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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바 유료구독 취소 예정

한동안 써 온 스트라바 유료구독을 중단할 작정입니다. 스트라바에 2014년에 가입한 다음 한동안 무료로 사용하다가 유료구독을 시작한지 3년째인데 요즘들어 과연 스트라바 유료서비스가 의미있는 것인지 좀 심각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미 구독연장 옵션을 꺼놨고 이번 구독기간이 끝나면 알아서 무료버전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다시 구독할 의사가 없습니다.

스트라바 유료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상당수는 이미 다른 서비스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령 각 액티비티마다 보여주는 심박통계, 파워커브, 파워분포는 같은 정보를 다른 서비스에서 보여주는 정보입니다. 심박이나 파워는 이걸 측정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ANT+나 블루투스 무선센서와 별도 바이크컴퓨터 헤드유닛을 사용합니다. 더 간단히 이야기하면 심박센서와 파워미터를 달고있다면 어지간하면 가민 헤드유닛 정도는 사용합니다. 그래서 운동 정보를 가민커넥트에 올려놓으면 스트라바에서는 유료로 제공하는 심박통계, 파워커브 데이터를 바로 보여줍니다. 굳이 스트라바에 같은 정보를 표시하기 위해 추가로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퍼스널 히트맵은 재미있는 기능이지만 한국 지도에서 예쁘게 동작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건 한국의 구글지도가 더이상 업데이트되지 않는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한국을 제외한 세계 전체는 지도를 흑백으로 처리하고 그동안 내가 다닌 길을 예쁜 색상으로 눈에 잘 들어오게 표시해주는 반면 한국 지도는 아무 처리도 해주지 않아 내가 다닌 길을 표시하는 색상과 지도 색상이 잘 구분되지도 않습니다. 내 퍼스널 히트맵을 캡처해 어딘가에 올려놓고 싶어도 한국 지도 배경은 정말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내 신체 반응모델을 예측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인지 표시해주는 피트니스 앤 프레시니스 지수는 이게 내 신체를 모델링하려고 시도한 것이 맞긴 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같은 운동을 한 다음 가민 기계에 표시되는 리커버리시간이 100시간일 때 스트라바에 표시되는 피로지수는 다음 48시간 안에 거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고 표시됩니다. 그래서 스트라바에 표시된 피로지수를 믿고 자전거를 끌고 동네 뒷산에 올라가기 시작하면 평소보다 심박은 10 이상 높고 아직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내 신체 반응모델을 제대로 예측해내지 못하는 서비스를 과연 유료로 사용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입니다.

스트라바는 여러 회사들과 협업해 스타라바 유료 사용자들에게 할인상품이나 보험상품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북미지역 이외에서는 거의 쓸모없을 뿐 아니라 특히 한국에서는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북미지역 이외의 사용자들이 지불한 돈을 가지고 북미지역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이유로 이미 연장을 중단했고 앞으로 몇 달 안에 무료사용자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유일하게 대시보드에 주간, 월간, 연간 목표를 입력하고 현재 진행상황을 표시하는 유료 기능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걸 위해 연 60달러를 지불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들에겐 맥심 기관총이 있지만 우리에겐 없다네

어쎄신크리드 스토리크리에이터모드를 둘러봤습니다. MMO 게임을 만들면서 항상 골치아픈 문제이던 퀘스트 제작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얻은 경험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이 도구의 어디까지가 개발팀 내부의 환경이고 또 어디까지가 외부에 공개하기 위해 다듬은 환경일지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직접 사용해보지 않을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드리면 (그리고 아마도 어쎄신크리드 오딧세이를 가지고 있는 계정이어야 실행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해봅니다.) 웹에서 어쎄신크리드 오딧세이에서 구동되는 퀘스트를 만드는 도구입니다. 여러 퀘스트를 묶는 단위인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데 각각의 퀘스트에 참여할 인물, 인물들이 배치될 장소, 배치될 조건,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시작할 조건과 목표, 각 인물들의 시점 별 행동 등을 웹에서 설정한 다음 게임에서 돌려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도구입니다.

시작할 때 이야기했지만 이 도구가 실제 개발환경의 어느정도를 반영한 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가령 이전에 감명깊게 봤던 스카이림 에디터는 개발팀이 사용하는 환경의 대부분을 가져왔다고 추정했습니다. 심지어 초기 버전에서는 실행할 때 내부 개발환경과 다른 환경 때문에 수없이 뜨는 경고메시지를 닫아가며 사용해야 했습니다. 또 실제로 컨텐츠를 추가하는 것 외에도 게임을 거의 다 뜯어고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어쎄신크리드 스토리크리에이터모드는 만들 수 있는 것이 스토리와 퀘스트, 그것도 꽤 제한된 범위의 목표와 기능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 목표는 여섯 종류 정도, 캐릭터의 행동 제어도 실제 게임에서 사용한 것에 비해 개수가 적고 또 게임상의 보스를 출연시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에게 공개된 에디터의 생김새를 뜯어보며 개발팀 내에 있을지도 모르는 철학을 짐작해 보았습니다. 인상깊은 부분이 두 가지 있었고 둘 다 한 가지 철학으로 귀결됩니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스탭들이 각자 작업의 경계에 해당하는 일을 할 때 상대와 너무 강한 협업을 하지 않도록 하는 부분입니다. 가령 퀘스트 로직을 만드는 사람은 레벨디자이너의 전문성을 요구받지 않습니다. 이미 인물을 배치하기에 적절한 장소는 이미 월드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위치 중 하나를 선택해 내 퀘스트에 사용할 인물을 배치하고 인물의 행동을 설정하고 플레이어와 인터랙션하는 로직 자체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또 대화를 작성하는 사람은 대화 작성에 집중하면 됩니다. 가령 각 대사를 말할 때 인물이 어떤 감정상태인지를 선택하기만 하면 됩니다. 인물이 어느 위치에 서있을지, 카메라가 어디를 비출지에는 완전히 신경을 끌 수 있습니다. 흔히 이런 게임에서 컷씬은 소위 싼 컷씬과 비싼 컷씬으로 구분하는데 여기서는 대사를 작성하는 사람이 싼 컷씬을 만드는데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인물의 감정과 대사를 선택하기만 하면 싼 컷씬은 알아서 만들어집니다. 알아서 만들어지는데는 싼 컷씬을 만드는 사람들의 전문성이 필요하겠지만 굳이 대사를 작성하는 사람이 거기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문득 제가 게임을 만들면서 일어나는 일과 위 가정을 비교해봤습니다. 제 주변에서는 한 가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수행하는 작업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전문성을 요구하곤 합니다. 가령 퀘스트 로직을 만드는 사람이 대사도 써야 하고 또 싼 컷씬의 카메라도 잡아야 하는 식입니다. 이들 각각의 작업을 단순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결국 서로 다른 전문성을 요구하는 작업이 뒤섞인 환경에서 작업해야 하는 상황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영역의 작업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거나 서로 다른 전문성을 요구하는 경계의 작업을 하는데 너무 강한 협업을 요구받습니다. 전자의 경우 완성된 게임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후자의 경우 스텝을 갈아버립니다. 더 빨리 지치고 더 빨리 인간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이 도구의 존재에 대해 다른 개발자분들과 이야기해보니 예상대로 다들 알고있는 뻔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들은 같은 프렌차이즈 게임을 장기간 개발하면서 서로 다른 프로젝트간에도 서로 남겨줄 것이 있지만 우리의 개발은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면 완전히 헤어졌다가 다시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과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 완전히 새로운 회사와 체계, 엔진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환경 속에서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므로 프로젝트 간에 남겨줄 것이 있더라도 거의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금처럼 개발해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개발자 각각의 입장에서 거의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간간히 공개되는 국외 개발사들의 개발환경을 보며 마치 낮은 난이도로 문명을 플레이할 때 증기기관을 개발하고 동력이 있는 함선을 끌고 저 멀리 대륙 뒤로 돌아갔더니 그쪽에 있는 나라들은 아직도 노를 저어 다가와 창을 던지는 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안타까웠습니다.

현대의 게임은 여전히 제작비용이 올라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이 상황에서 반드시 국외에도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국외에서 서비스하는 회사들과 경쟁하기에 저들에겐 맥심 기관총이 있지만 우리에겐 없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 개발해나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울해졌습니다.

· 2019-06-16 19:06

공개 기획서 제작 제안

문제인식

오래 전 제가 작성해야 하는 문서와 똑같은 결과물이 이미 구현된 다른 프로젝트가 있어서 사내 시스템을 통해 문서 열람을 요청했습니다. 분명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거요. 하지만 결재선이 일곱개인 거대한 기안문서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결재선에 있는 여러 사람들은 각자 결재문서를 받을 때마다 바로바로 승인해 주셨지만 결국 2주가 지난 뒤에 문서를 열람할 권한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기안을 올린 날 저녁에 문서를 완성했고 다른 프로젝트의 문서는 열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이 경험 후에는 다시 다른 프로젝트의 문서 열람을 시도하지도 않았고요.

상업용 게임을 개발하면서 다른 프로젝트의 다른 직군 산출물에는 접근할 기회가 있는 반면 게임디자이너들이 주로 작성하는 소위 '기획서'1)에는 접근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본 공개된 기획서는 주로 게임디자인을 지망하시는 분들이 작성하셔서 범위나 형태가 실제 개발과 맞지 않거나 30년쯤 전에 업계의 전설들이 작성한 지금 환경과는 완전히 맞지 않아 도저히 참고할 수가 없었습니다.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합니다만 모방이라도 해서 유능한 단계에 가까워지기라도 하려면 모방할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기획서는 이럴 기회가 상대적으로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좁은 범위의 기능을 대상으로 문서를 작성해 공개하고 의견을 받아 고치기를 반복하며 이 과정과 결과를 공개해둔다면 저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는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좀 어때?

처음에 트윗2)을 올리고 나서 다행히도 여러 의견을 보게 됐습니다. 아무 관심도 못 받고 그냥 지나갈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의견 중 일부는 뭔가 거창한 것을 시작하려는 의도로 해석하신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는 아주 작은 문서를 공개하고 아주 작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망한 게임이든 흥한 게임이든 작은 UI로 된 메커닉은 있을테고 그걸로 작은 기획서를 쓸 수 있을 겁니다. 그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보잘것 없는 물건이면 좀 어떤가요.

기획서를 공개된 장소에 작성하는 것은 마치 사람으로 가득한 광장에서 용변을 보는 것 같은 불편한 기분이 들게 만듭니다. 사실 아무것도 안하면 쉽고 편하지만 여전히 개인의 경험에 기대 아주 느리게 발전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차라리 광장에서 수모를 겪으며 앞으로 나가는 쪽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 저 사람은 겨우 저 정도 수준이구나' 하고 알려지는 것이 여전히 두렵기는 합니다만 그럼 좀 어떤가요.

요약

게임디자이너들이 매일매일의 작은 업무에 참고할만한 저작권으로부터 안전한 좁은 범위의 기획서를 만들어 공개하고 개선한다.

목표

  • 개인적으로는:
    • 같은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사람 말고 외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문서를 고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다른분들께는:
    • 제 기준으로 현업에서 사용하는 것에 가까운 형식의 공개된 문서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의견을 낼 수 있고 직접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 (직접 수정하는 부분이 잘 동작할 거라고 예상하지는 않습니다.)

방법

기획서의 형태

보조시스템 기획서

'게임디자인문서' 혹은 '게임기획서'라고만 적어놓으면 범위가 넓어 온갖 문서를 포괄할 수 있습니다. 팀이나 프로젝트에 따라 정말 온갖 종류의 문서가 이 범위에 포함될 겁니다. 이 범위를 좁혀야 실제로 문서를 작성할 수 있고 예상할 수 있는 문제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일단은 '보조시스템 기획서'를 작성해 보려고 합니다.

보조시스템 기획서는 게임마다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소위 '뻔한' 구성요소를 설명한 문서입니다. 가령 모바일 MMO 게임이라면 화면 상의 비슷한 위치에 캐릭터 정보가 표시되고 비슷한 위치에 메인메뉴가 있습니다. 또 화면 전체를 덮는 캐릭터정보 화면이나 인벤토리 화면이 있습니다. 이들은 게임의 핵심 메커닉 - 흔히 '전투시스템'이라고 부르곤 하는 - 과 거리가 있지만 작성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고 접근하기도 쉽기 때문에 개선 의견을 받을 여지도 더 많습니다.

때문에 '보조시스템 기획서'를 위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역기획서

굳이 문서가 아니더라도 회사에서 업무시간에 업무용 장비를 가지고 하는 모든 작업 결과물은 회사의 소유입니다. 때문에 회사의 그 어떤 작업도 회사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서는 회사가 승인하는 범위를 초과해서 이동하거나 공개할 수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실제 작업에 사용하는 문서는 '절대로' 공개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획자가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역기획서를 작성하는 겁니다. 이미 출시된 게임의 일부분을 개발한다고 가정하고 역기획서를 작성하면 이 문서는 방금 이야기한 몇 가지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미 공개된 게임의 보조시스템 중 일부를 짧은 개발기간 내에 개발한다고 가정하고 역기획서를 작성해 공개하는 식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좁은 범위의 기능을 대상으로

기획서는 여러 가지 범위를 대상으로 작성할 수 있습니다. 가령 전투 시스템 기획서처럼 굉장히 넓은 범위를 대상으로 작성해 거대하게 만들 수도 있고 파티장에게 추방 권한 추가와 같이 이미 완성된 시스템에 기능을 추가하기 위한 짧은 문서를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뒤쪽에 가까운 문서를 위주로 작성하려고 합니다. 이미 출시된 게임의 특정 시스템을 대상으로 '역기획서'를 작성하고 이 시스템의 일부를 개선할 목적으로 기존 문서를 수정하거나 작은 문서를 수정하는 과정을 보일 겁니다.

운영

  • 현재 위 주소에서 작성을 시작했습니다.
    • 이슈에 의견을 주실 수 있습니다.

이후 진행

계획

  1. 이 페이지를 공개하고 의견을 받아 계획을 완성합니다.
  2. 솔루션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해 사이트를 구축합니다.
  3. 시험 삼아 아주 좁은 범위의 기획서 몇 개를 작성합니다. (여기 진행중)
  4. 사이트를 공개합니다.
  5. 의견을 받아 수정하기 시작합니다.
    •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현재 진행상황

  • 아주 좁은 범위의 기획서를 써보고 있는데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범위가 좁은 + 기반이 아닌 문서를 작성하다 보니 문서 중간에 갑자기 뜬금없는 기반설명을 해야 해서 난감하긴 합니다만 문서가 쌓이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FAQ

게임디자인이 문서만으로 진행되는건 아니잖아요?

상업 개발팀의 현실을 생각해봤습니다. 업무를 문서만으로 진행할 수 없는 형태로 고정하고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 재현이 어려운 방법을 제시하곤 합니다. 이런 방법들은 대체로 훌륭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그렇게 일하지는 않습니다. 매 업무마다 거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그러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실제 업무는 문서로 시작하고 끝나지 않을 수 있지만 문서로부터 시작되고 문서에 의해 총 의사소통비용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게임디자이너는 게임디자인과 개발진 업무가 핵심이고 일상의 의사소통수단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문서입니다. 유효한 문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예측되지 않은 불필요한 의사소통비용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기획서는 쓰는 사람마다, 프로젝트마다 다릅니다만

맞습니다. 쓰는 사람마다 다르고 프로젝트마다 다르고 또 종종 회사마다 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현상을 관측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 생기는 의사소통비용의 낭비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게임디자인 직군의 산출물 이외에는 어느 정도 표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정 엔진을 사용하면서 리소스 구성이나 구현 방법은 어떤 형태로부터 시작되어야 할지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덕분에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더라도 이전에 사용해본 엔진을 사용한다면 많은 부분이 자연스럽게 표준화되어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기획서가 상황에 따른 표준화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덮어놓고 이야기하기에는 기획서 역시 다른 산출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문서가 프로젝트마다 아주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택한 솔루션은 슬라이드를 배제하고 있는데요

제 관점에서 슬라이드는 형식 중 하나입니다. 문서의 본질과는 차이가 있고요. 문서는 표준 용지에 인쇄할 수 있는 형식이거나 아래로 계속해서 스크롤할 수 있는 형식이거나 또 한장씩 넘겨가며 보는 슬라이드 형식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텍스트와 테이블, 이미지로 구성된 '형식'을 기준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이런 문서는 또 다른 '형식'인 슬라이드 형태로도 표현할 여지가 있으며 그건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할 수도 있습니다.

상반기 시즌에 배운 중단거리 브레베 요령

게임 런칭과 초반 라이브로 건강을 망친 덕분에 함께 망친 작년 시즌을 뒤로 하고 올 시즌은 뭐라도 해야지 싶어 올해에도 랜도너스 브레베에 참가했습니다. 여전히 하드코어하게 장거리를 달리기는 체력이나 시간 모두 어려웠고 400km 이하의 중단거리 이벤트에만 참여했습니다. 이전에는 그냥 냅따 달리면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완주하거나 아니면 DNF하거나 중 하나였습니다만 올해는 달리면서 개인적인 요령이 조금 생긴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작할 때 선두팩에 붙는다

지금 실력은 선두팩을 끌 수 있진 않지만 선두팩에 간신히 붙어갈 정도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구리300때는 느긋하게 가려는 생각으로 선두팩을 보내고 중간에 다른 팩에 섞였는데 정신차려보니 후미팩을 끌고 있었습니다. 아무로 로테 안 돌아주는 후미팩을 거의 첫 CP까지 끌고간 덕분에 뒤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처음에 체력을 좀 아꼈어야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달린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아직 선두팩 로테를 돌 실력은 안되지만 시작하면 죽자사자 선두팩에 붙어 첫 CP까지는 가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여기에 실패하면 지금의 어중간한 수준으로는 후미팩을 끌게 됩니다. 그러면 큰일납니다.

간식은 삼각김밥

이전에는 CP 편의점에서 빵과 음료류를 먹었는데 처음에야 괜찮지만 너댓번째 CP쯤 가면 입은 빵을 밀어넣는데 동의했지만 목구멍이 동의하지 않아 도통 빵을 삼키질 못하는 상황이 일어납니다. 편의점에는 먹을 것이 아주 여러 종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음식들 대부분은 굉장히 단 것 뿐입니다. 물론 슬슬 컨디션이 떨어질때쯤 됐을 때, 큰 오르막을 앞두고 있을 때는 자진해서 파워젤을 꺼내먹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단맛이 강한 간식을 먹다보면 나중에는 단 냄새만 맡아도 식도가 거꾸로 움직일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빵 대신 삼각김밥을 먹어봤습니다. 물론 삼각김밥조차도 충분히 단 맛이 납니다. 하지만 빵이나 에너지바, 과자류처럼 단맛을 못 숨기지는 않습니다. 마요네즈나 매운 소스나 불고기소스는 여전히 달지만 그나마 밥과 함께 먹으면 단맛이 덜 느껴졌고 목구멍이 단맛 나는 먹을것을 거부하는 상황이 15시간 이후에 찾아와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CP에서 간식은 삼각김밥을 선택할 작정입니다.

라우팅 전용 바이크컴퓨터

브레베 코스는 지도만 쓱 훑어볼때는 비슷한 방위로 계속해서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길은 훨씬 더 복잡하고 저 같은 길치가 달리기에는 절대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바이크컴퓨터에 경로를 넣고 맵과 겹쳐 보며 달립니다만 지난번에 한 이야기처럼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처럼 길을 완벽하게 안내해주지 않기 때문에 길을 따라가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중간에 기기가 먹통이 되거나 중간에 갑자기 GPS 신호를 놓쳐 지도를 못 보는 상황이 일어나 상당히 곤란했습니다. 다른 랜도너를 따라가지 못했다면 GPS 신호를 다시 잡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을 겁니다. 지금까지는 바이크컴퓨터 하나로 로깅과 라우팅을 동시에 해 왔는데 이번 경험으로 아무래도 로깅하는 기계와 라우팅하는 기계를 나눠서 두 개를 달고다니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시즌 시작하기 전에 실행할 작정입니다.

현대 상업용 게임 프로젝트에서 게임디자이너의 역할

이전에 했던 이야기3) 4)를 정리.

훌륭한 게임디자이너분들을 보며 게임디자이너의 역할을 상상해보면 주어진 제약 안에서 최상의 창발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상업용 게임 프로젝트에서 게임디자이너는 이와는 거리가 있는 역할을 하곤 합니다.

현대의 상업용 게임 프로젝트(이하 게임)는 고객이 원하는 게임의 형태가 이미 대부분 결정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고객은 게임을 플레이할 고객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개발에는 개발비용이 필요하고 이 비용을 내는 사람이 우리의 첫번째 고객입니다. 실제 플레이할 고객은 우리의 첫번째 고객과 그와 함께하는 팀에서 이미 결정해 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첫번째 고객은 이미 다른 게임을 봐 왔기 때문에 피상적으로나마 게임을 이해하고 있고 그 지식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결과물로 인해 놀라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게임의 형태가 이미 결정되어 있으므로 위에서 이야기한 게임디자이너의 전통적인 역할 상당수가 필요없어집니다.

그래서 게임디자이너의 핵심 역할은 두 가지 정도가 남게 됩니다. 고객이 이미 알고있는 게임의 조각을 다른 게임으로부터 빠르게 복제해내고 이들을 조합할 때 생기는 문제에 대응할 시스템디자인과 현대 게임을 움직이는 근본 메커닉인 보상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보상디자인입니다.

현대의 게임 상당수는 더이상 메커닉과 설정 등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동기부여하는 방식으로 동작하지 않습니다. 가령 요즘 출시되는 게임에서 시작할 때 반영구적으로 진영을 선택하고 시작하곤 하지만 그에 따르는 소속감을 가질 여지는 없습니다. 마치 2000년대에는 그 이전 시대에 인상적이었던 자유도에 목매는 게임이 수없이 나오던 것처럼 2010년대에는 그 이전 시대에 거의 하나뿐이던 진영 간의 대립에 목매는 게임들이 나올 뿐입니다. 이 메커닉이 어지간한 준비로는 동작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요. 더이상 진영은 플레이어들에게 동기부여하는 시스템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보상을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도 못합니다. 현대 게임의 대부분은 단지 보상으로 동작합니다.

결론. 현대의 상업용 게임이 플레이어들에게 동기부여하는데 실패하면서 이전 시대에 동작하던 주요 메커닉이 더이상 동작하지 않게 됐고 이에 따라 게임디자이너의 핵심역할이 축소됐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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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디자인문서 혹은 게임디자인도큐먼트라고도 부르는 것 같지만 여기서는 좀더 클래식한 뉘앙스를 담아 '기획서'라고 부르겠습니다.
blog/start.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9-04-08 20:32 저자 neo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