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도구

사이트 도구


사이드바

메뉴:

블로그:

기타:


연락처:


안내:

blog:start

기계 마감

아주 오래 전에 기계를 뜯으려면 나사를 풀고 잘 물려있는 플라스틱 걸쇠를 조심스럽게 밀어내기만 하면 됐습니다. 하다못해 저 악명높은 맥북조차도 나사를 풀어내기만 하면 내부에 접근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온갖 기계들은 내부에 그렇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모양으로 바뀌었습니다. 접착제로 마감한 덕분에 기계를 뜯으려면 열을 가한 다음 석션컵으로 들어올리거나 기계 가장자리를 망가뜨릴 각오를 하고 마감된 틈사이로 가는 플라스틱 쪼가리를 밀어넣어 비집어 내야 합니다. 하지만 굳이 기계 내부를 뜯을 필요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내가 기계 내부의 뭔가를 바꿀 수 있는 구조는 점점 사라졌고 힘들게 내부에 접근한 다음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점점 더 잘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지난번에 서피스 프로 배터리가 부풀어올랐을 때 배터리를 사다가 내가 어떻게든 해볼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사설수리업체를 검색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더 어처구니없고 짜증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몇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저는 태블릿과 원노트에 필기하면서 일합니다. 하루에 10페이지 전후의 메모가 생깁니다. 이 메모를 지탱하는데는 서피스 프로 뿐 아니라 작년에 구입한 갤럭시탭을 함께 사용하고 있고 집에서는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해 필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서피스 프로는 배터리를 교체했고 아이패드 프로는 최근에 구입했으니 아직까지는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즉 이번에는 갤럭시탭에 문제가 생길 차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얼마 전부터 갤럭시탭 뒷뚜껑 구석이 뜨기 시작했습니다. 배터리가 부풀어올라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벌어진 뒷뚜껑을 눌러보니 튀어나온 곳이 없었습니다. 그냥 접착제로 붙여놓은 뒷판이 떨어지는 것 뿐이었고요. 아무리 접착제 마감이 후지다고 해도, 또 아무리 제가 막 썼다고 해도 저혼자 뒷판이 열리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뒷판을 꾹꾹 눌러 더이상 뜨지 않도록 해서 사용하다가 어느 날 뒷판이 내부의 뭔가에 걸려서 더이상 닫히지 않았고 이참에 뒷판을 그냥 잡아 뜯어봤습니다. 고맙게도 아이패드나 아이폰처럼 뒷판에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어 부주의하게 뜯다가 망가뜨릴 위험은 없었습니다. 뒷판 전체가 아무 문제 없이 그냥 뜯겼습니다.

뜯어보니 원인은 안에 들어있던 자석이었습니다. 아이패드처럼 케이스를 편하게 붙였다 땠다 할 수 있게 안에 자석이 들어있습니다. 이 자석이 오랫동안 케이스에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접착제로 마감된 뒷판을 계속해서 공격했고 어느 날 더이상 견디지 못한 뒷판이 떨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자석 역시 접착제로 붙어있었는데 자석의 접착제가 떨어지자 자석이 내부에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 움직임에 따라 뒷판의 접착력 역시 감소해서 뒷판이 뜯기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뒷판을 아예 뜯어내자 자석이 자리에서 튀어올라왔습니다.

어쩔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이 기계는 서서히 교체주기에 다다르고 있었고 서비스센터에 들고갈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을 뿐 아니라 배터리는 멀쩡해보였습니다. 그래서 자석을 도로 제자리에 갖다놓은 다음 뒷판을 그 위에 잘 얹고 테이프로 붙여버렸습니다. 어차피 접착제 마감이나 테이프 마감이나 원리는 똑같았습니다. 다만 보기에 더 나쁠 뿐이었고요. 다시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테이프를 다 떼내고 새로 붙이면 그만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차마 남 보여주기 부끄럽게 생긴 갤럭시탭이 탄생했습니다.

요즘 나오는 기계들이 접착제로 마감해 아이픽싯에서 리페어빌리티 스코어 3점 이하를 받는 상황이 썩 달갑지 않습니다. 내가 기계를 열어볼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북을 리페어빌리티 스코어를 0점에서1) 5점대까지 끌어올렸고2) 델은 멋진 윈도우 랩탑을 만들면서도 이보다 리페어빌리티 스코어가 더 높습니다. 3)애플과 삼성은 여전히 이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특히 애플은 멀쩡한 랩탑마저도 점점 더 뜯어봐야 의미 없도록 만들고 있고요.4) 이번에 갤럭시탭 뒷판이 떨어지는 문제를 겪고 보니 아무리 내가 뜯어서 할 일이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런 자잘한 문제상황에 서비스센터까지 가서 문제를 해결할 일이 안 생기는 기계 설계를 더 지지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 2020-07-19 22:10

실망스러운 책

최근에 읽은 실망스러운 책 두 권 이야기입니다. 하나는 '원씽', 다른 하나는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입니다. 이 이야기는 순전히 제 관점에서 실망스러울 뿐 제 이야기가 이 책들의 평가에 영향을 끼칠만한 것은 아닙니다.

원씽

사실 이런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은 몇몇 선입견을 가지고 잘 읽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들에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나열해보면 책 제목에 큼직하게 써있는 한 두 단어로 된 컨셉을 책 앞부분에서 설명하고나면 남은 지면을 이끌어갈만한 소재가 이미 고갈되어 서로 다른 설명 을 통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어떤 책들은 앞에서 제시한 컨셉을 실천한 사례를 제시하며 간신히 책을 끝까지 이끌어나가기도 합니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 이 사례들이 확증편향 냄새를 강하게 풍기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챕터 이름 밑에 중언부언을 반복하며 지리하게 책을 이끌어가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이 책은 중간에 짧은 사례가 나오기는 하지만 확증편향을 의심하기 이전에 처음 제시한 컨셉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처음에 제시한 컨셉이 너무 넓은 범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컨셉 설명은 짧게 끝나고 남은 지면은 중언부언과 확증편향에도 이르지 못한 사례가 나열될 뿐이었습니다.

물론 이 책이 제시한 컨셉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컨셉이 궁금하다면 서점 페이지의 설명을 읽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굳이 책 전체에 걸친 중언부언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례를 읽기 위해 돈을 낭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뇌졸중을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글쓴이와 글쓴이를 도운 모든 사람들의 노력과 강한 의지에 경의를 표합니다. 특히 뇌 혹으 정신질환 환자들을 더 잘 돌보고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접근방법을 제안하고 연구하는 점이 너무 훌륭합니다. 스스로 경험하고서도 이를 자신의 일로 승화시키는 과정 역시 달리 할 말이 없이 훌륭합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우뇌의 목소리를 앞세운 내 좌뇌가 느끼기에는 아무말 퍼레이드는 글쓴이가 스스로 글에 예상한 대로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사실은 저 역시 자신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 때가 있습니다. 지금 이 일을 너무나도 마무리하기 싫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해 놓으면 퇴근할 수 있으니 조금만 힘내보자든지 밥 먹을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날 의욕도 없는 순간에도 지금 밥을 먹어야 하루를 버틸 수 있다고 자신을 설득하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 의지를 북돋우고 또 설득하는 건 달리 말하면 내 뇌에게 말을 거는 일과 비슷합니다. 글쓴이처럼요. 하지만 이런 행동이 과학자가 쓴 책의 절반을 차지할만한 내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뒤로 갈수록 우뇌를 앞세운 온갖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대체 언제부터 건강보조식품과 게르마늄목걸이와 마음의 안정을 찾아줄 명상프로그램을 판매하기 시작할지 궁금해하며 책을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 2020-07-19 21:35

유튜브뮤직

한동안 유튜브뮤직을 주력 음악서비스로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애플뮤직을 사용했는데 제 기준에서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었습니다. 분명히 어른들의 사정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어떤 최신 음반은 영원히 검색되지 않거나 어떤 엘범의 어떤 트랙만 사라진 엘범이 자주 나타났습니다. 음악을 곡 단위로 듣지 않고 웬만하면 음반 단위로 듣는데다가 제가 듣는 음악 중 일부는 음반 전체를 차례대로 들어야 하는 음악이었습니다. 이런 음반의 중간에 곡이 하나 둘 빠져 있으면 짜증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때 유튜브를 검색하면 항상 애플뮤직에 없는 음반이나 트랙을 검색할 수 있었고 심지어 유튜브가 애플뮤직보다 훨씬 저렴했습니다. 유튜브 서브스크립션을 시작했고 몇 년 째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유튜브뮤직은 유튜브 유료 서비스에 제공되는 앱 이름입니다. 정확한 서비스 명칭은 유튜브 프리미엄인데 이 서비스의 핵심은 유튜브를 광고 없이 재생하는 겁니다. 워낙 오래 이 서비스를 사용하다 보니 가끔 다른 사람들이 유튜브를 사용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광고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아 맞다. 유튜브에 광고가 있었지.' 하고요. 유튜브뮤직은 이 광고 없는 유튜브 서비스에서 음악 영상을 영상 없이 음악만 스트리밍해 들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앱입니다. 엄밀히 말해 전문 음악 서비스가 아닙니다. 그래서 가격이 싼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튜브 프리미엄에 월 8900원씩 내고 있고 이 금액은 애플뮤직에 비해 훨씬 쌉니다.

전문 음악서비스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니면 회사가 음악서비스로써 유튜브뮤직을 잘 관리할 의지가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튜브뮤직은 음악서비스로써 상당히 짜증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나열해보겠습니다.

유튜브뮤직은 회사가 관리하는 음원을 재생하는 게 아니라 유튜브 사용자들이 올린 영상을 찾아서 틀어줍니다. 그래서 아티스트 이름에 음악을 올린 사람 계정이 나옵니다. 어처구니없지만 그렇습니다. 나는 음악을 재생하며 이 음악의 아티스트를 알고싶은데 아티스트가 표시되어야 할 것 같은 공간에는 내가 전혀 알고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는 음악을 올린 사람 계정 이름이 나오는 겁니다. 이런 문제를 음악을 올리는 각각의 사람들이 알고는 있는지 음악 제목에 제목과 아티스트 이름을 길게 적어놓는데 덕분에 이름이 항상 좌우로 스크롤돼서 한번에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유튜브 사용자들이 올린 음원을 재생하므로 음반에 따라 트랙 순서가 틀렸거나 나눠진 트랙 전체를 한 덩어리로 올리거나 트랙을 멋대로 나눠 놓아 듣다가 당황하게 만듭니다. 제가 듣는 음반 중 일부는 순서에 따라 들어야 하는데 순서가 안 맞으면 그냥 어처구니없습니다. 음악을 듣다가 맥이 뚝 끊겨 기분을 완전히 잡칩니다. 항상 트랙 순서를 틀리는 자들을 발견하는 족족 차단하지만 내가 왜 이 짓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가 한심스러워질 때가 많습니다.

유튜브뮤직 최악의 빌런은 트랙 앞에 자신의 인트로를 집어넣는 자들입니다. 음악을 듣는데 갑자기 엉뚱한 음악이 나오길래 뭔가 하고 보면 인트로입니다. 음악 앞에 자기 인트로를 그것도 모든 트랙마다 하나씩 넣어놨습니다. 이제 위에서 왜 사용자들이 여러 트랙을 영상 하나에 길게 연결해 놓은 모양을 선호하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미친 빌런들은 트랙 하나하나마다 망할 인트로를 넣어놓기 때문에 차라리 한 덩어리짜리 음반에는 인트로를 넣을 기회가 한 번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이런 자들은 트랙 끝에 아웃트로를 넣어 분노를 더 치솟게 만들기도 합니다.

유튜브뮤직은 가격이 싸고 애플뮤직에 없는 음원도 찾을 수 있지만 위에 나열한 점들은 지독한 짜증을 일으킵니다. 여전히 싸니까 참고 쓰긴 합니다만 벌이가 나아지만 꼭 다른 서비스로 옮길겁니다.

· 2020-07-19 20:48

오래된 항목 >>

blog/start.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0-06-07 14:29 (바깥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