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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자전거 사용기

결론

  • 요약:
    • 이틀간 4회 대여.
    • 기록 상 16.5km 이동.
    • 보증금 포함 총 15000원 소요
    • 보증금 제외 킬로미터 당 이동비용 약 300원.
  • 장점:
    • 시골에도 대여자전거 서비스가 있다!
  • 단점:
    • 사용중 내 폰 배터리도 사용한다.
    • 변속기가 없는 자전거도 있다.
    • 앱에만 나오고 실제로는 없는 유령자전거가 자주 나타난다.
    • 안장 높이 조절이 충분하지 않다.
    • 앱에 자전거도로 및 진입정보 표시가 없다.
    • 신분당선보다도 비싸다.
    • 대여에 실패할 경우 이동경로가 완전히 꼬인다.

대여자전거

서울에서 따릉이1)를 빌려 사용하며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굉장히 넓은 지역이 배포되어 있고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자전거가 좀 후지다든가 앱이 쓰레기라든가 대여과정이 좀 불편하다든가 가끔 반납처리나 대여처리가 잘 안된다든가 하는 문제는 별 것 아닌 문제로 넘어가줄만큼 괜찮았습니다. 처음 몇 번은 그때그때 결제해서 사용하다가 결제과정이 편안하지는 않았으므로 6개월 단위로 결제해서 사용했는데 전체적인 경험은 꽤 좋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는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서울에서만 서비스되고 그 바깥에 있는 시골에서는 이용할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성남 방향으로는 거의 경계선인 복정역에까지 배포됐지만 역시 서울 시계 밖으로 서비스가 확장되지는 않았고 한때 성남시에서 대여해준다고 요란하게 보도자료를 띄웠던 서비스는 한달에 한번쯤 탄천 자전거도로에 버려진 채로 발견되곤 했지만 그 어디서도 대여할 방법을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 주변에 노란색 자전거가 돌아다녔고 어느날 카카오T 앱을 업데이트해보니 새로운 서비스가 추가되어 있었습니다. 카카오의 자전거 대여 서비스가 있다는걸 알게된 날 판교역에서 자전거 대여를 시도해볼 작정으로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보증금 만원을 걸었지만 정작 역 밖에 나가보니 한번 대여하는데 최소 천원인 자전거는 역에서 회사까지 걸어가는 길 중간쯤에 있어 차마 고작 몇 백 미터를 가는데 천원을 내긴 그래서 당일 대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단 보증금을 걸었으니 타볼 기회가 생기면 타보자고 마음먹었고 카카오 자전거를 탈 일이 생겼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몇 번인가 퇴근길에 자전거를 대여해보려고 했지만 앱에는 나타나고 실제로는 없는 유령 자전거를 여러번 만나는 바람에 실제로 대여에 실패하고 있었습니다.

첫 대여

회사까지 자전거로 오가는데 주말 브레베 전에 아무래도 지난 라이딩 때 급 더러워져 세차를 맡겨야겠다 싶었습니다. 세차를 맡기려면 일단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다음 퇴근길에 가게에 들려 자전거를 맡기고 거기부터 집까지 어떻게든 이동해야 합니다. 또 다음날에는 어떻게든 회사까지 출근했다가 퇴근하는 길에 다시 어떻게든 가게까지 가서 내 자전거를 받아 퇴근해야 합니다. 이 상황의 일부에 카카오자전거를 써볼 수 있어 보였습니다. 둘째날 아침에도 그냥 신분당선을 타고 이동하면 됐지만 그 구간도 카카오자전거를 이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실제 대여 가능한 카카오자전거를 처음 만남먼저 출발하기 전에 세차를 맡길 가게 근처의 아파트단지에 카카오자전거가 몇 대 흩어져있다는걸 알고 출발했습니다. 내 자전거를 타고 가게까지 이동한 다음 자전거를 맡기고 헬멧을 손에 든 채 터덜터덜 근처 아파트단지 주변을 서성이다 보니 이번에는 진짜 노란 자전거가 서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처음으로 앱에만 표시되는 가짜 자전거가 아니라 진짜 자전거를 마주한 겁니다. 바코드를 찍어야 대여가 시작되는데 어두워서 바코드가 잘 찍히지 않았습니다. 내가 수동으로 플래시라이트를 켠 다음에야 바코드를 찍을 수 있었고 간단히 대여가 시작됐습니다. 따릉이와 비슷하게 안장 높이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충분히 높힐 수 없어 그냥 힘줘서 페달을 굴리다가는 무릎이 고장나기 십상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카카오자전거는 PAS 방식의 전기자전거라 거의 페달을 굴리는 시늉만 해도 앞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따릉이처럼 내 힘만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안장 높이 조정이 제대로 안되면 정형외과만 돈을 벌게 될 겁니다.

현행법상 자전거도로를 합법적으로 달릴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 PAS입니다. 간단히 페달을 굴릴때만 모터가 돌고 페달을 멈추면 모터도 함께 멈추는 방식입니다. 그 외에 스로틀 방식으로 움직이는 모든 이동수단은 자전거도로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뭐 주말의 한강 자전거도로처럼 실제로 단속을 할 가능성은 없으므로 굳이 합법과 비합법을 구분해서 달리지는 않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보호받는건 현행법상 합법인 전기자전거 뿐이고 카카오자전거는 이 합법적인 전기자전거 범위에 들어갑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교통수단으로 삼을만한 속도로 달리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내가 페달을 굴림에 따라 나를 도와주던 모터는 시속 25킬로미터를 넘기는 순간 멈춰버립니다. 거기부터는 온전히 내 힘으로 달려야 하는데 모터의 도움을 받다가 모터가 멈추면 자전거의 하중이 온전히 나한테 전달되어 약간의 충격이 있습니다. 또 내 자전거로 감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잡아야 했다면 이 전기자전거는 페달링만 멈춰도 속도가 확 줄어들어 자전거를 타는 요령이 약간 달랐습니다. 또 내 힘보다는 모터의 힘을 더 많이 빌려 주행하는데도 요령이 좀 필요했습니다.

반납할 때 잠깐 당황했는데 설명에는 잠금장치를 돌려서 잠그면 반납된다고 적혀있었지만 레버가 돌아가질 않았습니다. 캄캄한 다리 밑에서 플래시라이트를 비춰보니 레버에 작은 빨간 버튼이 있었고 그걸 누르면서 레버를 돌려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설명에는 그냥 돌리라고만 되어 있어 잠깐 시간을 더 써야 했습니다. 당연히 거기 달린 버튼을 함께 누르라는 설명이 추가되어야 할 겁니다. 그렇게 자전거를 다리밑에 버려두고 집에 갔고 다음날 아침이 됐습니다.

두번째 대여

출발하기 전에 어제 자전거를 버려둔 그 자리에 자전거가 여전히 있다는걸 확인한 다음 출발했습니다. 따릉이는 주요 배포장소가 인구밀집지역, 대중교통 연계지역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동선상에 있고 만약 자전거 대여에 실패하더라도 바로 다른 대중교통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만 카카오자전거는 버려진 위치를 예측하기 어려워 만약 대여에 실패하면 다른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건 사실 저녁때 절실하게 겪게 됩니다. 여튼 조마조마하며 어제 자전거를 버려둔 다리밑에 도착해보니 자전거가 있긴 있는데 어제 버려둔 그 자전거는 아니었습니다. 어제 타고 온 건 바퀴가 큰 자전거였고 이번에는 바퀴가 작은 자전거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브롬톤2)으로 장거리 타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는걸 알고 있어 뭐 바퀴가 작다고 문제가 있겠나 싶어 별 고민 없이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변속기 없는 자전거(위)와 변속기 있는 자전거(아래)그런데 이 자전거에는 변속기가 없었습니다. 설마 그럴리가 없지 싶어 중간에 두번이나 멈춰놓고 핸들바를 면밀히 관찰했습니다만 정말로 변속 기능을 할 것 같은 아무런 장치도 없었습니다. 오른쪽 핸들에 달린 돌아가는 레버는 벨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페달을 아무리 돌려도 속도를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괜히 케이던스를 올리면 모터만 꺼질 뿐이었습니다. 낮은 안장에 모터도 없이 내 무릎을 박살낼 이유가 없어 꼼짝없이 탄천 자전거도로를 따라 어처구니없는 속도로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중간에 큰 바퀴 카카오자전거를 발견해 그걸로 바꿔탈려고 재빨리 자전거를 반납하고 대여를 시도했지만 수리 대기중으로 표시되어 대여할 수 없었고 다시 방금 전까지 타고 온 자전거를 다시 대여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30분 넘게 달린 끝에 판교에 도착했는데 아침에 이동하며 두번 대여하는데 3500원을 내야 했습니다. 비싸기로 유명한 개인소유의 신분당선으로 출근하는며 2350원을 내는데 이동도 내 힘으로 하고 돈도 더 많이 내는 경험은 좀 허탈했습니다. 게다가 무거운 자전거를 케이던스를 올려 타면서도 무릎을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조금씩 일어나서 타는 바람에 힘은 더 들었습니다. 물론 회사 근처에 자전거를 버릴 수 있는 점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 자전거를 빌릴 다른 누군가는 저처럼 자전거를 찾아 폰과 주변을 한참이나 둘러봐야 하겠지만요.

네번째 대여

저녁이 되어 세차를 맡기 내 자전거를 찾으러 가야 했는데 이때는 문제가 좀 많았습니다. 분명 회사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자전거가 있다고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없었습니다. 슬슬 어두워질 시간이라 내가 못 본는 것인가 싶어 주변을 여러번 돌아봤지만 없었습니다. 또 거기로부터 횡단보도 두어 개를 지난 다른 곳에 있는 자전거를 찾아 걸어갔지만 거기에도 없었고 세번째 허탕을 칠때쯤 역 근처에 도착해 그냥 신분당선을 타고 가게와 가까운 역에 내렸습니다. 악명높은 신분당선 차비를 냈고요. 그런데 역으로부터 가게까지 또다시 1킬로미터 넘는 거리이길래 이번에도 카카오자전거를 찾아볼 작정이었는데 지도상에는 다리 위나 아래, 경사를 사이에 둔 자전거도로와 도로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지도상에 바로 옆에 보이는 자전거를 찾아 한참을 돌아야만 했습니다. 자전거 대여 서비스인데도 앱 지도에 자전거도로나 경사로 표시가 없다는 점은 좀 웃겼습니다. 여튼 자전거를 빌려 조금 이동한 다음 또 가게 건너편에 버려놓고 제 자전거를 찾아 집에 갔습니다.

결말

기억할만한 특징은 대여한 동안 카카오T 앱이 내 폰의 GPS를 사용해 이동 경로를 체크하는 점, 자전거 종류에 따라 변속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는 점, 이유는 모르겠지만 앱에만 표시되고 실제로는 없는 자전거가 제 기준으로는 전체의 절반이나 됐다는 점, 지금 대여할 수 없는 상태인 자전거라도 앱에는 대여 가능하다고 표시되어 바코드를 찍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 정도였습니다. 대부분은 좋은 경험은 아니었고 대여를 종료할 때마다 경험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별 하나를 넘게 줄 수가 없었습니다. 유령 자전거 현상은 따릉이에 비해 이동에 더 큰 대미지를 주고 있었고 이동 중에 배터리를 많이 먹는 GPS 기능을 항상 켜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특히 거슬렸습니다. 비싸기로 유명한 신분당선보다도 더 비싼 점 역시 조금 거슬렸지만 애초에 비교 대상인 따릉이는 서울시가 거의 책임비용만 받고 운영하는 서비스라 비싸다고 판단하기는 좀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동력의 절반을 내가 제공하는데 신분당선보다 비싸다는걸 내 자신에게 설득시키기 쉽지 않았습니다만.

따릉이가 워낙 괜찮은 서비스라 카카오자전거가 단시간 내에 그런 수준을 달성하는건 어렵겠습니다만 최소한 성남시에서도 보도자료에서만 나오는 가짜 대여자전거 대신 실제 대여 가능한 대여자전거가 있긴 하다는 점에서 마냥 서울사람을 부러워하지는 않아도 되어 다행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일단 내 자전거가 돌아온 이상 카카오자전거는 앞으로 자전거 세차를 맡길 때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 2019-04-08 20:35

유료재화와 무료재화 구분

TL에 유료젬과 무료젬을 구분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하는 글이 지나가서 잠깐 정리해봅니다.

이전에 했던 프로젝트에서도 유료젬과 무료젬을 구분했습니다. 보여줄 때는 둘을 합해서 같은 젬으로 표시하지만 내부에서는 서로 다른 재화로 처리하고 우선 사용되는 순서가 달랐습니다. 재화를 정의할 때 묶어서 같은 재화로 표시할 재화를 설정하고 이들 중 먼저 사용될 순서를 정할 수 있었습니다. 가령 지금 가지고 있는 전체 1000젬 중 800젬은 유료젬이고 200젬이 무료젬일 때 300젬짜리 상품을 구입하면 무료젬이 먼저 사용되어 무료젬 200과 유료젬 100이 소모됩니다 겉으로는 1000젬에서 700젬으로 줄어들게 되고요.

일단 환불 이슈도 있습니다. 위에서 1000젬을 환불하려고 시도하면 그중 800젬만 환불되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환불은 보통 거래 트랜젝션 단위로 처리합니다. 속성이 다른 여러 가지 상품을 묶어서 파는 경우 환불이 대단히 까다로워지기도 하지만 보통은 약관에서 상품을 열어 구성품 일부가 인벤토리에 등록되면 환불을 거절하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그래서 웬만한 게임에서 아이템을 우편함을 통해 넣어주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이유에는 마일리지 처리에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결제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상을 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마일리지입니다. 가령 상점에서 젬을 사용해 상품을 구입하면 구입에 사용한 젬의 양에 따라 마일리지를 쌓고 마일리지 전용 상점에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식입니다. 이때 무료젬도 마일리지 적립 대상이 되면 공정하지 않을 수 있어 유료젬을 사용할 때만 마일리지를 쌓게 합니다.

유료젬과 무료젬을 구분해서 표시하기도 합니다. 이때는 빨간젬(유료), 파란젬(무료) 같은 형식으로 표시합니다. 빨간젬은 결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이벤트로는 파란젬만 받을 수 있습니다. 상점에서 젬을 사용하려고 보면 같은 젬상점에 빨간젬 전용 상품과 파란젬 전용 상품이 따로 진열되어 있습니다. 보통 이들은 같은 아이템이지만 구매에 요구하는 재화 종류에 따라 메타 옵션이 다르게 설정되기도 합니다. 게임 시스템에 따라 빨간젬으로 구입한 아이템은 거래가 가능하거나 수리횟수에 제한이 없는 식입니다. 이를 통해 이벤트를 통해 재화를 제공하면서도 게임 내 경제를 망가뜨릴 걱정을 덜고 사용자들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실제 세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가령 이벤트로 햄버거 교환권을 받았는데 돈으로 사는 것과 같은 햄버거로 바꿀 수 있지만 뒷장에 작은 글씨를 잘 읽어보면 인천공항점이나 대명리조트점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다른 할인수단과 중복결제가 안된다고 적혀있는 식입니다. 혹은 백화점에서 가전제품을 산 다음 특별 상품권을 돌려받는 식으로 할인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뒷장의 작은 글씨를 읽어보면 4월 30일까지만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상품권과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고 적혀있기도 합니다. 또 은행 계좌에 들어있는 돈은 같은 돈처럼 보이지만 입금 시점에 따라 서로 다른 돈으로 취급되고 먼저 입금한 돈부터 출금해 은행 입장에서 이자비용을 줄이는 식으로 계산하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이런 방식을 처음 게임에 도입한 건 중국 게임들이었지만 실제 세계에서도 같은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고 사용자들에게 만족을 제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입니다.

· 2019-03-30 12:32

클라우드플레어 사용기

이 웹사이트에 클라우드플레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용을 최소화한 호스팅 서비스를 사용해 CPU나 동시 IO 수에 제한이 있지만 그럭저럭 사이트를 서비스하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웹 기술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어도 기본적인 수준의 보안을 갖추는 것입니다.

배경

오래 전부터 개인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HTML을 FTP를 통해 서버에 올려 사이트를 만들던 시대에서 시작해 몇 가지 블로그 도구를 전전하다가 한동안은 텀블러에 도메인을 붙여 사용하다가 또 한동안은 S33)에 스태틱 페이지 제너레이터4)로 만든 페이지를 올려 사용하다가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페이지 제너레이터가 서버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뒤 사이드메뉴를 포함해 거의 모든 페이지를 웹에서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위키5) 시스템에 정착하고 다시 몇 년이 흘렀습니다. 처음 몇 년 동안에는 호스팅 비용이 비싼 시대여서 웹사이트를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호스팅을 받아가며 별볼일없는 개인 웹사이트를 운영하는데 돈을 꽤 내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고 언젠가 공개된 논문을 읽으러 들어간 한 교수님의 웹사이트가 드랍박스6)에 올려진 HTML파일인 것에 충격을 받아 저런 분도 드랍박스를 통해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고작 내가 돈을 낭비할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참고로 언제부턴가 드랍박스는 HTML 렌더링을 중단해 더이상 저런 방법으로 웹사이트를 운영할 수 없긴 합니다만. 여튼 그때를 계기로 위키를 사용하고는 싶지만 비용은 최소화하려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웹 기술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고 할 줄 아는 거라곤 호스팅 서비스에 위키를 인스톨하고 글 쓰는 정도인 사람 입장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역시 뾰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호스팅 서비스를 가장 싼걸로 바꿨습니다. 한달에 3000원 좀 안되는 돈을 내면 어처구니없는 제한이 붙은 호스팅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비용을 더 낮추기에는 이미 사이트가 요구하는 스토리지 크기가 제법 커져서 저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겼는데 워낙 싼 호스팅을 사용하다 보니 이미지를 처리하는데 부하가 컸습니다. 아이폰에서 찍은 이미지 여러 장이 들어있는 페이지를 몇 개 로딩하다 보면 사이트 전체가 버벅거렸고 호스팅 회사로부터 리소스 제한을 초과했다는 메일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이를 어쩔까 고민하다가 몇 년 전에 클라우드플레어7)라는 CDN 서비스가 있다는걸 알게됐습니다. 일단 무료로 사용해볼 수 있다길래 덥썩 시도해봤습니다. 회사에 속하지 않은 개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장점 중 하나는 관심있는 서비스를 별 부담없이 적용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뭐 문제가 생기면 그냥 되돌리면 그만이니까요. 그 사이에 몇 시간쯤 사이트가 오프라인이라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아니고요.

소개

잠깐 소개하면 클라우드플레어는 CDN 서비스입니다. 내 비루한 호스팅 서버 앞단에서 저를 포함한 사용자들의 요청을 중간에서 보관해놨다가 중복된 요청을 받으면 내 호스팅 서버에 파일을 요청하는 대신 보관해놨던 파일을 서빙합니다. 도메인 네임서버를 클라우드플레어로 돌려놓고 클라우드플레어 설정에서 내 호스팅 서버를 가리켜두면 설정이 끝나기 때문에 AWS8)에 서버를 만든다든지 웹서버 설정을 바꾼다든지 하는 작업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 수준에서도 시작하기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일단 이렇게 설정해두면 내 도메인을 향하는 모든 요청은 일단 클라우드플레어를 거치며 설정에 따라 내 호스팅 서버로 향하는 요청을 상당히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가령 지난 30일 사이에 트래픽 기준으로 전체의 71%를 클라우드플레어가 처리했습니다. 제 호스팅 서버는 나머지 29%만 서빙했고요. 이렇게 제 호스팅 서버는 클라우드플레어의 오리진 서버가 됐습니다.

사실 어느 순간 호스팅에서 CDN을 제거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혹은 지금 수준의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돈을 얼마나 더 내야 할지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만 클라우드플레어로부터 받고 있는 서비스는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클라우드플레어로부터 받고 있는 서비스와 제가 한 설정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사전 조건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조건에 해당해야 합니다.

  1. 도메인을 가지고 있고 네임서버를 변경할 수 있다.
  2. 호스팅 서비스나 EC2 등을 통해 웹사이트를 호스팅하고 있다.
  3. 검색엔진 최적화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특히 TTFB9)에 신경쓰지 않는다.)
  4. 웹서버 로그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해결방법10)이 있음.)
  5. 전체 트래픽 중 이미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문제 해결

클라우드플레어에 계정을 만들고 네임서버를 확인한 다음 도메인 서비스에서 네임서버를 이걸로 바꿔주면 설정은 끝납니다. 기존 웹서버를 직접 가리키던 DNS가 서서히 클라우드플레어로 전환되기 때문에 딱히 중간에 서비스가 중단되지도 않을 겁니다. 그러면 클라우드플레어를 통해 몇 가지 문제를 완화할 수 있게 됩니다.

  1. 핫링크나 봇에 의한 접근을 알아서 처리해준다.
  2. 사이트 전체를 'https'로 서빙한다.
  3. 이미지를 클라우드플레어가 서빙하게 한다.
  4. 로그인이 필요한 영역의 보안을 강화한다.

일단 여러 접근 중 클라우드플레어가 생각하기에 안전하지 않은 것 같은 접근을 알아서 처리해줍니다. 클라우드플레어 입장에서 평판 점수가 낮은 사용자가 접근을 시도하면 알아서 처리해줍니다. 차단하든지 사람 맞는지 확인하든지 하는 식입니다. 설정은 적당히 추상화되어있고 중간이나 낮은 수준의 보안 옵션을 사용해서 지금까지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사이트 전체를 https로 서빙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이야 Let's Encrypt11) 같은 서비스를 통해 인증서를 발급받아 호스팅 서비스에 올리기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처음 클라우드플레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던 시대에는 인증서 비용이 비쌌습니다. 사실 그런게 필요한지조차 잘 몰랐습니다. 암호화는 무거워서 로그인 페이지에만 쓰자는 강좌가 넘쳐났던 기억입니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사이트 50개를 하나로 묶어 인증서를 발급해 내 사이트도 https를 통해 서빙하게 해주고 또 오리진 인증서를 발급해 호스팅 서버와 클라우드플레어 사이 구간도 암호화할 수 있게 해줍니다. 브라우저에서 인증서를 눌러보면 발급 대상이 내 도메인 네임은 아니지만 뭐 모바일 시대에 주소 전체가 녹색으로 표시되는 것이 아닌 이상 누가 신경쓰겠나 싶기도 합니다.

다음은 원래 목적이던 이미지 서빙을 대신하게 하는 건데 이건 페이지 규칙 설정에서 특정 경로를 완전히 캐싱하고 캐시의 TTL을 길게 설정했습니다. 제가 사이트에 사용하는 도쿠위키는 모든 이미지의 경로가 /_media/로 시작하는데 이 경로를 무조건 캐싱하게 설정했습니다. 덕분에 전체 트래픽 요청의 약 70%가 오리진 서버에 도달하지 않게 됐지만 잃은 부분도 있습니다. 오리진 서버에서 이미지를 삭제하더라도 캐시에는 남아있어 계속해서 표시됩니다. 보안상의 문제도 있고 또 이미지를 교체해야 할 경우 기존 파일을 교체하는 대신 항상 새로운 파일을 올려야만 사이트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올라가 있는 웹사이트는 공개된 부분과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제대로 구성한다면 둘을 서로 다른 서브도메인으로 분리해 완전히 다른 서비스로 구성하는게 옳겠습니다만 또 그러기에는 귀찮기도 하고 관리 부담도 있고 해서 위키 하나에 ACL12)을 통해서만 보안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현대의 웹서버는 이전에 비해 큰 보안사고가 덜 일어나는 모양이기도 하고 또 위키의 ACL이 꽤 잘 동작하는 것도 사실이며 2FA 플러그인을 붙여서 로그인 시도를 조금 더 고통스럽게도 만들었지만 여전히 이게 잘 돌아가고 있긴 한 것인지 의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액세스'13)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클라우드플레어가 내 오리진 서버 앞에서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어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클라우드플레어의 로그인을 요구할 경로를 지정하고 로그인 방식을 지정해두면 이 경로에 접속하려고 할 때 위키 로그인에 앞서 클라우드플레어 로그인이 나타납니다. 저는 메일주소를 통해 PIN코드를 받아 인증하는 옵션을 설정했는데 일단 위키 로그인 페이지에 도달하려면 클라우드플레어의 인증을 통과해야 합니다. 다만 이 설정을 사용하려면 웹서버에서 클라우드플레어 아이피14) 이외의 아이피로부터 오는 모든 접근을 차단해야 합니다.

결론

사실 언제까지나 이런식으로 사용할 수는 없으리라는 생각입니다. 클라우드플레어가 언제까지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때가 되면 일단 Let's Encrypt15) 에서 인증서를 발급받아 적용하고 호스팅 서비스를 더 비싼걸로 바꿔야만 할겁니다. 하지만 일단 지금 체계에서는 1년에 도메인 비용을 포함해서 4만 얼마만 내면 그럭저럭 봐줄만한 웹사이트를 유지할 수 있어 한동안은 이 체계를 유지할 작정입니다.

· 2019-03-29 13:02

너무 오래된 행정처리 방법

전적원

이사한지 한참이 지났습니다. 내 주소지 변경과 정당에 가입해 있다는 사실 사이에 별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느날 이전 주소지 관할 지역구 의원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고서야 내 변경된 주소지를 정당에 알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소한 지금 사는 지역의 지역구 의원이 보낸 명절인사 문자라도 받으려면 정당에 알려야겠군요. 헌데 가입은 온라인으로 아름답게 받던 정당 웹사이트는 주소지 변경은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소 아래에는 주소를 바꾸고 싶으면 전화로 문의해달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슬슬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지만 뭐 별게 있겠나 하는 생각으로 일단 전화를 걸었습니다.

주소를 바꾸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전적원'이라는 문서를 작성해서 본내달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 문서는 도당 웹사이트의 서식자료실에 있는데 찾는 방법은 '네이버에 검색어를 쳐서 나오는 링크를 클릭'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도당 웹사이트에 도착했는데 둘러보니 서식자료실이라는게 어디있을지 짐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최상위 레벨 메뉴는 '소식', '참여', '사람', '정보', '소통'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들 중 어느 하나에 서식자료실이란 메뉴가 있다는 건데 결국 메뉴마다 마우스커서를 갖다 대면 나오는 하위메뉴를 하나하나 읽어서 한 30초만에 '정보' 메뉴 하위에 '서식자료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그나마 잘못 클릭해서 그 밑에 있던 '사진 찾아 가세요' 메뉴를 클릭하고 말았지만요.

hwp 파일

서식자료실에 보니 맨 위에 있는 게시물에 전화로 안내 받은 '전적원'이라는 문구가 있길래 일단 눌렀습니다. 그리고 '전작원.hwp' 파일과 마주쳤습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고 나서 학교, 관공서, 한글과컴퓨터 웹사이트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 'hwp' 파일과 마주칠거라곤 상상해본 적도 없습니다. 이미 워드프로세서를 뭘 사용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던 시대는 십수년 전에 끝나고 지금은 로컬에 파일 형태로 저장할지 웹에 바로 작성할지를 고민하는 시대가 됐는데 왜 아직까지도 언제 hwp 파일을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터져오르는 혈압을 잠깐 진정시킨 다음 이 사태를 해쳐나갈 방법을 생각해봅니다. 혹시나 해서 워드로 열어봤는데 바이너리를 그냥 열어버렸습니다. - 내가 한글 815만 안샀어도 이 꼴은 안 당하는건데.. - 소문에 듣자하니 네이버 오피스에서 지원한다는 소문이 생각나서 네이버에 네이버 오피스를 검색해서 찾아들어갔습니다. 이번에는 20년된 제로보드가 관짝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버튼 인터페이스로 뒤덮힌 웹사이트가 네이버 오피스라며 나타났는데 일단 제 입장이 말이 아니었으므로 불평에 앞서 서둘러 전적원 파일을 업로드하고 열어봅니다. 업로드에 플래시를 요구한건 적당히 넘어갑니다. 다행히도 열리긴 열렸는데 열린 꼴을 보니 원래 한 페이지짜리 문서였을 것 같은 문서를 두 페이지에 걸쳐 열어놔 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입장이 말이 아니었으므로 서둘러 내용을 작성한 다음 저장하고 창을 닫았습니다. 제가 예상한 상황은 저장하고 네이버 오피스 초기화면으로 돌아가면 어딘가에 내가 작성한 파일 링크가 있으리라는 것이었습니다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네이버 오피스는 마치 저를 처음 본다는 듯한 20년전 인터페이스로 가득한 싸이월드같은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주 전에 네이버 클라우드 계정이 휴면상태가 된다는 메일을 받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깊은 한숨을 쉰 다음 창을 닫았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을지 생각해보니 온라인에서 파일을 변환해주는 도구를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폼이 비어있었으므로 웹에 노출돼도 아무 상관 없어 보였습니다. 구글에 'hwp to pdf' 라고 입력하니 최소한 네이버 오피스보다는 뭐든 잘해낼 것 같은 사이트 목록이 나왔고 별 고민 없이 첫번째 사이트에서 한 페이지짜리 예쁜 pdf 파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말입니다. 위 서식자료실에는 같은 서식이 다른 게시물에 pdf 파일로 이미 올라와있었습니다. 이걸 모르고 이 짓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pdf 파일 편집

자. 이제 pdf 파일을 얻기는 얻었는데 이건 편집용 파일이 아닙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pdf 파일은 서식이 엉망이 되는 것을 감수하면 워드에서 편집할 수 있습니다. 서기 2019년에도 hwp 파일을 행정서식이라고 올려놓고 업무를 처리하는 자들에게 서식이 박살난 pdf 파일을 던진다고 해서 뭐가 대수일까 싶은 무책임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지 고민해보다가 원노트로 pdf 파일을 연 다음 그 위에 서피스펜으로 내용을 기입하기로 했습니다. 행정서식을 그대로 웹사이트에 올려놓은 감성이라면 아무래도 손으로 써서 제출하는 편이 받는 사람의 의도를 고려한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노트에서 이미지로 열린 pdf 파일 위에 내용을 기입한 다음 전체선택을 해서 그림판에 붙여넣고 png 파일로 저장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메일에 첨부해서 도당 대표메일 주소라고 되어 있는 한메일(맙소사)을 통해 보냈습니다. 과연 이게 처리될지 어떨지 궁금해하는 중입니다.

이 과정을 겪으며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돈이 있으면서도 올바른데 투자하지 못하는 은행 같은 곳이라면 지금쯤 마음껏 온갖 인류의 터부를 공략하는 욕설을 늘어놓으며 관련자들을 쓰레기 취급하고 있었겠지만 그냥 옛날부터 하던 대로 일할 뿐인 별로 잘 대우받지도 못하고 있을 당직자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런 행정절차를 마음놓고 인류의 온갖 터부를 빗댄 언어로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냥 예전처럼 당사에 찾아가 인쇄된 서류에 손으로 내용을 기입해 담당자에게 제출하던 그 방식 그대로 온라인에 서류를 올려놨을 뿐인데 이게 뭐가 문제였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주소를 바꾸고 소속 도당을 옮겨주는 예쁜 온라인 포멧을 개발하면 되지 않느냐는 모르는 소리 대신 개발비도 없고 각 도당 간에 당원 목록을 데이터베이스로 주고받지도 않는 것 같아 보이는 환경에서 어떻게 당원들의 시간과 돈을 절약하고 혈압을 덜 올릴 수 있을지 생각해봤습니다.

그럭저럭 제안

일단 행정서식을 서식자료실에 올려놓는건 아무런 도움도 안됩니다. hwp 파일은 서기 2019년에 많은 사람이 가지고있는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차라리 꼭 필요한 항목을 그냥 텍스트로 작성해 메일로 보내라고 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고 pdf 파일은 편집 불가능합니다. 워드 같은 몇몇 워드프로세서 앱에서 편집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워드 역시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pdf 파일을 올려놓는건 마치 FTA 문서를 열람하게는 해줄텐데 필기도구 없이 모니터로만 보여주겠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신 구글 설문지 도구로 서식을 통해 요구하던 항목을 입력받는걸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예쁜 폼에 주요 항목을 기입해 서브밋하면 당직자의 한메일 계정으로 예쁘게 정리되어 날아오고 이걸 처리하면 됩니다. 그러면 당적원을 손으로 써서 png 파일로 보내는 싸이코의 습격을 막는 효과도 있습니다. 물론 내부에서 당적원을 하나하나 인쇄해서 어디 파일철같은데 모아놓는다면 (안돼 제발 ㅠ_ㅠ)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요.

네. 압니다. 정보기술 없이 행정업무를 처리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요. 또 그걸 바꾸는 방법도 알지만 실행할 돈이 없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하는거라곤 지갑 역할밖에 없는 권리당원이 주요 행정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서식자료실'에서 'hwp' 파일을 마주치게 하는건 너무합니다.

2월에 읽은 책 정리

지난 1월에 이어 2월에 읽은 책을 정리해 둡니다.

평균의 종말

평균의 종말은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평균의 발전과정을 접하며 현대 기준으로는 어처구니없는 통계 방식을 통한 연구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워하게 만들었습니다. 현대 기준으로 이제 저 같은 그냥 사람도 사건의 집합을 구성하는 숫자들을 평균낸 다음 이 평균을 가지고 연구한다는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지 이해하게 됐습니다만 거기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평균 치수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맞지 않는 조종석의 사례에서 시작해 평균이 현대 사회에 얼마나 많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다룹니다. 물론 테일러주의가 이룩한 성과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공정 표준화는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의 근간을 이뤘고 이제 그 부작용을 본격적으로 생각해볼 때가 됐습니다. 다만 표준화된 교육 분야의 강한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할때까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할 때 갑자기 내용이 하늘로 날아가버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누군가는 분명 맨 앞에서 꿈꾸는 역할을 맡아야 할텐데 그걸 바로 보기 힘들어하는 자신이 이미 테일러주의에 찌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맙소사 마흔

맙소사 마흔은 제목이 재미있어서 사봤습니다. 또 제목 자체가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다가올 사건이기도 하고요. 글쓴이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마흔이라는 나이에 이미를 부여하고 그 이전과 이후의 경험을 재미있게 나열하고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따뜻하게 고민한 내용입니다. 여느 자기계발서 처럼 나를 사납게 몰아세우지도 않고 또 과도하게 감싸려 부자연스럽게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뒷부분에서 개인적인 관심사로 빠지면서 제목과 내용의 거리가 약간 멀어지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살짝 마음에 안 들기도 했지만 나이들어가면서 나에게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글쓴이의 경험을 지켜보며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따뜻한 느낌이 드는 글입니다.

수축사회

수축사회는 책 소개를 보며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현상을 일으키는 일관된 원인이 있을 것이고 이를 이해할 때 현재를 이해하고 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는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서로 다른 현상이 결국은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은 결과이고 의사결정을 할 때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관점과 한국전쟁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회정책을 만들어낸 가정이 이미 현대에 이르기 오래 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고 현대에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이 가정과 정책의 차이로부터 비롯된다는 관점이 흥미로웠고 또 납득했습니다. 역시 평균의 종말과 마찬가지로 뒷부분에서 갑자기 저 하늘로 날아가버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만 누군가는 맨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마무리했습니다.

아르센 뤼팽 전집 - 황금삼각형

황금 삼각형은 여전히 전체를 다 읽기에는 머나먼 아르센 뤼팽 전집의 절반 정도에 해당합니다. 1월에 읽은 포탄 파편과 마찬가지로 같은 시대에 다른 인물이 겪은 사건에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는 형식입니다. 이 소설이 씌여진 시대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으면 불편한 지점이 많이 나타나는 이야기입니다. 인종이나 성별을 배척하는 행동이 아무렇지도 않고 나타나거나 거대한 식민지를 거느린 제국주의적 시각이 우호적으로 묘사되는 부분은 제3세계 사람 입장에서 읽기에 편안하지는 않았습니다. 읽기 전에 이런 맥락을 조금 더 생각해뒀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입니다. 마치 이 시대의 세계사를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1월처럼요. 홈즈와는 달리 비 시각적인 요소가 사건을 푸는 열쇠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 여러 모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만 시메옹을 눈앞에 놓고서도 이야기의 결말에 가서 나타나는 의심을 시도하지 않았은 자신에게 실망스러웠습니다.

· 2019-03-1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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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start.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9-04-08 20:32 저자 neo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