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즉시 계좌이체로 돈을 보낼 수 있는 앱도 있고 또 지출 내역과 지출한 사람을 기록했다가 서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을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앱도 있습니다. 굉장히 편합니다. 계좌이체를 바로바로 할 수 있으니 며칠 지난 다음 지난 주 수요일인가 목요일인가에 먹은 점심값을 받으러 다닐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앱을 쓸 때마다 좀 불안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사용하는 앱 상당수는 상황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이 같은 앱을 설치하고 있을 때 가장 잘 동작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비슷한 기술 수준일 것을 요구했습니다.

곤란하게도 비슷한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고 해서 이들 모두에게 비슷한 활용 수준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iOS의 파일 공유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메일에 첨부된 PDF 파일의 압축파일을 압축해제 앱에 보냈다가 드랍박스로 보낸 다음 다시 PDF 파일 여는 앱으로 열어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메신저 앱을 설치해서 사용하는 것이 스마트폰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거리에서 화면이 커다란 최신 폰을 손애 꼭 쥐고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토스 앱을 사용해 계좌를 조회하고 돈을 바로바로 보내면서도 모임 후 정산할 때는 입금 링크를 보내는 대신 계좌를 불러줍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링크를, 다른 사람들에게는 계좌를 공유하는 것은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링크만 공유할 때 생기는 ‘이게 대체 뭐냐’는 질문과 기나긴 답변을 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누군가는 입금 링크를 보고 화면에 텍스트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메신저에 표시된 것 이외에는 어떠한 텍스트도 읽지 않기도 합니다. 때문에 차라리 계좌번호와 은행 이름을 공유하는 쪽이 속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트리카운트라는 앱이 있습니다. 처음에 이야기한 여러 사람이 여행을 갈 때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 다른 항목에 지출한 다음 각자 누구에게 얼마씩 주고받으면 되는지를 계산해주는 앱입니다. 총무가 돈을 걷을 필요도 없고 한 사람이 신용카드를 계속해서 사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심지어는 주고받은 돈을 가계부에 기록하기에도 편합니다. 이 앱 역시 총무 한 사람이 지출을 기록하기보다는 모든 사람이 앱을 설치해 놓을 때 가장 편리합니다. 한 명이 지출을 기록하면 알아서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동기화되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받을 돈을 계산한 화면을 공유하려고 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주고받을 돈을 표시한 화면에 공유 메뉴가 있고 그걸 누르면 웹 주소 하나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만 정작 그 주소를 눌러보면 앱 설치 화면으로 넘어갈 뿐입니다. 당장 돈을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앱스토어로 넘어가는 링크를 눌러 앱을 다운로드해서 설치하고 다시 같은 링크를 누르기까지 몇 분은 걸릴테고 그 시간과 집중을 감내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마다 기술 수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디자인한 의도를 당연히 이해합니다. 최대한 많은 디바이스에 설치되어야 조금이라도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용자마다 기술 수준이 다른 이상 이런 구성은 앱을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사용하게 만들고 결국 더 불편한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가령 토스 앱을 사용하지만 여전히 돈 받을 때는 계좌번호를 외워서 메신저로 보낸다든지, 트리카운트 앱은 정산 화면을 공유하는 대신 그 화면의 스크린샷을 찍어 메신저로 보내는 식입니다. 전자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잘 모르겠지만 후자는 서버를 통해 동기화하는 이상 공유 링크에는 앱을 통해서 보는 것과 동일한 정보를 표시하는 웹페이지를 보여주는 식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겁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수준은 조금씩 올라가기는 하겠지만 당장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앱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켜 원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앱을 사용하는 상황은 아무래도 앱 디자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