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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아이폰 재난알림을 앱 푸시로 대체할 수 있음에도 재난알림의 근본적인 목적과 게으르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를 앱 푸시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아이폰 사용자이고 엄청난 방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난알림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곤란을 겪었습니다. 지난 몇 년에 걸쳐 재난알림을 통해 오늘 날씨를 알려주는데 질려 한동안 이 시스템을 꺼버렸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재난알림이 '다시' 그럭저럭 쓸모있는 정보를 알려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재난알림을 켜놨습니다. 이번 COVID-19 사건으로 재난알림이 공격적으로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걷다가, 일하다가, 책을 읽다가, 음악을 듣다가, 밥 먹다가 재난알림을 계속해서 수신했습니다. 사진 찍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리로, 혹은 내가 확인할 때까지 진동해 그 목적대로 내 주의를 확실하게 끌었습니다. 또 실수로 삭제하면 다시 확인할 수도 없었으므로 케이스 안 씌운 새 아이폰 다루듯 메시지를 조심스럽게 다뤘습니다. 저는 이 알림을 앱을 통해 수신할 수 있는 방법을 이해하고 있고 이 방법을 통해 메시지를 다시 확인할 수도 있고 내 폰의 진동 설정을 오버라이드 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글을 봤습니다.

“아이폰 재난문자”로 한번만 검색해보면 재난문자 알림 끄고 앱 푸시로 받는 방법이 뜨는데 그거 한번 안찾아보고 “정부는 아이폰에게는 재난 문자 대신 일반 문자로 보내라” 같은 소리 하는 건 그냥 게으른거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위험한 생각입니다. 아이폰에 도착하는 잦은 재난알림은 애플이 재난알림 메시지의 단계 구분을 제대로 구현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앱 푸시로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모든 사람들에게 위 글에서 '게으름'에 비유한 기술적인 숙련도와 이에 따른 행동을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어떤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기술적 숙련도를 함부로 예상하는 일은 위험합니다. 항공권 예매 사이트에 맥으로 접속할 때 더 높은 가격을 표시하는 오래된 트릭은 그럴싸하지만 예측이 틀릴 때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힙니다. 모든 사람들이 폰을 충분히 조작할 수 없습니다. 그 정도 기술적 숙련도를 지니지 못한 사람들도 있고 종종 장애로 폰을 충분히 조작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폰을 처음 구입할 때 기본으로 설정된 벨소리와 배경화면을 영원히 바꾸지 않는 일도 흔합니다. 사람들은 게을러서 재난알림을 앱 푸시로 변경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이 작업을 스스로 수행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특히나 이런 안전에 관련된 근본적인 기능에서는요.

둘째. 재난알림을 앱 푸시로 대체하는 행동 자체가 재난알림시스템의 근본적인 목적 중 하나를 손상시킵니다. 재난알림은 인터넷에 의존성이 적은 분리된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의존성이 없다고 표현하지 않은 이유는 이 기술적인 구성을 제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앱 푸시에 비해 인터넷에 더 적게 의존하고도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손을 씻고 마스크를 써라'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이 시스템을 통해 지진이나 해일 경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 일대에 전기 공급이 끊겼더라도 폰에 배터리가 남아있고 기지국 하나에만 붙어있으면 대피장소를 수신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앱 푸시가 정상적으로 동작할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앱 푸시는 메시지를 전송하는 주체에서부터 지옥같이 부실한 앱1) 개발자와 아슬아슬하게 돌아갈 서버를 거쳐 온전히 동작해야만 하는 인터넷을 거쳐 내 폰에 도착합니다. 정말 재난알림을 받을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장비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통해서요.

손을 잘 씻고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마스크를 쓰라는 메시지가 지독한 소음과 함께 도착하는 대신 앱을 통해 내 진동 설정에 맞춰 도착하고 메시지를 저장해 나중에도 볼 수 있으면 당연히 좋습니다. 하지만 이 메시지가 근본적으로 재난알림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고 이 재난알림은 진짜 재난상황에서도 동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제 게으름을 정당화하는 방법 중 하나로 아이폰을 사용하면서도 재난알림 메시지를 받으며 불평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담당 관공서에 민원을 넣어 애플에 압력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면서요.

1)
안전디딤돌 앱을 한번이라도 실행해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blog/laziness.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0-03-10 10:49 저자 neo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