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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meaning-of-the-game

시대에 따른 게임의 의미 변화

현대에 게임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1)을 하다가 문득.

'게임이란 무엇인가' 같은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이야기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게임이라는 미디어가 처음 나타난 이래 긴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모습을 한 게임이 나타나 왔고 이걸 전통적인 관점의 게임 범주에 넣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봐 왔습니다. 제 관점은 새로운 모습을 한 게임이나 이전에는 게임이라고 부르지 않았던 물건과 이전에도 게임이라고 불렀던 물건 사이에 차이점이 줄어들고 있다면 이들 모두를 게임이라고 부르거나 양쪽 모두 게임이라고 부르지 않아여 한다는 것입니다. 속성이 비슷한 두 가지 물건을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건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어느 한쪽을 게임이라고 부른다면 나머지도 게임으로 부를 수 있다는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다소 삐뚤어져 보일 수 있는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도 게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한참 시장에 정신없이 굴러나오던 양산형 MMO 게임 중 하나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때 모습을 돌이켜보면 김밥집이 돈을 조금 벌자 다같이 김밥집을 열고 노래방이 돈을 조금 벌자 다같이 노래방을 열던 그런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금에 와서도 MMO 게임을 완성하는건 결코 쉽지 않고 온갖 괴상한 일이 일어나는 별로 시도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피할 수 있으면 적극적으로 피하고 싶은 일이 MMO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어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많은 회사들이 노래방을 창업하듯 MMO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중국 게임이 직접 국내에 서비스되기 이전 시대라 중국 게임의 존재와 그들의 특징은 글이나 영상을 통해 전해지곤 했는데 당시 국내 MMO 게임엔 일종의 터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령 자동이동이나 자동사냥을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자동이동이 기본으로 들어가 아무것도 안하고 화면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알아서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이를 퀘스트 시스템과 결합해 원터치로 퀘스트가 척척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며 저걸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고민하곤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십 수년이 흐른 지금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진 정답은 이런 모습을 한 물건도 게임이고 이걸 실행하고 있는 행동을 게임을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네. 게임 맞습니다.

각각의 고객들은 시장을 만들고 시장의 움직임에는 고객들 각각의 요구사항이 녹아있습니다. 십수년 전 우리들은 우리가 만들던 그 게임들에 시야를 약간 좁힌 채로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은 왜 우리 게임을 기대하고 플레이하려 할까. 고객들이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며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떤 부분에 고통스러워할까. 만약 고객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이 명확하지만 그것이 우리들이 당시 가지고 있던 터부와 충돌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또 우리 고객들이 게임으로부터 요구하는 어떤 가치를 게인 밖에서 찾아냈다면 우리는 이를 수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게임 밖으로부터 오는 가치를 그대로 놔둘 것인가 하는 것들입니다. 이런 의문들에 대한 해답 역시 시간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서는 어렵지 않게 말할 수 있습니다.

고객들의 고통을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고객들이 이동에 어려움을 느끼고 이 이동 동작이 게임의 핵심 동작이 아니라면 자동으로 바꾸거나 나아가서는 없애버리고도 나머지 게임이 성립해야 합니다. 고객들이 서로 아이템을 교환하고 싶어한다면 교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물론 이 경우는 이 교환이 게임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똑똑하고 단순한 디자인이 필요하겠지요. 또 고객들이 게임 밖에서 아이템을 교환하며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개발사는 당연히 이를 게임 내부로 끌어들여 직접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더 잘 흡수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변화의 결과가 50년 전에 시작되어 현대에 이른 전통적인 게임의 모습과 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하다못해 게임에 등장하는 자연물을 표현하는 방법만 해도 지난 수십년 사이에 드라마틱하게 변해왔는데2) 게임 시스템이나 장르, 겉모습, 플레이하는 목적이 변하지 않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게임의 많은 것들이 변한 나머지 그 모습이 이전에 우리가 이해하던, 또 일부 고객들이 이해하던 게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도 어쩌면 당연합니다. 이는 현대적인 관점에서 게임의 한 모습입니다. 물론 이 모습 역시 앞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뀔 테고 상업용 게임을 만드는 저 역시 게임의 모습과 의미가 바뀔 때마다 머릿속의 정의를 계속해서 바꿔 나갈 작정입니다.

blog/meaning-of-the-game.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9-02-24 18:01 저자 neo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