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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빌드의 위험성

시연빌드

시연빌드는 본격적으로 프로덕션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더 적은 비용을 들여 프로덕션을 고려하지 않은 구현을 통해 미래에 개발할 게임을 실제로 동작하는 상태로 만들어보는 겁니다. 여기서 분명 누군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우리는 좀 더 고상한 단어로 '프로토타입'이라고 하지 않느냐고요. 네. 맞습니다. 방금 이야기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개발하는 것을 '프로토타입' 또는 '프로토타입 빌드'라고 말하고 이 행동을 멋지게 '프로토타이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시연빌드는 이와는 조금 다릅니다. 프로토타입이 개발팀 내부를 향한 용어라면 '시연빌드'는 개발팀에 적대적인 팀 외부를 향한 용어입니다. 말 그대로 팀에 적대적인 팀 외부에 시연하기 위한 빌드를 말합니다. 제작방식은 비슷합니다. 프로덕션을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 싼 비용으로 개발합니다. 하지만 팀에 적대적인 환경에 시연해야 하므로 팀 내에서 적당히 눈감아줄만한 부분에 갑작스레 비용을 집중하기도 하고 게임의 핵심을 공유하기보다는 게임이 완전히 완성됐을 때의 상태를 만드는데 집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프로토타입빌드와는 달리 시연빌드는 별도로 'Siyeon Build'라는 별도 용어를 사용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장점

프로토타입에 비해 시연빌드는 팀 외부를 설득하기에 적당합니다. 팀 외부는 여러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팀에 돈을 대는 스폰서 또는 스폰서처럼 행동하는 경영진입니다. 이들은 게임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지만 게임의 핵심을 보여주면 실제 게임과 구분하지 못하고 아직 게임이 엉망진창이거나 개발팀이 아직 프로젝트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들에게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실제 게임에 가까운 형태를 보여줘야 하고 이는 제한적으로나마 실제로 동작해야 합니다. 이 정도가 되면 개발팀 내부를 설득하는 일은 쉽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이 상태를 양산하기 위해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 거의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고 엔지니어들 역시 이미 프로덕션 코드를 이미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티스트들은 이미 과거부터 미래의 프로덕션에 사용할 에셋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빌드로 스폰서들을 설득할 수도 있고 업계 고위 관계자들에게 동작하는 상태를 보여주고 의미있는 의견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출시까지는 아직 흘러야 할 세월이 많이 남았지만 마치 게임에 현 시대에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모두를 기쁘게 하는 평가를 들을 여지도 있습니다.

공포

다만 이 시연빌드가 이 시연빌드의 상태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에게 공유된다는 점은 위험합니다. 너무 무섭지만 실제로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팀 외부에서 시연빌드를 요구하고 시연빌드를 시연 받는 분들 상당수는 시연빌드와 프로덕션빌드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미 사람들을 태우고 테스트트랙을 주행할 수 있는 사이버트럭이 있는데 왜 당장 양산을 시작하지 않느냐는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프로덕션에 사용하기에는 위험한 온갖 기능을 아슬아슬하게 이어붙여 제한된 환경과 제한된 시나리오상에서 동작하게 만들어놨더니 시연을 받는 분이 대뜸 '이제 거의 완성된거같으니 플랫폼 붙여서 출시합시다'라고 말한다거나 '아직 준비되지 않은 컨텐츠는 출시 후 +4주 내에 업데이트하면 되지 않겠냐는 등 아직 프로덕션 단계에 진입하지도 않은 프로젝트의 '시연빌드'를 보고 장밋빛 환상에 빠져 개발팀이 감당할 수 없는 요구사항을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토타입'이 아닌 '시연빌드'는 위험합니다. 만약 이를 개발해야 한다면 방금 이야기한 공포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기대치를 잘 조절하고 회사 전체에 개발과정을 이해시켜야만 합니다.

blog/risk-of-demonstration-build.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9-11-24 13:38 저자 neo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