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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재설치

처음으로 윈도우 버전 뒤에 연도가 붙기 시작하던 시대부터 윈도우 재설치를 해 왔으니 더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윈도우 재설치입니다만 한때 조롱 대상이던 윈도우 재설치도 이미 십 수년 전부터는 더이상 그 이전만큼 불안하지 않았고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훌륭해졌기 때문에 윈도우 재설치 경험이 특별해졌습니다. 몇 주 전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멀쩡한 윈도우 시스템의 보안을 망가뜨렸다는 의심을 강하게 한 끝에 윈도우를 재설치했습니다. 재설치를 미뤄온 것 치고는 모든 과정이 부드럽게 진행되었고 업데이트가 좀 오래 걸리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대부분을 편리하게 설치할 수 있었고 데이터 백업과 복원에는 완전히 신경을 끌 수 있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패스워드를 저장하는데 사용하는 '1Password'의 인스톨 과정이 충분히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됐습니다.

멍청한 행동

시작은 몇 주 전에 PC에서 사용하려고 엑스박스원 컨트롤러를 구입한데서부터 시작합니다. 이전에는 유선컨트롤러를 사용해 왔기 때문에 무선컨트롤러가 특별한 기술을 사용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데스크탑에 블루투스 동글이 달려있으니 사다가 인식시키면 사용 가능할 거라고 예상했고 별다른 조사 없이 컨트롤러를 주문했습니다. 주문할 때 동글이 포함된 버전과 포함되지 않은 버전이 있었고 의심 없이 동글이 없는 버전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컨트롤러를 인식시키려고 보니 블루투스 디바이스 목록에는 나타나는데 그걸 선택해서 인식시키려고 하면 매뉴얼에는 없는 일련번호 입력 과정이 나타났습니다. 매뉴얼에는 그냥 인식된다고 적혀있었거든요. 어지간한 블루투스 디바이스의 흔한 일련번호 몇 개를 입력해 실패한 다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이 잘못되려면 한번에 다 같이 잘못된다는 이야기가 딱 맞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링을 시도했는데 애초에 구글링 방향이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여전히 제 머릿속에서는 아니 다 똑같은 블루투스인데 왜 전용 동글을 사용해야 하는건지 의심하고 있었고 구글은 제가 보고싶은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블루투스 동글에 엑스박스 컨트롤러를 인식시킬 수 없는지 묻고 뭔가 시도한 기록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몇몇은 블루투스 동글 드라이버를 최신으로 업데이트한 다음 시도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고 합당한 시도방법이라고 생각한 저는 드라이버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블루투스 동글은 구입한지 거의 10년이 되어 가는 물건이라 이미 제조사 웹사이트에서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쯤 되면 시도를 그만뒀어야 하는데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출처가 불분명한 드라이버를 모아두는 사이트에까지 흘러가서 출처가 불분명한 실행파일을 실행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저는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컨트롤러 전용 어뎁터를 따로 주문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습니다.

보안 문제

십 수년 이전부터 윈도우는 이전 시대에 조롱받던 것처럼 불안정하지 않습니다. 또 쉽사리 오동작하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내가 컴퓨터를 사용하며 시도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항상 신뢰할 수 있는 응답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주 사이에 예상하지 않은 동작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가령 브라우저 윈도우가 사라져버린다든지 암만 내가 멍한 상태였다고 해도 내가 윈도우를 잠근 적이 없었는데 윈도우가 잠겨 핀코드를 요구한다든지 하는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조작했는데 마이크로치매같은게 일어나서 내 행동을 까먹은 것이 아닐까 의심했습니다만 상황이 낮은 빈도로나마 반복되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윈도우 디펜더 오프라인 검사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아무래도 윈도우를 재설치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었지만 또 재설치과정의 귀찮음이 몰려와 이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별 생각 없이 윈도우 디펜더의 전체검사를 실행했는데 이번에는 윈도우 디펜더가 또 아무 메시지 없이 그냥 사라져버린 겁니다. 이쯤 되면 재설치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드러운 재설치과정

백업은 신경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재 모든 작업파일은 1테라바이트짜리 원드라이브에 전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이고 당연히 모두 원드라이브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아무때나 로컬 스토리지가 파괴돼도 잃을 것이 없거나 거의 없었습니다. 그냥 상자에서 윈도우 USB메모리를 꺼내다가 꽂고 재시작해 설치를 시작했습니다. 설치는 수동으로 기존 파티션을 모두 삭제하는 시간을 포함해 십 몇 분 안에 끝났습니다. 설치과정에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을 입력할 때 좀 불편했습니다. 모든 패스워드는 1Password로 관리한 이래 가능한 긴 무작위 문자열로 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윈도우 재설치, 아이폰 재설정 등의 작업에는 처음 한번 암기가 거의 불가능한 문자열을 띄엄띄엄 입력해야만 하는 일이 생깁니다. 원타임패스워드를 설정하고 있었으므로 이게 어떻게 처리될지 걱정했는데 윈도우 설치 프로그램이 아무 문제 없이 원타임패스워드를 물었고 별 일 없이 인증과정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최소한의 드라이버는 자동으로 설치됐고 주요 유틸리티는 Chocolatey를 통해 인스톨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은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부터 입수한 소프트웨어를 패키징하고 있는 걸까요. 거기까지는 의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재설치를 시도하고 나서 채 1시간이 지나기 전에 이전에 사용하던 환경 거의 대부분을 돌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1Password의 훌륭하지 않은 설치과정

어지간한 소프트웨어의 인스톨과정은 딱히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엔비디아 드라이버 다운로드과정이 좀 거지같다고 생각했지만 딱 그거 하나만 문제였으니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패스워드 관리 프로그램인 1Password 설치과정은 좀 문제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1Password는 패스워드를 다운로드하기 위해 몇 가지 정보를 요구합니다. 서버이름, 이메일, 시크릿키, 마스터패스워드. 그런데 이미 설치된 상태에서 마스터패스워드를 입력할 때는 시큐어데스크탑을 통해 입력하는 버튼이 있었습니다. 제조사의 설명1)에 따르면 키보드 입력을 가로채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 있을 때 시큐어데스크탑을 통해 입력하면 이를 어느정도 우회할 수 있다고 합니다. 딱히 불편해보이지도 않아서 항상 마스터패스워드를 시큐어데스크탑을 통해 입력해 왔는데 1Password를 처음으로 인스톨하고 처음으로 등록하는 과정에는 이를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윈도우를 설치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기는 했지만 내 시크릿키와 마스터패스워드를 그냥 데스크탑에서 그냥 텍스트박스에 그냥 키보드로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그 상태에서도 이미 키보드 입력을 도난당하고 있다면 1Password 설치 후에 시큐어 데스크탑을 통해 패스워드를 입력해봤자 헛짓입니다. 그렇다고 이 과정을 진행하지 않고서는 내 모든 패스워드에 접근할 수 없으므로 하는 수 없었습니다. 결국 1Password를 무사히 인스톨했지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교훈

윈도우 재설치는 예상과 달리 부드럽게 끝났지만 결국 두어시간을 낭비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출처가 불분명한 드라이버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려고 시도했고 그 상태를 몇 주 동안이나 방치했습니다. 덕분에 어디까지 문제가 생겼을지 파악할 수도 없을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이번 경험으로 정말 정말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어떤 실행파일에도 절대로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할만한 샌드박스 환경 같은 것이 있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또 윈도우 재설치 후에 맨 먼저 설치해야 하는 소프트웨어는 패키지매니저나 크롬브라우저, 엔비디아 드라이버가 아니라 원패스워드라는 것도 알게됐습니다. 인스톨과정이 완벽하지 않다면 운영체제 설치 후 맨 처음으로 설치하는 수밖에 없겠죠.

blog/reinstalling-windows.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9-06-29 12:14 저자 neo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