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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정리

읽은 책을 책 수로 표시하는걸 좋아하지도 않고 또 어릴때 독서감상문을 작성하는데 나쁜 감정을 갖게된 나머지 책을 아주 안 읽는것도 아니면서도 별로 기록을 남기고싶은 생각을 하지 않아 왔습니다. 하지만 책이 생각으로만 남고 기록으로 남지 않는게 좋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저그런 책을 읽고 거창한 글을 쓰는 것은 학교다닐 때 강제로 겪은 경험만으로 충분합니다. 다만 한두달마다 그 사이에 읽은 책을 나열하게 짧게 기록으로 남겨두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연말에 산 뤼팽 전집을 주로 읽었습니다. 전자책이라 각각이 얼마나 두꺼운 책인지는 모르지만 그리 기나긴 이야기는 아니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이전까지는 셜록홈즈 시리즈만 읽었고 뤼팽은 아주 아릴때 읽었던 기암성을 제외하고는 처음입니다.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 글을 연거푸 읽으며 무척 매력적인 이야기라고 느겼습니다. 홈즈가 인물 개인의 경험에 초점을 맞춰 종종 홈즈의 시각을 놓치면 당황스러운 결말로 이어지기 쉬운 반면 뤼팽은 보다 사건의 흐름에 초점을 맞춰 작은 시각적 단서를 놓치더라도 납득할만한, 혹은 예상한 결과로 이어지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기암성

기암성1)은 어릴때 삽화가 포함된 버전으로 접했고 여러번 다시 읽은 이야기라 내용이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어릴때 본 버전은 뤼팽과 레몽드 뤼팽, 보트롤레가 유쾌하게 기암성을 탈출하는 장면으로 끝났습니다만 이번에 본 버전은 그 다음이 더 있었습니다. 끝에서 뤼팽에게 제발 그만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달라고 속으로 외쳐댔지만 이미 창작된지 백년도 넘은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용 버전에 이런 결말이 사라져있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코난도일 잘못입니다. '기암성이 이런 결말이었다니..' 하는 생각에 시무룩해졌습니다. 헐록숌즈 나쁜놈! 두고보자!

813

8132)은 두권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여전히 전자책이므로 이게 얼마나 긴 (두꺼운) 이야기인지 감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홈즈를 따라가듯 작은 사건의 디테일 하나하나를 따라가다보니 중간에 뤼팽은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끝부분까지 가서 사실은 그리 대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은 비밀을 푸는 방법을 보며 실망하려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보잘것없는 메커닉을 둘러싼 사건의 스케일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기암성에서도 현실의 이야기를 하다가 순식간에 과거의 역사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실과 마주치는 순간에 느껴지는 쾌감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쪽도 비슷했습니다. 현대 관점으로 조잡하다고 생각한 메커닉을 버려두고 그걸 둘러싼 국가간의 이야기까지 스케일을 키우면 순식간에 흥미로운 이야기로 변했습니다.

수정마개

아직 뤼팽 전집 전체의 반도 따라가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적 중 가장 강력한 적이 등장했습니다. 수정마개3) 이전에는 뤼팽에 비해 지나치게 약한 적과 경찰이 등장해 뤼팽이 강하다기보다는 무능한 사람들을 이들보다는 약간 나은 뤼팽이 괴롭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여기서는 달랐습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뤼팽에 비해 훨씬 강력할 뿐 아니라 주도면밀하고 상황을 끝까지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적이었습니다. 이런 적 앞에 무능한 적들보다 약간 나은 수준으로 보이던 뤼팽은 철저하게 고통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관점에서 뤼팽은 이 이야기에서 순전히 운으로 상대를 이겼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는 순간순간 책을 읽는 저 자신이 적에게 짓눌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끝까지 진행하기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아르센 뤼팽의 고백

바로 앞에 읽은 책이 '수정마개'라서 그런지 바로 다음 이야기가 아르센 뤼팽의 고백4)인 것은 무척 다행이었습니다. 수정마개를 보며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시작한 아르센 뤼팽의 고백은 비교적 가벼운 이야기 모음으로 꽤 지친 상태로 따라가기에 적당했습니다. 사기꾼이면서 사기꾼이 아니고 바람둥이이면서도 바람둥이라고만은 부를 수 없는 이 기묘한 캐릭터를 피식피식 웃으며 따라다니다 보니 수정마개로부터 얻은 갑갑함이 어느정도 누그러졌습니다.

포탄 파편

시간이 흘러 1차세계대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이 시대의 배경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포탄 파편5)을 따라가다가 중간에 가끔 멈추고 간단히 구글 검색을 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전에 대담한 작전6)을 읽다가 저자가 예상한 독자의 역사적 지식 수준과 제 수준이 너무 크게 차이나는 바람에 중간에 읽기를 포기한 것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세계사 시간에 좀 덜 졸았다면 이럴때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정마개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모든 일을 준비한 강한 적이 등장합니다. 마치 원래는 뤼팽 이야기가 아니었다가 나중에서야 뤼팽 이야기로 바꾼 것 같은 느낌으로 뤼팽이 잠깐 등장할 뿐이지만 굳이 뤼팽이 나오지 않더라도 주인공이 사건을 정면돌파해가는 장면은 유쾌했습니다. 다만 그렇게 적 한명에게 이토록 오랜 기간 동안에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씌워야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개인적인 수준에서 진행하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큰데다가 뤼팽 자신이 저지르는 범죄가 결코 뤼팽 혼자만의 의지로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에 비해 이번에는 강력하고 사악한 적 한 명이 그 모든 일을 꾸민 것처럼 묘사되어 불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2019-02-14 23:43

구닥다리 UI 작업환경 개선 고민

요약

  • 작업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도구
    • 모바일 게임 UI 와이어프레이밍에 비지오가 아직도 현역이다.
  • 현대적인 도구를 사용하기 어렵게 하는 문제
    • 의사결정권자의 낮은 이해
    • 제안을 어렵게 하는 합리적이지 않은 기업 라이선스
    • 다양한 기업환경(특히 망분리 환경)에서 원활하지 않은 동작
    • 개발 플랫폼 미지원
    • 익숙하지 않은 도구 사용에 적대적인 환경
  • 현대적인 도구를 도입하는데 필요한 노력
    • 제안자의 도구에 대한 높은 이해
    •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설득 능력
    • 적대적인 환경을 커버할만한 도구와 파이프라인에 대한 이해
  • 위 작업이 실패할 때 댓가
    • 파워포인트로 와이어프레임을 작성한다.

부끄러운 부분

사실 게임 개발의 구리고 부끄러운 부분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 편입니다. 다들 게임의 크고 아름다운 멋진 고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그걸 실행에 옮기는 더럽고 지저분한 부분은 도통 이야기하지 않고 그런 멋진 글을 볼때마다 도대체 우리들은 왜 이러고 사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 팀과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들어볼수록 다들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똑똑하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은 환경에서 바보같은 방법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심증이 점점 확실해져 갑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부끄럽지만 이런 이야기를 꺼내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UI 와이어프레임

저는 개발팀에서 게임디자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크고 다름다운 이야기의 관점이라면 멋지고 재미있는 게임의 방향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 그런 고민은 더 높은 곳에서 시작되고 저는 실행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제로 이를 집행하는 역할에 좀더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일에는 UI 와이어프레임을 그리는 일도 있습니다. 웹이나 다른 앱과 비슷하게 게임도 처음부터 UI를 바로 개발해내기에는 비용이 높으므로 와이어프레임 단계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다음 실제 UI 개발로 넘어가는 식입니다. 게다가 현대의 모바일게임은 약 15-20년 전의 PC 온라인게임에 비해 더 적은 시행착오만을 겪을 것을 요구받습니다. (보통 3배속으로 개발하고 3배속으로 라이브한다고 합니다.) 팀원들을 교육하는데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는, 지불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전에 비해 와이어프레이밍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순서도 같은 드로잉과 인터페이스 와이어프레임의 가장 큰 차이는 드로잉이 결국은 2차원으로 완성되고 공유되지만 실상은 이미지의 레이어를 포함한 형태와 마찬가지로 3차원으로 바닥부터 쌓아올리는 형태라는 점입니다. 완성된 앱과 그 인터페이스는 디바이스의 평면 위에 나타나지만 그 구성요소들은 디바이스 스크린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쌓아올려집니다. 디바이스 스크린, 앱, 타이틀, 인터페이스 구성요소, 레이블, 이들의 배치와 정보를 제어하는 상태변화에 이르기까지 모두 겹겹이 쌓여있습니다. 여느 드로잉 도구와 인터페이스 와이어프레이밍에 사용할 수 있는 드로잉 도구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구성요소를 쌓아올리는 과정을 편안하게 지원할 수 있는 도구야말로 와이어프레이밍에 적합한 도구입니다.

구식 작업환경

고백하자면 저는 이 작업에 지난 십 수년에 걸쳐 비지오를 핵심 도구로 사용해 왔습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며 서로 다른 플랫폼과 서로 다른 미들웨어를 거치는 동안에도 비지오 이외의 도구를 사용한 기간은 꽤 짧습니다. 비지오 이외에는 발사믹을 사용한 것이 전부입니다. 여느 게임회사에서나 직군 별로 사용할 거라고 예상하는 소프트웨어 집합이 거의 같습니다. 게임디자인 직군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아트 직군은 주로 오토데스크와 어도비 제품군, 엔지니어들은 주로 마이크로소프트 비주얼스튜디오입니다. 게임 개발에 이해도가 낮을수록 각 직군이 이것들과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기 더 어렵습니다. 한 프로젝트에서는 파워포인트로 와이어프레이밍을 하기 어려운 이유를 오랜 기간에 걸쳐 설명해야 했습니다. 나중에는 그냥 포기하고 파워포인트로 느긋하게 공인된 태업을 할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비지오만 해도 그나마 괜찮은 수준의 소프트웨어 지원이었던 겁니다. 예상하셨겠지만 발사믹은 두 개 사서 하나는 개인적으로 쓰고 하나는 회사에서 썼는데 그나마 소프트웨어 점검 때 지적받아 사용할 수 없게 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기 2019년 현재에도 심지어 최신버전이 아닌 비지오를 사용합니다.

그렇다고 비지오가 엄청 나쁜 도구는 아닙니다. 유연하고 좀 구식이긴 하지만 어지간한 템플릿을 지원합니다. 아이폰10s Max 사이즈를 화면에 1초안에 나타낼 수는 없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 와이어프레임과 여러 상태 사이를 쉽게 오갈 수 있지도 않고 공통 화면을 한번에 수정할 수도 없지만 파워포인트보다는 여러모로 괜찮았습니다. 함부로 비지오를 욕하기도 어려운 것이 그러다가 정말로 파워포인트를 쓰라고 해버리면 그땐 정말 곤란하니까요. 하지만 서기 2019년에는 와이어프레이밍을 하기에 훨씬 더 좋은 도구가 판매중이고 실리콘밸리 탑클래스들이 사용하는 도구는 현대적인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기에 훨씬 더 좋은 환경을 지원합니다.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비지오로 한땀한땀 요구사항에 따라 그림을 그려내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유지보수하는건 꽤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다른 문제들

작업에 현대적인 환경과 도구를 갖추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개발 과정이 사용되는 소프트웨어가 다양하지 않고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개발과정에 뭔가 익숙하지 않은 도구를 시도해보는데 적대적인 환경인 경우도 있고 소프트웨어가 회사에 제안해보기에는 부담스러운 기업 라이선스 정책을 고집하기도 합니다. 또 개발환경에 따라서는 인터넷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안을 위해 인트라넷 상에서만 개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는 온라인 인스톨러를 사용할 수 없다든지 평소에는 멀쩡히 동작하던 앱이 갑자기 인터넷에 접속하려고 하면서 굳어버린다든지 애써 찾아낸 오프라인 인스톨러가 구버전이라든지 하는 온갖 괴상한 문제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아니면 스케치처럼 윈도우 개발환경을 지원하지 않기도 합니다.

오늘은 Adobe XD라는 도구를 소개받아 사용해봤는데 가끔 죽는걸 제외하면 가볍고 간단하고 위에 이야기한 인터페이스 와이어프레이밍에 필요한 기능을 적당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워킹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내는게 아니라면 무료로 사용할 수도 있었고 윈도우에서 사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다만 애플 홈페이지로부터 iOS용 툴킷을 다운로드하려고 보니 '.dmg' 형식으로 배포하고 있어 더 이상 진행할 수는 없었습니다. 남들은 '.zip'으로 배포하는걸 왜 혼자서만 저러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바보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윈도우에서 개발된 게임은 아마도 iOS 유저들의 인터페이스 기대치에 항상 못 미치는 수준일 겁니다. 어쨌든 이것 외에도 어도비 CC 제품군은 오프라인 인스톨러를 지원하지 않아 위에서 이야기한 인트라넷 환경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했습니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네트워크를 분리해서 사용하는 회사는 시스템을 두 대 지급하니 아예 사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고통스러울 겁니다.

결론

게임디자인, 그리고 UI 와이어프레이밍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왜 아직도 십 수년에 걸쳐 오래된 도구를 사용해 현대의 모바일 개발에 어울리지 않는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해봤습니다. 항상 그런 최신의 새로운 도구가 생산성을 올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하지만 여기에도 시행착오가 있고 현대적인 도구를 도입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무형의 비용이 생각보다 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의 비용을 이유로 이런 시도를 게을리한다면 위에 고백한 것처럼 현대의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며 와이어프레이밍을 하는데 아직도 파워포인트나 비지오 같은 작업에 잘 어울리지도 않고 생산성을 높여주지도 않는 도구를 사용해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적극적인 다른 팀들에 비해서는 태업에 가까운 결과물을 내놓기를 반복하는건 좋은 자세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이제부터 할일을 정리하면 '1. 도구를 개인적으로 잘 사용해본다', '2. 도구의 비용과 효용을 의사결정권자에게 잘 설명한다', '3. 혹시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해 실험해볼 기회가 온다면 '1'의 노하우를 최대한 팀에 공유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정도가 제가 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짜 아이피타임 네트워크

세 줄 요약:

  1. 아이피타임 공유기는 초기설정에 'iptime', 'iptime_setup'으로 네트워크 두 개를 생성한다.
  2. 초기 설정을 진행하면 'iptime_setup'을 변경해 요구사항에 대응한다.
  3. 남은 'iptime'은 비보안 상태로 인트라넷을 노출시킨다.

Arlo Pro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구사항을 완벽하게 만족하지는 않지만 배선없이 대부분의 이벤트를 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고와 비슷하게 동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카메라는 베이스스테이션과 카메라 사이에 이미 구축되어 있는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 장비가 설치될 모든 장소에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리라는 가정으로 만든 것 같은데 베이스스테이션을 유선으로 인터넷에 연결하면 베이스스테이션과 카메라 사이에는 자체적으로 통신합니다. 헌데 이 베이스스테이션은 긴 안테나가 달린 것은 아니라서 조금만 장애물이 있어도 신호가 약해져 오동작을 일으켰습니다. 오동작은 영상을 녹화하다가 이벤트가 아직 안 끝났는데 중간에 영상이 끊긴다든지 영상을 끝까지 전송하는데 실패한다든지 하는 현상입니다. 베이스스테이션을 카메라를 설치한 것에 가까운 위치로 옮기면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와이파이 네트워크는 베이스스테이션을 옮길 위치에서도 신호가 적당히 강해서 불만이 좀 있었습니다.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있는 집에 굳이 베이스스테이션이 별도로 효율적이지도 않은 방법으로 통신을 하는게 올바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대안이 전혀 없어 베이스스테이션을 옮기기로 했는데 베이스스테이션은 오직 유선네트워크에만 연결할 수 있어 와이파이 리피터가 필요했습니다. 구글홈7)이 예뻐보였지만 와이파이 리피터에 돈을 쓰기에는 너무 비싸 이리저리 찾다가 십 수년 만에 아이피타임 공유기를 사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뾰족한 안테나가 여럿 달린 거창한 공유기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만원대 극초반인 기계를 샀습니다. 스펙과 기능설명으로 미루어 리피터로 동작할 수 있어 보였습니다.

요즘 시대에 맞게 이 공유기도 모바일 환경에서 설치할 수 있다고 광고했습니다. 공유기를 전원에 연결하고 조금려 부팅이 끝나면 폰에서 이 공유기가 생성한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라우터에 앱으로 연결해서 초기 설정을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앱 디자인이 90년대 후반 싸이월드에서 20여년을 워프해서 갑자기 나타난 가니메데인8) 같은 모습이지만 이 회사니까 이정도 수준에 충격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요샌 하다못해 넷기어같은 회사도 앱을 이딴식으로 만들진 않지만요. 저는 바로 리피터로 설정하고 싶었지만 앱은 유선으로 인터넷에 연결하거나 무선으로 인터넷에 연결하는 설정만 지원했습니다. 저는 만얼마짜리 아주 조그만 기계를 산건데 이렇게 작은 기계조차도 바로 인터넷에 연결할 용도로만 사용한다고 가정한 모양입니다. 랜선이 닿지 않는 위치에서 전원을 연결하고 있었기 때문에 좀 짜증을 내며 기계를 뽑아 메인 공유기가 있는 위치까지 이동한 다음 랜선으로 새 공유기를 연결하고 나서야 초기설정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원하지 않는 설정으로요.

처음 기계를 켜면 네트워크가 두 개 생깁니다. 'iptime', 'iptime_setup'인데요, 전자는 흔히 봐 왔던 수많은 보안상 위험하지만 어쨌든 무료로 인터넷을 퍼주는 바로 그 이름이고 후자는 아마도 설치 앱이 설치과정 전용으로 사용하는 네트워크인 모양입니다. 예상한 대로 후자는 초기 설정을 하면서 내가 설정한 이름으로 변경됩니다. 시작부터 리피터로 설정할 수 없어 일단 유선 인터넷을 무선으로 뿌리도록 설정한 다음 무선 웹으로 접근해서 설정을 변경했습니다. 다행히도 여기에는 리피터 설정이 있어 이걸로 설정했습니다. 리피터로 설정하면 단지 기존 신호 범위를 넓혀주는 역할만 하므로 네트워크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아이피도 없어지고 전용 네트워크도 사라져야 합니다.

그런데 리피터로 잘 동작한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폰에서 와이파이 네트워크 리스트를 보니 익숙한 'iptime'이 남아있는 겁니다. 이게 뭐지 싶어 접근해보니 일단 보안설정도 없는데다가 라우터 주소를 웹브라우저에 넣어보니 메인 공유기 관리 페이지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제멋대로 'iptime' 네트워크를 없애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여기에 접속하면 기존 인트라넷에 그냥 접근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제서야 왜 한국 어디를 가든 보안상 안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는 멍청한 'iptime' 네트워크가 널려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네트워크는 내가 사용하기에도 보안상 위험하지만 그 네트워크를 호스팅하는 사람에게도 위험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 공유기는 초기 설정에 따라 네트워크 두개 중 하나를 변경해 내 요구사항에 맞춰주지만 나머지 네트워크 하나는 의식적으로 설정을 변경하지 않으면 초기설정 그대로 남아 아무에게나 인트라넷을 노출시키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 공짜 네트워크를 없애려고 무선으로 접근한 설정 웹페이지에서는 이 'iptime' 네트워크를 끌 수가 없었습니다.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먹통이었습니다. 이대로는 이 공유기를 사용할 수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다행히도 다시 유선에 물려서 관리자 페이지에 접근해보니 어째서인지 무선으로 접근했던 것과는 다른 관리페이지가 나타났고 여기서는 'iptime' 네트워크를 없앨 수 있었습니다. 유선 관리 페이지에 접근하기 위해 다시 공유기를 뽑아 메인 공유기까지 온다음 전원에 연결하고 랜선을 연결하고 부팅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다른 랜포트가 있는 기계를 물리고 나서야 이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적는 사이에 화가 치밀어오르네요.

이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이 공유기에 대한 신뢰는 한없이 0에 가까워졌습니다. 개방된 네트워크가 인트라넷을 그냥 노출시키는 꼴을 본 순간에는 돈 좀 아끼겠다고 내가 이걸 사서 이 짓거리를 하고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전국에 널려있는 공짜 인터넷의 정체를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포장을 뜯었고 상자에 무시무시하게 '이걸 뜯으면 환불 불가!!' 스티커가 붙어있어 아마 환불은 안될거같아 일단 그냥 써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도 카메라 문제는 확실히 완화됐고 이정도면 일단 문제를 해결했으니 실패한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회사 기계는 앞으로 절대, 실수로라도 구입하지 않을 겁니다. 싼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서피스 고 필기 문제

사실상 필기가 불가능함

지금까지 '서피스 프로 4'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상 작업을 매끄럽게 수행했습니다. 크롬 브라우저에 탭을 여러개 띄워도 괜찮았고 거대한 원노트 필기장도 별 문제 없이 열렸습니다. 자잘한 유틸리티를 띄워놓고 스위칭해도 버벅거림 없이 돌아갔고 좀 더 무거운 앱을 사용하고 싶으면 이미 떠 있는 앱을 좀 정리해주면 됐습니다. 태블릿으로 사용하다가 타입 커버를 붙여 랩탑으로 전환하는 경험도 괜찮았고 손으로 필기하기에도 훌륭했습니다. 다만 펜이 좀 무겁고 타입커버를 붙였다 땠다 하기가 좀 귀찮기는 했지만 이정도 사용경험을 제공하는 기계가 생각보다 드물었습니다.

'서피스 고'9)나 나온다길래 관심을 가졌습니다. 서피스 프로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지만 물리적인 크기가 훨씬 작어 가볍게 들고다니기에 훌륭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10인치쯤 되는 크기는 아무데나 쓱 밀어넣고 편하게 더니기 좋아 보였습니다. 사실 이번에 나온 아이패드10)를 함께 고려하긴 했는데 일단 가격이 굉장히 높고 세대 사이에 액세서리 호환이 '전혀' 안되며 태블릿의 주력 앱인 원노트앱이 충분히 구현되어 있지 않은 점에서 밀려났습니다.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고 태블릿으로 훌륭하지는 않은 서피스 고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배송받아 뜯어 충전하고 원노트를 설치하자마자 함께 주문한 신형 펜으로 선을 그어보고 생각했습니다.

“…… 이게 뭐야”

필기감이 형편없었습니다. 서피스 프로와 비교하기에 관측가능한 우주의 끝에서 끝까지 떨어진 느낌입니다. 과거 슬레이트PC에 가장자리 오차가 심한 와콤펜이나 터치로만 동작하는 두툼한 정전식 펜보다도 못했습니다. '갈고리 현상'이 너무 심했고 지터 역시 심했습니다. 지터는 글자가 제대로 완성되지 못하게 방해했고 갈고리현상은 다음 글자를 쓰기 시작할 때 이전 글자를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필기에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그제서야 제대로 검색하지 않고 서피스 프로의 경험을 믿고 구입한걸 후회했습니다. 이제서야 검색해보니 수많은 양인들이 작년 8월부터 몇달째 갈고리현상('Fish Hook')과 지터현상이 심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고 윈도우 업데이트가 될 때마다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확인했으며 서로 다른 세대의 서피스펜 조합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필기문제 완화 실험

서피스 고 + 신형 서피스 펜

갈고리 현상은 획 아래쪽에 오른쪽 위 방향으로 삐친 부분을 말합니다. 당연히 저는 획을 내리 긋고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펜을 들어올렸지만 갈고리가 생겼습니다. 애플펜슬 1세대에서 사실상 글씨를 쓰기 불가능하거나 초딩글씨체밖에 쓸 수 없도록 만들었던 바로 그 현상이 서피스에서도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글씨를 쓸 때는 이전 글자 위에 원하지 않는 갈고리 모양이 그려져 글자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듭니다. 이 조합으로는 필기가 불가능합니다.

서피스 고 + 신형 서피스 펜 + 윈도우 업데이트 1809

검색에 따르면 윈도우 업데이트 1809 이후에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이 현상이 좀 개선됐다고 합니다. 추청하는 원인으로는 서피스 프로 라인업에 있던 특정 하드웨어를 제거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런 의사결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작은 서피스라고 해서 필기에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걸까요. 윈도우 업데이트 후에 테스트해봤지만 뚜렷한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갈고리가 좀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구분하지 못할 수준입니다.

서피스 프로 + 신형 서피스 펜

서피스 고의 사실상 필기가 불가능한 상태가 신형 서피스 펜과도 관계가 있다는 글을 보고 나서 이번에는 신형 펜과 서피스 프로 조합을 확인해봤습니다. 뚜렷하게 갈고리 현상이 없어졌지만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신형 펜도 갈고리 현상을 만드는에 일조하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작은 서피스를 만들면서 펜 사용자들을 의도적으로 엿먹이려고 하지 않고서야 태블릿과 펜 모두를 이딴식으로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서피스 고 + 서피스 프로 펜

서피스 고에 서피스 프로 펜을 사용하면 상황이 개선된다는 글을 보고 실험해봤습니다. 과연 갈고리현상이 뚜렷하게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뚜렷하게 지터 현상이 심해졌습니다. 원래 세로로 그냥 내리긋는 획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냥 선을 내리그을 때도 마구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약간 느린 속도로 글씨를 쓰는데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순간순간 획이 사라져 신경을 긁겠지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문제에 책임을 져 줄 것 같지도 않고 또 이전처럼 어처구니없는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수정하는데 몇 년씩 걸릴 겁니다. 그 사이에도 기계를 어쨌든 사용해야 할테고 그때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향한 적개심이 커질 겁니다.

역시 싼게 비지떡인가

느린 프로세서를 사용해 일상적인 작업이 무거워보인다든지 하는 문제는 좀 의문이기는 합니다. 작은 기계가 항상 더 낮은 파워로 돌아가야 한다는 선입견이라도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는 돈을 거의 4배나 주고 아이패드 프로를 선택하는 선택지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까지 서피스 라인업으로 구축해 온 명성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신뢰는 커녕 적개심만 생기게 만든 제품을 출시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서피스 라인업의 신뢰로 잘 알아보지도 않고 새로운 서피스를 구입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다음에 서피스를 구입하려 한다면 대단히 까다롭게 결정할 겁니다.

참고로 얼마전에 안드로이드 게임 돌리려고 산 갤럭시탭 S3의 와콤 EDR 펜의 결과를 보여드릴까 합니다. 딱 한번 갈고리 현상이 나타났는데 꽤 가혹하게 그어댔으므로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서피스 고 개발팀은 서피스 라인업의 명성에 똥칠을 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은 최선의 결과와 연결되지 않는다

지난주 제 TL에 흘러간 이야기 중에는 온갖 어려운 상황에서 개발한 무용담이 있었습니다. 밸리데이터가 없어 데이터를 만든 다음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새로 띄우고 테스트상황까지 진입해서 테스트해보니 뭔가 잘못돼서 이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하기를 반복하며 끝없는 초과근무 끝에 간신히 업데이트 전까지 맞출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결과는 운영사고 또는 컨텐츠의 실패로 이어졌고요. 다른 사례로는 엄청 복잡한 스킬 데이터를 서로 연결된 열개쯤 되는 엑셀에 열어놓고 능수능란하게 전환해가며 데이터를 입력한 다음 클라이언트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클라이언트에서 데이터 리로딩과 테스트레벨 리셋을 지원하지 않아 항상 테스트환경을 조성하는데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에는 데이터 컨버팅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컨버팅 돌려놓고 담배 피우러 나갔다 오기를 밤새도록 반복했다는 것이었는데 파일 하나만 컨버팅하면 되는데 모든 데이터를 항상 컨버팅했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엔지니어들이 너무나도 바빠서 반복적으로 소모되는 시간을 줄여줄 여유가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해냈다는 것이었습니다.

짧게 결론 내려 드립니다. 전부 다 쓰레기같은 상황이고 절대로 그래선 안됩니다. 저런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면 도망치는게 낫습니다. 우리들의 무용담은 일어나서도 안되고 반복되어서도 안되며 무용담으로 전해져도 안됩니다. 이건 게임디자인과 아무 관계도 없고 상황에 따른 의도적인 태업일 뿐이며 상황을 개선할 의지나 지능이 부족하다는 표현일 뿐입니다.

개선할 수 있는 비효율 속에서 사람을 갈아넣어 간신히 업데이트 시간에 맞춘 구성요소가 그저 문제없이 동작하는 것 이외에 가지는 의미는 없습니다. 고객들에게 아무렇게나 간신히 시간에 맞춰 그저 구동하는 수준으로 입력한 데이터로 돌아가는 그저그런 구성요소를 투척하고 고객들이 어떻게 플레이하든지말든지 관심없는 자세를 고수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뭔가 잘못됐음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하고 뭘 고치면 작업을 더 빨리, 작업 자체에 집중하며 수행할 수 있을지 제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엔지니어들이 바쁠 수 있지만 그들의 비교적 작은 시간단위와 디자이너들의 비교적 큰 시간단위를 교환할 수 있음을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단순한 무용담은 이 모든 노력을 손쉽게 무의미하게 만들고 재미를 고민하는 대신에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시간을 쥐어짜며 그저 구동되기만 하는 형편없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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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start.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9-02-07 16:36 저자 neo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