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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바 구독모델 변경에 마음을 놓으며

작년 이맘때쯤 여러 구독을 점검하면서 스트라바 구독이 곧 끝남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까지는 스트라바를 유료로 구독하고 있었는데 여러 기능들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심박기반의 운동부하계산은 가민이 제공하는 정보에 비해 제 몸에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고 목표설정 기능은 재미있었지만 들쭉날쭉한 회사 업무식간을 제 의지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좌절감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퍼스널 히트맵은 재미있지만 매일 혹은 매달마다 보기에 적당한 컨텐트는 아니었고 이 정도를 제외하면 프로필에서 제 이름 옆에 유료 구독자 아이콘이 표시되는 것 외에는 무료로 사용할 때와 별로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구독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찾아올 다운그레이드를 맞이할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쯤 스트라바가 유료 구독 모델을 변경했습니다. 제가 구독을 중단할 때 까지는 스트라바에 유료 구독 모델은 딱 하나만 있었습니다. 무료로 사용하거나 연 $60을 내고 유료로 사용하거나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쯤 스트라바는 유료 구독 모델을 세 가지로 분리하고 각각에 연 $20 정도로 변경했습니다. 이전에 $60짜리 구독에서 한 번에 지원하던 모든 기능을 'Training', 'Safety', 'Analysis'로 구분했습니다. 스트라바의 여러 유료 기능을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구독해서 전체적으로 비용을 낮춰 기존 유료 사용자들이 유료 사용자로 전환할 더 많은 기회를 만들 목적이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도, 또 디지털 기반의 유료 컨텐트를 개발하는 입장에서도 이건 썩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회사 입장에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객단가를 3분의 1로 떨어뜨리는 조치일 뿐 아니라 사용자들이 어떤 구독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헛갈리게 만들고 모든 기능을 필요로 하는 기존의 충성고객들이 손해보는 느낌을 받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일단 전체 기능을 세 가지로 나눈 다음 각각의 가격을 3분의 1로 설정하는건 신규 유료고객을 늘리는 효과보다는 기존 유료고객들의 객단가를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위에서 스트라바 유료구독을 중단헸습니다. 그런데 자잘하게 심박 기반의 통계를 포함한 몇몇 기능이 아쉬웠고 이 기능만 사용하기 위해 $20을 내고 'Analysis'팩을 구독하기로 했습니다. 이 사례만 보면 저는 단가 $60짜리 고객에서 $0짜리 고객이 될 뻔 했다가 $20짜리 고객이 된 셈입니다만 다른 고객들을 생각해보면 원래 $60짜리 고객이 될 수 있었던 신규고객들이 $20짜리 고객이 될 뿐 아니라 기존 $60짜리 고객들이 $20짜리 고객으로 변하게 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뭐. 어떤 사람들은 더 낮은 가격으로 구독을 유지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더 낮은 가격으로 새롭게 구독을 시작하는게 이들의 예쁜 계획이었을 겁니다. 뭐.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하지만 기존 $60을 내고 구독하던 고객들에게 이 세 가지 구독모델 구분은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스트라바의 모든 유료 기능을 활용하지는 않습니다. 자전거를 조금 더 본격적으로 탈수록 이 유료 기능을 점점 더 활용하게 되는데 이들이 서로 다른 구독 모델에 흩어져 있을 경우 가격 할인 효과가 없었습니다. 가령 심박과 파워미터 기반의 분석 데이터만 필요로 한다면 $20만 내면 되지만 여기에 비컨 기능을 사용하려면 $20을 더 내야 하고 여기에 퍼스널 히트맵을 보고싶으면 $20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분명 스트라바 블로그 소개에는사용하는 기능에 따라 더 낮은 가격으로 구독하라는 달콤한 메시지가 있었는데 정작 스트라바를 잘 활용하고 있는 내게는 적용되지 않는 겁니다. 기분이 나쁩니다.

그래서 원래 스트라바의 기능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구독 선택 페이지에 예쁘게 정리해 놓은 기능 목록을 보고 이들 각각을 대체할 서비스를 찾기 시작합니다. 가령 비컨은 가민 라이브트랙으로 대신할 수 있고 분석기능 일부는 가민커넥트로부터 비슷한 차트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원래 스트라바를 통해 사용하던 기능을 대신해가다 보면 사이트 두 개에 걸쳐 정보를 봐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지만 스트라바에 의존성을 줄이고 기존 $60이던 비용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거나 아예 없애버릴 수도 있게 됐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다시 구독 연장을 고민할 때가 될 즈음 스트라바는 구독 모델을 다시 한 번 변경1)했습니다. 이번에는 $20짜리로 구분돼있던 모델을 이전처럼 $60짜리 모델 하나로 통합하고 기존에 무료 고객들에게도 제공되던 몇몇 정보를 유료 전용으로 변경했습니다. 일단 스트라바가 앞으로도 지속되길 원하는 입장에서 객단가를 3분의 1로 낮추고 기존 유료 고객들을 몹시 불편하게 만드는 자기파괴적인 구독모델을 포기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흥미롭게도 이제부터는 스트라바가 가지고 있는 컨텐트 중 가장 재미있는 컨텐트를 유료로 팔기 시작했고 디지털 컨텐트를 만드는 입장에서 이번에는 생각보다 잘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작년의 자기파괴적인 구독모델에 비해 이번에는 꽤 잘 될 겁니다. 정말 가장 재미있고 사람들이 관심 없는 척 하면서도 다들 한번씩은 슬쩍 열어보는 컨텐트를 유료 전용으로 바꿨거든요. 바로 순위표입니다.

기존에도 순위표는 완전 무료는 아니었습니다. 구간 별 순위는 전체, 성별, 기간에 따라 제공됐고 여기까지는 모든 스트라바 고객들이 똑같이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나와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순위표를 추가로 볼 수 있었고요. 여기에 국적, 체중, 나이, FTP2) 등으로 구성된 보다 전문적인 순위표는 유료 고객들에게만 표시됐습니다. 하지만 스트라바는 선수들만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스트라바는 블로그에서 자신의 고객들을 '선수'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모두가 전문 사이클리스트는 아닙니다. 이들에게 스트라바가 제공하는 순위는 무료로 제공되는 순위면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이 구간은 나와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들 중에 몇 위인지 보거나 서로 팔로잉하는 친구들끼리 모여 누가 더 빠른지 비교하는 정도면 힐클라임 어택을 끝낸 다음 근처 카페에서 클릿슈즈로 바닥을 또각거리며 음료를 놓고 모여앉아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굳이 체중이나 FTP를 순위에 끌어들여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제 스트라바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는 재미있는 정보가 유료화됐습니다. 이제 연 $60을 내야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만약 오늘 스트라바를 켠 채로 뒷산을 어택하고 나서 PR3)을 달성했다면 이 기록이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기록인지 알고싶으면 이제 유료 구독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전에는 정말 꽤 전문적인 순위에만 돈을 내면 됐습니다만 이제는 내 궁금증을 채워주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깃거리를 만들 정보에도 돈을 내야 합니다. 함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중 누군가 한 명만 스트라바를 유료로 구독하고 있어 이 사람이 순위정보를 알려줄 수도 있을 겁니다. 라이딩 후 다들 그 사람 주변에 모여 앉아 그 사람의 폰을 들여다보며 자기 순위를 알아내고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어느 자기 폰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순위를 보여주던 그 사람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었군요. 사람들과 헤어져 돌아오며 생각해봅니다. 아. 나도 유료 구독 시작할까? 하고요.

작년에는 좀 많이 걱정했습니다. 저 자신도 $20짜리 구독으로 바꾸면서 이러다 이 사람들 망하면 무슨 서비스를 써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물론 가민 커넥트 같은 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가민 기계를 사용하지는 않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전거를 꽤 오래 탔고 장거리 라이딩을 꽤 했음에도 스마트폰만 사용하시는 경우도 꽤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라이딩 기록을 공유하는 서비스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게 없어지면 꽤 고통스러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유료 구독모델 변경을 보고 이번엔 꽤 장사가 잘 될 거라고 예상4)합니다. 한동안은 스트라바가 돈을 못 벌어 사라질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blog/strava.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0-06-07 14:23 (바깥 편집)